OKINAWA 오키나와 이야기
OKINAWA 오키나와 이야기
  • 트래비
  • 승인 2014.06.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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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왔고, 일본으로 갔으며, 미국을 거친 오키나와는 중국도 일본도 미국도 아닌 오키나와다. 
단골 코스인 추라우미 수족관과 슈리성을 빼고 돌아보니 오키나와만의 독특한 매력이 한결 눈에 들어온다. 
 
오키나와 집들의 지붕 위에는 시사가 앉아 있다. 마물을 쫓는다고 전해지는 시사는 집집마다 다른 모습이다 
 
●다채로운 시간 속을 거닐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스스로의 문화를 ‘찬푸르 문화’라 말한다. 여러 재료를 마구 섞어 볶은 오키나와의 전통 요리인 찬푸르에 빗댄 말이다. 찬푸르는 주재료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두부가 들어가면 ‘두부 찬푸르’, 고야가 들어가면 ‘고야 찬푸르’ 식이다. 두부와 양배추, 양파, 숙주, 당근, 부추 등 채소를 볶아 만드는 두부 찬푸르는 오키나와 사람이라면 대부분 요리가 가능한 대표적인 가정 요리다. 각각의 재료를 섞어 볶을 뿐이지만 찬푸르만의 독특한 맛을 낸다. 오키나와의 문화도 마찬가지다. 일본과 중국, 미국의 영향을 고루 받은 오키나와지만 그 어떤 나라의 문화가 아닌 그들만의 독특한 찬푸르 문화가 오키나와에는 존재한다. 

오키나와현의 현청이 자리한 나하시에서도 국제거리는 가장 번화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곳이라고는 상상하기가 힘들다. ‘기적의 1마일’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기념품 가게와 쇼핑센터, 호텔 등이 늘어선 1.6km 거리는 활기로 가득하다. 오키나와의 독특한 문화를 경험하려면 국제거리 가운데에 자리한 ‘텐부스’로 향할 일이다. 오키나와의 전통 악기인 산신이나 오키나와에서 시작된 일본 전통 무술 가라테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전통 요리도 그중 하나다. 반나절 동안 찬푸르, 라푸테, 고야 피클과 같은 오키나와 전통 요리를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국제거리의 중심은 ‘헤이와도리’라 불리는 평화거리와 이어진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선 모양새가 흡사 우리나라 평화시장 같다. 가판대의 수많은 물품 중에는 깡통으로 만든 산신三線도 있다. 산신은 중국에서 오키나와로 건너온 현악기로 일본의 대표 현악기인 샤미센의 원조다. 미군이 오키나와를 점령했을 당시,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음악을 놓을 수 없었던 오키나와 사람들은 미군이 버린 캔을 활용해 깡통 산신을 만들었다. 산신의 몸통은 뱀 가죽으로 만드는 게 보통이라 깡통 산신에 눈길이 가는 건 오키나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국제거리 쪽에서 평화거리로 들어와 반대쪽 끝까지 길을 이으면 츠보야 지역이다. 평화거리를 빠르게 걷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관통하기만 한다면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그렇게 잠시 잠깐 평화거리를 걸어 나오면 오키나와의 도자기 마을, 츠보야가 별세계인 양 나타난다. 1616년, 류큐(오키나와의 옛 지명)는 독립 왕국이었지만 지금의 일본인 시마즈씨의 지배를 받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납치한 5만명의 조선 기술자 가운데 도공은 80명. 그중 장일육, 안일관, 안삼관 3명의 도공이 오키나와로 건너와 오키나와 도자기를 완성시킨다. 당시 오키나와에는 유약을 바른 도자기를 높은 온도의 가마에서 구워내는 기술이 없었다. 3명의 도공 중 장일육은 오키나와 여성과 결혼해 오키나와에 살며 자식도 낳는다. 대를 이어 도공이 된 그의 자손들이 지금까지도 오키나와 도자기의 명맥을 잇고 있다. 

츠보야의 야치문거리에는 30여 곳의 도자기 체험 공방과 가게, 찻집 등이 자리했다. 현청 건물을 세울 때 발견된 와쿠타 가마도 츠보야로 이전해 보존하고 있으며 1680년대의 가마인 ‘남묘’도 남아 있다. 물론 더 이상 도자기를 굽지 않는 가마는 고양이의 안식처로 변했고, 많은 도공들이 요미탄 지역으로 이주했다. 그래도 마을의 정취는 여전하다. 직접 구워 개성 넘치는 시사(마물을 쫓아내는 환상 속의 동물)를 구경하고, 옛 담을 타고 붉게 타오르는 히비스커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야치문거리에서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흐른다. 
 
