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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tnam 베트남 ①화사하게 하노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6.10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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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어느 정도 익숙한 호치민과 하노이,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여행지 다낭. 이번 여행에서 베트남 주요 도시 3곳이 내게 들려준 형용사는 화사함, 느긋함, 새로움이었다. 그 감탄과 형용사 사이에서 베트남은 생각보다 가까웠고 아름다웠다. 풍경은 넉넉했고 사람은 좋았다. 그곳이 내게 베트남이었다. 
 
밤마다 호이안 골목과 투본강을 아름답게 밝히는 등燈. 특산물인 비단과 대나무로 만든다

다시, 아니 처음으로 만난 베트남

낡은 앨범 속 흑백사진으로 나는 베트남과 처음 만났다. 그곳에 청년 시절의 작은 아버지가 군복을 입고 있었다. 어느 야자수 아래였다.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베트남이라 했다. 그날 몇 시간 동안 참전 무용담을 들었다. 베트남을 아직 월남이라 부르던 시절이었다. 대학 때 혁명가 호치민을 알게 되면서 다시 베트남과 만났다. 내가 알던 베트남의 역사와 달라서 놀랐다. 다른 베트남도 만났다. 자취방에 처음 놀러 온 애인이 입고 있던 꽃무늬 월남치마, 500cc 맥주와 먹던 쥐포의 원산지, 긴 회식의 다음날 숙취를 달래 주던 한 그릇 쌀국수, 농을 쓴 채 어딘가로 걸어가는 여인의 풍경 사진 속에서, 문득문득 나는 베트남과 만났다. 
그리고 얼마 전 드디어 첫 여행을 다녀오며 베트남과 만났다. 처음이지만 다시 만나는 베트남. 내게는 3개의 형용사로 읽혔다. 
 
●Hanoi
빛바랜 듯 도시의 풍경, 그러나 당신이 걷는 골목마다 
“화사하게 하노이”
 
1 하노이 꽃시장의 아침 풍경. 카메라 앞에서 수줍게 웃는 길거리 꽃집 아가씨 2 그냥 주는 것이니 가져가라고, 백합 한다발을 건넨다 3 아침 일찍 시장에서 꽃을 구입 후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가져가 판다
 
새벽의 꽃시장

베트남에서 오토바이처럼 흔한 것. 바로 꽃이다. 하노이 공항에 내렸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본 것도 꽃이었다. 택시 승강장 건너 붉은 꽃들이 가득 흔들리며 여기가 하노이임을 내게 알렸다. 차를 타고 시내로 달리면서도 많은 꽃을 봤다. 내 차는 꽃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와 경쟁하듯 나란히 달렸다. 모두 어디로 가는 꽃들일까, 궁금했다.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크고 아름다운 백합이 사람보다 먼저 눈에 보였다. 그렇지, 배정 받은 객실에도 꽃이 있었다. 호안끼엠 호수Hoan Kiem Lake 방향 골목에도 꽃들이 흔하고 많았다. 고기를 끊어 파는 노상 정육점 바로 옆 자리에서 꽃을 팔고, 사람들은 고기를 흥정하듯 그 꽃을 샀다. 작은 상점 쇼 윈도우 안쪽으로 자주 TV처럼 큰 화병이 보였고 그곳에도 화려한 꽃이 가득 있었다. 시장 끝 조그만 사원의 제단에도 꽃이 놓여 있고 경건하게 향을 피우는 사람의 옷에도 크게 꽃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하노이에 도착한 지 몇 시간도 안 되어 너무도 많은 꽃을 보았다. 

곳곳에 꽃이 있어, 그야말로 꽃의 도시였다. 꽃을 사랑하고 꽃 가까이 있는 사람들. 여기 이렇게 많은 꽃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궁금했다. 
다음날 찾아간 새벽의 꽃 시장은 생각보다 크고 넓었다. 시장이 처음부터 모두 꽃이었다.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꽃들과 처음 보는 꽃들이 있었고, 꽃처럼 환하게 웃는 사람들이 그곳에 함께 있었다. 
“꽃을 찍는 거에요, 아니면 내 얼굴?” 

그렇게 물으며 입구 쪽 상인이 나를 보고 웃었다. 꽃이 예쁜가, 내 얼굴이 더 예쁜가라는 질문으로 들려 나도 함께 웃었다. 나를 보고 그냥 얼굴이 붉어지는 꽃집의 아가씨도 있었다. 내가 카메라를 들어 보이자 그녀는 꽃을 내려놓고 급하게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이제 되었다는 듯 더 큰 꽃다발과 함께 신호처럼 수줍게 내게 다시 웃어 줬다. 흔들리는 것이야 여행자의 기본 덕목이니까 나도 흔들리며 셔터를 눌렀다. 내 셔터는 조그만 응답 같은 것. 선물이니 받으라고, 꼭 가져가야 한다고 내게 꽃을 건네는 남자 상인도 있었다. 

사진을 꼭 찍어 달라며 부탁하는 상인도 있었다. 사진을 보여 달라는 것도 아니고 보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찍어 달라고 했다. 그렇게 이유 없는 친절들, 선물 같은 부탁들, 꽃과 꽃의 장식들, 상인의 먹거리가 함께 시장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 

그 아침에 꽃시장에서 알게 되었다. 여기 하노이 사람들은, 다만 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꽃과 닮은 것이라고. 닮은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아침 여덟 시가 가까워 오니 꽃을 구입한 사람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에 그 꽃을 싣고 시장 옆 도로를 달렸다. 내가 어제 공항을 나오며 본 그 오토바이였을 것. 아직 여기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꽃들은 곧 좋은 상인을 만날 것이고, 이미 떠난 꽃들은 곧 하노이의 곳곳을 화사하게 채울 것이리라. 여기 상인들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또 다른 꽃이 되리라. 
그러니까 내가 처음으로 만난 베트남은, 꽃의 하노이, 꽃이 화사하고 꽃처럼 화사한 도시, 그런 하노이였다.   
 
 투박하지만 신선해 보이는 과일들을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Lotus Water Puppet’ Show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베트남 전통 수상극이다. 무대 한 쪽에서 베트남 전통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노래를 한다. 극이 시작되면 무대 뒤에서 긴 막대로 조종하는 인형들이 물 위에서 베트남의 건국신화 등을 연기한다. 스토리를 짐작해야 하지만 쉽게 이해되는 편이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위치. 
16 Le Tahi To St. Hoan Jiem Dist., Ha Noi   0972-030-420
 
Ly Club
베트남 전통 음식은 물론 유럽 스타일의 음식을 함께 맛볼 수 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아름다운 가구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트 메뉴와 단품 요리를 선택할 수 있다. 현지인과 관광객이 함께 즐겨 찾는 곳. 홈페이지에서 예약도 가능하다. 
 143 Nam Ky Lhoi Nghia, Dist., 3, HCM City  
 +84-8-3930-5588  
 www.lyclub.vn/hanoi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취재협조 아코르 그룹 accorhot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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