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음식단상] 한여름, 지지고 볶자
[장태동의 음식단상] 한여름, 지지고 볶자
  • 트래비
  • 승인 2014.07.30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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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골목 기행>, <서울문학기행>의 저자 장태동의 맛깔스러운 이야기
 
*지지다 불에 달군 판에 기름을 바르고 전 따위를 부쳐 익히다. 
*볶다 물기가 적거나 거의 없는 상태로 열을 가하여 이리저리 자주 저으면서 익히다. 
*지지고 볶다 사람을 들볶아서 몹시 부대끼게 하다. 

‘지지다’와 ‘볶다’를 하나로 합치면 ‘지지고 볶다’가 된다. 
지지고 볶는 더위에 ‘KO’ 되기 전에 이것저것 지지고, 
볶아 먹으며 여름을 날려 버리자.  
 

탄광촌에서 먹는 곱창의 맛 
할매곱창 

석탄을 캐는 인부들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다. 석탄 활황기가 죽자 석탄에 의지해 살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 사람들이 즐겨 먹던 돼지고기집도 문을 닫았다. 석탄 때문에 웃고 울던 세월의 흔적이 아직도 태백에 남아 있다. 지금도 철암역 뒷산은 검다. 쌓인 석탄이 ‘산더미처럼’이 아니라 진짜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 철암역 옆에 할매곱창집이 있다. 돼지곱창에 양념을 해 연탄불로 구워 먹는다. 곱창은 보통 양념을 하지 않고 철판에서 볶아 먹거나 찌개로 먹는데 이 집은 석쇠에 올리고 굽는다. 직화 불맛이 잘 배어난다. 40여 년 곱창을 굽고 있다. 태백 특산품 중 하나인 고랭지 배추 수확 시기에는 싱싱한 고랭지 배추가 함께 나오는데 시원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강원도 태백시 동태백로 385   033-582-1607
 
 
여름도 울고 갈 낙지볶음 
피맛골실비집

맵다, 매워! 입 안은 화끈, 땀 뻘뻘, 코 찔찔 그래도 자꾸 젓가락이 간다. 맛있게 맵다. 매운 만큼 후련하다. 몸 여기저기 쌓인 기름찌꺼기를 싹 긁어내는 느낌이다. 속이 ‘뻥’ 뚫린다.  실비집 낙지볶음이 그렇다. 작은 접시에 소복하게 담겨 나오는 낙지볶음이 빨갛다 못해 검붉다. 남자 서넛이 두 접시 정도 먹어 줘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매우니까 조개탕 등 다른 먹을거리를 시키게 된다. 그러나 고수는 결코 다른 음식을 곁에 두지 않는다. 오로지 기본으로 나오는 단무지와 콩나물을 곁들일 뿐이다. 매운 입을 달래기 위해 소주를 털어 넣고, 소주를 마시니 매운 안주가 또 당긴다. 소주 한두 병은 순식간에 빈다. 밥을 시켜 비벼 먹어도 맛있다. 아주 매운 꿀맛이다. 한 줄금 땀을 쏙 빼고 나오면 밖이 오히려 시원하다. 여름이 울고 갔나 보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3길 24-18   02-732-7889 
 
살아 있는 불맛 
송현불고기

돼지고기를 양념장에 잰 뒤 연탄불에 구워 바로 손님상에 낸다. 고기는 목살, 삼겹살, 항정살, 등심, 갈빗살 등을 쓴다. 나주 특산품인 배와 설탕, 간장 등으로 만든 양념장에 고기를 잰다. 부위별로 맛이 달라 1인분 한 접시에 담겨 나오는 고기로 몇 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연탄불의 불맛이 고기에 잘 배어 있다. 처음에는 달달하고 삼삼한 양념장 맛이 입 안에 퍼지고 씹을수록 고소한 고기의 맛이 뒷맛을 책임진다. 82년부터 연탄불고기를 팔기 시작했다. 손님의 대부분은 마을 사람들이었다. 동신대학교를 지을 때 인부들 밥을 해댔는데 연탄불고기가 인기였다. 학교가 생긴 뒤에 학생이 늘었고 주말에는 외지에서 손님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2012년 태풍 때 옛 집이 파손됐고 그 옆자리에 지금의 건물을 짓고 다시 연탄불을 피웠다. 몇 개 안 되는 식탁에 낡은 건물이었던 옛 집이 손님들 인상에 많이 남았는지 이 집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항상 연탄불고기의 맛과 함께 옛 집의 향수가 섞여 있다. 
전남 나주시 건재로 193   061-332-6497
 
 
1950년부터 꼼장어를 볶는 
성일집

3대를 이어가는 손맛이 꼼장어에 뱄나 보다. 맛이 입에 척척 감긴다. 자갈치 꼼장어야 어느 집이든 맛이 없겠냐마는, 이 집 꼼장어 맛이 만만치 않다. 1950년부터 꼼장어를 구워 왔으니 말 다한 거 아닌가. 메뉴는 두 가지,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소금구이는 밋밋할 거 같아 양념구이를 시켰다. 장어, 양파, 파, 마늘이 양념장을 뒤집어쓰고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볶아진다. 밖에는 장대비가 내리지, 안에는 꼼장어 익는 냄새가 가득하지, 그냥 밥 한 공기 먹기에 너무 아까운 상황이다. 곁들인 소주에 장어 맛도 산다. 장어를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함께 나오는 깻잎에 장어를 올리고 마늘과 된장을 얹어 먹으면 깻잎과 생마늘의 향이 장어의 맛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맛을 낸다. 장어 몇 점에 술이 몇 번 돌고서야 이야기를 나눈다. 장어를 다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다. 1인분에 100원 했던 시절도 있었다는데, 그 시절이 부럽다. 주문은 2인분부터. 
부산시 중구 대교로 103   051-463-5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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