허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거듭난 국제거리
전쟁 당시 오키나와 사람들은 미군이 버린 깡통으로 산신을 만들었다. 헤이와도리에서 지금도 볼 수 있는 깡통으로 만든 산신
두부 찬푸르
 

텐부스
오키나와의 중심이라고 해 건물 이름을 ‘배꼽’이라는 뜻의 텐부스로 정했다. 4층 규모의 건물에서는 오키나와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의 특산품인 도자기, 유리 공예품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098-868-7810  
www.tenbusu.jp 

이크토엔育陶園
야치문거리에 자리한 도자기 체험 공방. 물레를 돌리는 도자기 성형은 30분, 시사 만들기는 1시간이 소요된다. 만든 작품은 유약을 발라 구워 우편으로 보내 준다. 우편료는 무게에 따라 별도로 받는다. 
098-863-8611  
www.ikutouen.com 
 
 
●어디에도 없는 오키나와의 맛 

평화거리 한 켠에 자리한 공설시장은 오키나와의 식탁이다. 어류, 육류, 채소류의 오키나와 제철 먹거리와 특산품 판매장이 가득 들어차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이라부차’는 산호 속에 사는 물고기답게 빛깔부터 곱다. 바다포도라는 이름의 ‘우미부도’는 씹을수록 끈적끈적한 바다의 향기를 선사한다. 바다 뱀, ‘이라부’도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먹거리다. 이라부를 끓여 국처럼 먹는 이라부지루는 건강식으로도 그만이다. 땅콩 두부의 맛은 독특하다. 두부 고유의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묵처럼 부드럽게 녹아 살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입 안에서 살살 녹기로는 아이스크림이 으뜸이다. 미세먼지처럼 가느다란 오키나와 소금을 첨가한 소금 아이스크림은 당연히 조금 짜다. 아이스크림 본연의 달콤한 맛과 소금의 짠 맛이 아이러니하게 어울린다. 오키나와에서 한 번쯤은 먹게 되는 오키나와 소바는 맛보다 이름이 독특하다. 메밀국수라는 뜻의 소바라는 이름을 지녔지만 정작 면은 밀가루로 뽑는다. 그런 이유로 일본 내에서는 논란을 거쳐 오키나와 소바라 부르기로 결론지었다. 

공설시장의 2층은 식당이다. 손님이 사 온 재료를 조리해 주기도 하고, 별도로 음식을 팔기도 한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자리한 식당은 여행자들이, 반대쪽은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다. 요리법이 다른 탓에 맛도 조금 다르다. 

오키나와는 일본에서도 자색 고구마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지역이다. 자색 고구마로 만든 과자도 흔하다. 오키나와 한정 자색 고구마 프레첼은 싸고 맛도 좋아 가벼운 마음으로 선물하기에 좋다. 너무 예뻐 먹기가 망설여지는 고구마 타르트는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과자다. 일본 내 과자 대회에서도 여러 번 수상했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국제거리 기념품 가게는 물론 대형 마트, 공항 면세점에서도 판다. 

술도 빼놓을 수 없다. 오키나와 맥주 오리온은 생산량의 90%를 오키나와에서 판매한다. 주당에게는 오키나와 전통 술인 아와모리를 권한다. 증류주인 아와모리는 일본 청주인 ‘니혼슈’와는 제조법부터 다르다. 오키나와 사케, 시마 사케로도 불리며 맛도 도수도 다양하다. 이자카야는 다양한 종류의 아와모리를 맛볼 수 있는 곳. 아와모리 좀 마신다는 오키나와 사람들은 ‘잔파’와 쿠메지마산 ‘쿠메젠’을 추천한다. 
 

츠보야 야치문 거리의 작은 찻집. 세상일에 달관한 듯 보이는 고양이지만 주인이 나타나자 갖은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밀가루로 만든 오키나와 소바  
산호 속에 살아 산호의 빛을 머금은 물고기, 이라부차  
오키나와 사람들은 아와모리 중에서도 ‘잔파’와 ‘쿠메젠’을 추천한다 
 

●청정자연이 있는 풍경

나하시에서 섬의 북쪽으로 차로 1시간 30분을 달리면 요미탄손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주민이 살아가는, 자부심이 대단한 마을이다. 요미탄에는 리조트도 많다. 바다와 어우러진 요미탄의 리조트에서는 오키나와의 바다와 날씨를 반드시 즐겨야 한다. ‘아시아의 하와이’라 불리는 오키나와의 매력을 몸소 알게 된다. 

