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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vacation] Midsummer 당신의 1박 2일- 양양 낙산사 당당堂堂 템플스테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7.3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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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summer  당신의 1박 2일
가끔 당신의 여행스타일이 무엇이냐고 물어 오면 멍해진다. 세상엔 아이스크림의 가짓수만큼 많은 여행이 있지 않은가. 
1년 365일을 1박2일씩 돌아다녀도 다 맛보지 못할 무수한 레몬맛, 수박맛, 오이맛 여행들. 여름 내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1. 양양-낙산사 당당堂堂 템플스테이 
나를 만나는 시간
 
강원도 양양 오봉산 자락, 한여름 녹음 속에 푸르른 동해 바다가 시원히 내다보이는 관음성지 낙산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불자도 아닌 이 어린 중생은 구제받을 수 있으려나. 나무아미타불…
 
절 한 번에 염주 한 알씩. 108배를 하는 동안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뭍에서도 숨쉬는 물고기. 소박한 멋이 있는 낙산사의 처마 밑 풍경
의상대사가 고요히 앉아 참선을 했던 자리가 지금의 낙산사 의상대이다
 
서툴러도 괜찮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저절로 말수가 줄어들었다. 죄 낯선 얼굴들이지만 굳이 통성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 숙여 인사를 주고받으면 되었다. 합장合掌이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와 너의 마음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고. 여기저기 귀동냥으로 짐작만 해왔던 템플스테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서울에서 세 시간 조금 더 걸렸나 보다. 강원도 양양 낙산사에 도착했다. 보살 한 분이 위아래 옷 하나씩을 내민다. 세속의 옷은 가방 깊숙한 곳에 개켜 넣고 산사의 옷을 입는다. 어색하기는커녕 움직임이 자연스러우니 내심 신기하다. 하룻밤 기거할 방사에는 시침, 분침, 초침을 돌리느라 바쁜 벽시계를 빼곤 그다지 ‘있다’ 할 게 없다. 휴대전화는 진즉에 내 손을 떠나 사찰 어느 구석에서 숨을 죽였다. 신경 쓰이게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 더욱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그 불안감을 견뎌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공기를 바꾼 건 뻐꾹, 뻐꾸기 울음이었다. 뻐꾸기시계의 그것과는 달랐다. 진짜 뻐꾸기다. 자연의 뻐꾸기는 이렇듯 우아하게 우는구나. 이제부터는 정말 자연의 시계에 몸을 맡겨야 하나 보다.

홍예문을 시작으로 사천왕문을 지나 앞마당에 7층 석탑이 서 있는 원통보전으로, 다시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라 이름 붙은 오솔길을 따라 해수관음상을 거쳐 관음전, 보타전 그리고 파도가 치닫는 의상대와 홍련암에 이르기까지 산등성이에 너르게 터를 잡은 낙산사를 한 바퀴 휘 걸었다. 보타전 한쪽 벽면, 한 손에 해골 쥔 승려 그림이 눈에 띈다. 그제야 낙산사와 의상대사, 의상대사와 원효대사 등 머릿속 낱알로 굴러다니던 정보들이 얼개를 짓기 시작한다. 이왕 걸음한 거 사찰의 이모저모를 머릿속에 넣어두면 좋겠다 싶었지만, 아니라도 상관은 없겠다. 템플스테이, 글자 그대로 사찰에 머물러 온 것뿐이니. 북소리가 들린다. 법고法鼓 소리다. 종종걸음으로 쫓아간다. 저녁 예불 시간이 된 것이다. 범종梵鐘, 목어木魚, 운판雲版이 차례로 소리를 잇는다. 하늘과 땅, 물속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중생을 보듬어 해탈의 길로 이끄는 소리라 했다. 익숙지 않지만 싫지도 않았다. 서른세 번의 타종은 템플스테이를 찾아온 이들이 나누어 울렸다. 그 틈에 눈치껏 종을 울려 본다. 

