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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쓰레기 마을에서 얻은 선물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6.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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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또 어디 간 거야? 찾아봐!” 
덥수룩한 노란머리에 말없이 사라지는 고딩 녀석과 *볼런투어Voluntour에 함께했을 때의 일이다. 틈만 나면 어딘가에 짱박혀 세상 짐 다 짊어진 얼굴로 담배를 피워대는 정민(가명)이와 함께한 곳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110km 떨어진 남부 바탕가스주 로사리오시의 작은 도시 ‘산 이시드로San Isidro’, 일명 ‘쓰레기 마을’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마을 진입로에서부터 부패한 음식쓰레기와 각종 산업쓰레기로 악취가 진동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이곳 아이들 중엔 배가 유난히 불룩 나온 아이들이 있었는데 이유는 부패한 음식 섭취로 인해 기생충이 생겼기 때문. 마을 사람들은 하루 종일 쓰레기 더미를 뒤져 페트병과 알루미늄캔을 모아 팔아 하루에 1달러가량을 번다. 적은 액수지만 이곳 산 이시드로에서는 그 돈으로 한 가족이 먹고 마시며 살아간다.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정민이와 내 얼굴은 심하게 굳어 있었다. 한 사람가량이 누워 쉴 만한 나무판자가 6명이 잠을 자는 침소였고 닭들이 사람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바로 뒤편엔 돼지들과 개들이 뒤섞여 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나무판자에 앉아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던 한 여인은 우리를 해맑게 웃으며 맞아주었다.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상상할 수 없는 그 환경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봉사활동과 여행을 모두 마친 지금 뒤돌아보니 그들이 처한 삶의 환경보다 그들의 삶에 대한 ‘순수한 태도’가 더욱 기억에 남는다. 누구와 비교하지도 않고 욕심내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해맑은 사람들과 꾸밈없는 아이들. 가정의 불화로 해체된 가족에 상처받고 시설에서 낮선 아이들과 생활하며 그늘 가득하던 정민이도 그때의 이야기를 한다. 아직도 뭔가 가슴 뭉클함이 자신을 자극하고 붙잡는다고…. 선물을 주고 봉사를 하고 온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큰 선물과 봉사를 받은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가 그들을 긍휼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긍휼히 여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이 순간 다시 한번 나의 삶에 대한 ‘순수한 태도’를 점검해 본다. 
 
 
 
글·사진 하나투어 CSR팀 이상진 팀장

* 볼런티어Volunteer와 투어Tour를 결합한 말로, 해외여행 중 일정시간(기간)을 봉사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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