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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기적이 만들어낸 길 길이 만들어낸 기적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7.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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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청년 사회적기업가 20여 명과 중국 허난성 휘현시 회룡촌 마을을 방문했다. 각자들의 환경과 에너지 관련 사업 아이템을 활용해 에너지빈곤마을의 소학교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을 하기 위한 ‘에코희망여행’ 일정의 일환이었다. 곳곳을 돌며 마을을 소개해 주던 한 주민을 통해 회룡촌의 역사를 자연스레 듣게 되었다.
 
20여 년 전만 해도 회룡촌은 천계산을 중심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고 있었다. 생존을 위한 먹거리와 물품을 구하기 위해서는 천 길 낭떠러지 같은 산을 타고 올라, 재배한 농산품을 주고 먹을 것과 생필품을 구해야만 했다. 그러다 추락사한 사람이 18명이나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살기 위한 처절한 생존 전쟁터가 아닌가. 이 낭떠러지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당시 이곳 한 가정의 연간 소득을 현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9만원 정도였다니 먹고 살기만도 바빴겠다. 그러던 지난 96년, 이곳의 촌장님이 자신의 전 재산인 1억5,000여 만원을 마을을 위해 내놓게 되고 그 돈은 마을을 세상과 연결하기 위한 길을 내는 데 쓰이게 된다. 포크레인 등의 장비는 상상할 수도 없던 시절이라 마을 주민들은 그야말로 원초적인 방법으로 직접 산을 뚫고 결국은 길을 ‘만들어냈다’. 

이 이야기는 세상으로 퍼져 나가 촌장님은 2010년 중국의 ‘10대 감동 인물’로 선정되고 급기야 정부에서는 후진타오의 친서와 함께 지원까지 나서게 된다.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일반 국민이 국가 주석을 만난다는 것은 비현실과 가까운 일이지만 촌장님은 당시 후진타오 주석과 지금의 시진핑 주석까지 모두 만났을 만큼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중국 전역에 기적 같은 이야기는 더 알려지게 되고 천계산은 현재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으며 마을 주민들이 직접 닦은 길을 통해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교류가 활발해진 지금 회룡촌 한 가정의 소득은 연간 220만원 정도라고 한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마을 전체 소득이 40배 정도 성장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인심도 좋았다. 갑작스런 방문에도 가정집과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흔쾌히 복숭아와 마실 것을 대접해 주었다. 얼마 만에 느껴 보는 순수한 마음인가.

소설과 같은 마을 소개를 들은 청년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회룡소학교’를 찾았다. 청년들이 준비한 것은 사라져 가는 북극곰 생태를 게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보드게임과 과자봉지 등을 이용한 팔찌 만들기, 자투리 원단을 이용한 업싸이클링 제품 만들기 그리고 한국어 강습이었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게임에 몰입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하나같이 하하호호 신이 났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전달할 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먼저 사진을 찍고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은 폴라로이드 필름을 보여 준 후 아이들 머리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사진이 나타날 즈음 다시 보여 주니 아이들은 놀라 뒤로 나자빠지며 못 알아들을 말들을 쏟아냈다. 순수한 아이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길이 없었더라면 이곳의 아이들과 만나지 못했으리라. 훌륭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적 같은 마을에서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낼 아이들의 멋진 미래를 기대해 보며 어른인 나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중국 허난성 회룡촌
 
글·사진 하나투어 CSR팀 이상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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