요미탄과 접한 온나에서는 12월에서 4월 초까지 새끼를 낳기 위해 오는 흑고래를 관찰할 수 있다. 천여 마리의 고래가 이곳 바다를 찾는다지만 낚시 중에 고래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 벗어나 흐르는 시간과 마주하는 일은, 오랜만이고 낯설지만 여유롭고 행복하다. 자연은 하루하루가 다르고 시시때때가 달라 자연스럽다. 

바다 생물과 마주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바다로 뛰어드는 일. 아오노 도쿠츠의 동굴은 육지의 100개 계단을 통하거나 배를 타고 닿을 수 있는 다이빙 포인트다. 수심 15m 아래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아오노 도쿠츠 바로 옆 갯바위는 오키나와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낚시 포인트다. 

온나에서는 오키나와 특산품인 바다포도도 양식한다. 오키나와에서도 온나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다. 남편이 바다로 나간 사이 아내가 양식장으로 향했던 건 경제적인 이유가 컸을 테지만 산호 양식은 다르다. 바다에 살며 바다를 먹고 사는 온나 사람들은 바다를 지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온나손의 바다포도 양식장 옆에는 작은 물고기들의 안식처를 마련하기 위해 산호를 키워 바다로 돌려 보내는 산호 양식장이 자리했다. 백화점과 제휴를 맺어 어떤 물건을 샀을 때 1엔씩 적립된다니, 관심이 있다면 유심히 보고 물건을 고를 일이다. 
 
온나 앞바다. 말 그대로 동네에서 바라보는 앞바다다. 배낚시를 떠난다면 여기에서 배를 타고 출발한다  
온나의 우미부도 양식장. 주민들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다  
포도를 닮아 이름도 바다 포도인 우미부도  
참치 해체 과정을 시연 중인 요미탄의 주민
 
▶travel info
 
나하 국제공항
지난 2월에 선보인 4층 규모의 공항. 여러 항공사가 돌아가며 사용하는 20개의 카운터와 두 곳의 카페테리아, 두 곳의 기념품 가게가 자리했다. 아담한 공항이지만 여유롭고 쾌적하다. 
4층 야외에는 비행기 이착륙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마련돼 있다. 체크인 후에 이용할 수 있는 면세점은 규모가 작고 품목도 적은 편. 오키나와 기념품이나 특산품을 구매하려면 국제공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국내선 공항을 이용하는 게 낫다. 오키나와 여행자의 대다수가 일본인이라 규모부터 차이가 나고 품목도 다양하다. 
 
우라시마
류큐 전통 무용과 전통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우라시마와 유사한 극장식 레스토랑이 나하시에 몇 군데 더 있다. 우라시마에서는 1, 2부로 공연을 나누어 각각 5편의 전통 무용을 선보인다. 돼지 귀를 무친 미미가, 돼지 고기 조림인 라후테 등이 줄줄이 나오는 오키나와 코스 요리가 괜찮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기념촬영이 가능하다. 
1부 19:00~19:30, 2부 20:00~20:30
098-861-1769   www.urashima.jp 
 
호텔
나하시에서는 리가 로열 그랑 오키나와(www.rihgaroyalgran-okinawa.co.jp)가 괜찮다. 오키나와의 자연을 테마로 객실을 꾸몄으며, 레스토랑과 로비가 자리한 14층에서는 바다가 조망된다. 모노레일 아사히바시역과 연결돼 있어 편리하다. 
일본에서는 ‘메르큐르’라고도 불리는 머큐어 오키나와 나하(www.mercure.com)도 츠보가와역과 가깝다. 일본의 전형적인 비즈니스호텔로 객실은 좁은 편이고 일부 흡연 객실은 냄새가 심하다. 
요미탄의 호텔 니꼬 아리빌라(www.alivila.co.jp)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적합한 리조트다. 객실 발코니와 수영장 너머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에디터 손고은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오키나와 관광 컨벤션 뷰로 www.visitokinawa.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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