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음식단상] ‘여름 천렵’ 그 맛을 아십니까?
[장태동의 음식단상] ‘여름 천렵’ 그 맛을 아십니까?
  • 트래비
  • 승인 2014.06.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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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에 된장을 발라 물살에 쓸려가지 않게 돌로 받쳐 놓고 반도에 매달려 개울을 가로지르고 물속에서 뒹굴며 놀던 여름이 있었다. 잡은 물고기에 이것저것 넣고 끓여 먹던 ‘막무가내식 잡탕’의 맛이 그 여름 냇가 자갈밭의 땡볕, 물비린내와 함께 생각난다.  
 

월류한천 도리뱅뱅이 
달도 걸려 쉬어 간다는 ‘월류봉’ 아래 한여름에도 얼음 같은 물이 흐르는 ‘한천’이 있다. 그래서 그곳을 일컬어 ‘월류한천’이라 한다. 도로에서 벗어나 조금만 들어가면 풍광이 사람을 압도한다. 팔각정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바람 따라 주춤주춤 강으로 내려간다. 여울 소리가 활기차다. 달이 걸려 쉬어 간다면 그 풍경 또한 노닐 만하겠다 싶었다. 그 풍경을 한아름 안고 있는 식당이 한천가든이다. 
1978년부터 이곳에 자리 잡고 매운탕을 끓이고 도리뱅뱅이를 튀겨냈다. 피라미를 잡아 애벌로 튀기고 양념을 발라 살짝 한 번 더 튀긴 것이 도리뱅뱅이다. 손가락만한 피라미가 뭐 먹을 게 있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리뱅뱅이는 세 가지 맛으로 먹는다. 튀겼으니 고소한 맛이 나고, 양념을 발랐으니 매콤한 맛이 난다. 그리고 먹다 보면 야들야들한 살맛이 느껴진다. 맥주 안주로 ‘딱’이다. 도리뱅뱅이에 맥주 한 잔 하고 잡어매운탕으로 한 끼 먹는다.    
한천가든   충북 영동   043-742-5056  
 
 
모래무지의 추억 마주조림
시인 정지용은 고향인 옥천을 그리며 주옥같은 시 <향수>를 썼는데, 나는 옥천을 생각하면 ‘마주조림’이 그리워지니 이거 참 난감하다. 지용의 마음에 남았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나에게는 ‘물고기 잡던 냇가의 추억’으로 남았다. 금강이 흐르고 대청댐이 있는 물의 도시 옥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은 역시 매운탕이다. 
매운탕 하면 보통 잡어탕, 메기매운탕 정도를 생각하는데 옥천 매운탕의 대표는 마주조림이다. ‘마주’란 모래무지를 말하는데, 빠가사리와 함께 천렵의 맛을 대표하는 물고기였다. 모래무지와 채소, 갖은 양념을 넣고 만드는 ‘조림’이지만 매운탕 겸 조림요리라고 보면 된다. 국물이 자글자글하게 있으면서 진한 양념 맛이 모래무지의 부드러운 살맛과 잘 어울린다. 지금이 제철이다. 시냇물 흐르는 시골 냇가에 마주조림을 파는 식당이 하나 있다.
금강나루터식당   충북 옥천   043-732-3642
 
강원도에서 고향의 맛을 꾹저구탕
‘꾹저구탕’이 솥단지에 담겨 나왔다. 5인분을 시켰으니 그 양이 많은 것도 당연하지만 한 솥 가득한 탕을 보니 마음도 넉넉해진다. ‘꾹저구’라는 물고기를 푹 고아 살을 으깬 다음 집에서 담은 묵은 고추장을 풀어 요리한다. 수제비와 팽이버섯, 깻잎, 대파 등을 넣고 끓인다. 마늘 다진 것과 고추 썬 것을 넣는다. 온갖 재료의 맛이 잘 어우러질 때까지 끓인 뒤 첫 술을 떴다. 
후추와 산초가루는 기호에 따라 넣어 먹는다. 한 번 끓여 나왔으나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려 먹으면서 계속 끓인다. 고향의 시냇가 물비린내와 강바닥의 흙냄새가 아련하다.  밥은 감자밥이다. 꾹저구도 강원도에서 많이 잡히고 감자도 강원도가 유명하니 이 집의 음식은 강원도 토속 음식임에 틀림없다. 뜨끈하고 투박한 그 맛에 속도 풀리고 마음도 푸근해진다. 
연곡꾹저구탕   강원도 강릉   033-661-1494 
 
 
물비린내와 땡볕의 냄새를 품은 어죽
충남 금산은 인삼으로 소문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와 함께 유명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어죽’이다. 금산 어죽은 지역 특산품인 인삼이 들어간 게 특징이다. 생선의 비린내를 인삼으로 잡아내고 있으나 인삼 맛이 나는 건 아니다. 생선을 푹 고아 갈아서 걸러내고 죽을 쑨 것이 어죽이니만큼 생선 맛이 나야 어죽인 것, 거기에 인삼이 들어가서 맛이 깊어진다고나 할까? 
은은한 깻잎 향과 들깨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진다. 맵지만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어죽은 처음에는 맛으로 먹고 그 다음은 추억으로 먹는다. 어죽 한 그릇에 고향의 여름 향기가 담겼다. 땡볕 내리쬐는 냇가의 물비린내와 마른 햇볕 냄새가 뜨끈한 어죽 한 숟가락을 따라 올라온다.  
적벽강가든   충남 금산   041-753-3595 
 
 
여름밤의 추억 올갱이국
여름 냇가의 밤풍경 중 하나가 손전등을 켜고 허리를 굽혀 크고 작은 돌멩이에 붙어 있는 올갱이를 잡는 것이다. 그렇게 잡은 올갱이를 삶아서 속을 빼서 된장국에 넣어 끓이면 기막힌 밤참이었다. 그 맛을 운정식당이 30여 년 동안 내고 있다. 올갱이국 맛의 기본은 올갱이와 된장, 부재료가 좌우하는데 운정식당은 집에서 담근 된장에 올갱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아욱을 부재료로 쓴다. 그렇게 끓인 올갱이국은 된장의 구수한 맛과 아욱향이 어우러지고 거기에 올갱이의 향이 배어나 진하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해장국으로도 제격이다. 올갱이무침도 별미다. 올갱이를 삶아 알맹이를 빼서 갖은 야채와 양념을 넣고 무친다. 술안주로도 좋고 밥을 비벼먹어도 맛있다.         
운정식당   충북 충주   043-847-2820 
 
 
장태동
<맛골목 기행>, <서울문학기행>의 저자 장태동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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