타종이 끝나고 원통보전에서 바로 저녁 예불禮佛이 시작됐다. 스님 등 뒤로 다소곳이 앉았다. 스님이 일어섰다. 하나같이 앉은 채로 멀뚱히 바라본다. 낌새가     이상한지 스님이 뒤를 돌아본다. “일어나시면 됩니다.” 그제야 모두 몸을 움직인다. 스님이 허리를 숙이면 뒤따라 숙이고, 절을 하면 뒤따라 절하고, 불경도 웅얼웅얼 흉내를 낸다. 예불은 부처님의 삶을 되새기며 어리석은 중생들도 그 자비의 미소와 지혜롭고도 맑은 눈빛을 닮겠다는 수행을 의미한다는데 스님께서는 “아침저녁으로 집안 어르신께 문안인사 드리는 것마냥 사찰의 가장 큰 어르신인 부처님께 인사드리는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라고 부담을 덜어 주셨다. 서툴지만 괜찮다. 정성스레 인사를 드리면 된다. 

예불을 마친 스님께서 모두를 한데 불러 모았다. 스무 명 남짓이 지그재그로 누웠다. 몸에서 힘을 빼자 자연히 발끝은 벌어지고 두 손등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눈을 감은 채 이번에는 스님 목소리를 따라간다. 발가락 끝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내 몸이 보내 오는 신호에 집중한다. 이따금씩 내 몸에서 전해지는 찌릿찌릿한 감각에 몸을 움찔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잠시다. 중간중간 저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는다. 깜빡 잠들었다 깨났다가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혼자서 무안해하다 저 멀리 누군가의 코골이에 안도한다. 그렇게 나는 한밤의 산사에서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오롯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민낯의 나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해질녘의 범종각. 법고 소리는 저녁 예불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산사의 시곗바늘  
스님 뒤를 조용히 따르는 중생들. 아침 나절의 걷기 명상이다  
하루 곡기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었던 스님의 밥상, 발우공양
 
비우고 다시 채우고

어찌 그리 잠이 오지 않던지. 손전등을 들고 방사를 나섰다. 관음전에 인기척이 있었다. 손등에 주름이 선명하다. 나이테 선명한 어느 불자가 덕을 쌓고 있었다. 스님들도 모두 잠든 시간, 무슨 사연이 있어 정성을 쏟는 것일까. 뒤돌아서는 내 발자국 소리가 더없이 크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조심조심 발을 내딛게 할 만큼 간절함이 느껴졌던 것은 온전히 내 기분 탓일까. 결국에는 잠 못 들고 새벽 예불에 나섰다. 그것도 한 번 해봤다고 아침 문안인사는 제법 짧게 느껴졌다. 그런 나를 기다리는 것은 108배. 온갖 번뇌를 다스리게 한다는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이다. 108참회기도문을 한 구절씩 따라 읽으며 절 한 번 할 때마다 염주 알을 하나씩 실에 꿰었다. 열 배나 했나, 콧속으로 진한 땀 냄새가 들어왔다. 서른 배쯤 하니 기도문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더라. 절다운 절은 처음이니 첫술에 배부를 수 있나 싶지만 보통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108번 절을 하려면 힘들어 번뇌가 생길 틈이 없겠다 싶은데 108배든 1,080배든 3,000배든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 했다. 결국엔 마음가짐이다. 

스님과 함께 산사를 크게 한 바퀴 돌고 아침 해를 맞이하러 의상대로 향했다. 두 손 모으고 기다렸건만 제대로 된 일출 구경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단다. 해 머리가 수평선 위로 돋아 오르는 장관은 내 차지가 되지 않았다. 이상하지. 전날 양껏 먹었던 것도 아닌데 108배까지 하고 난 뒤에도 그리 배가 고프단 생각이 들지 않더니 그때서야 속이 아려 온다. 

아침은 스님들의 식사, 발우공양鉢盂供養이다. 죽비 소리 따라 발우를 순서대로 펴고 스님이 일러준 순서대로 음식을 받는다. 제 그릇에 먹을 만큼 담아 말끔히 비운다. 한 번에 한 숟가락, 한 번에 한 젓가락 곱씹다 보면 밥 한 톨, 국 한 술에 절로 집중이 된다. 다 비운 그릇은 미리 받아놓은 청수물에 단무지를 수세미 삼아 닦아내고 그 물과 찌꺼기까지 마셔야 제대로다. 순간 비릿함이 올라왔지만 두 눈 질끈 감는다. 배보다 마음을 채우는 수양이라 했다. 

먹은 만큼 일하는 것이 공평하다. 방사 앞마당에서 잡초를 뽑는 것으로 운력雲力을 하고서야 가만히 엉덩이 붙일 시간이 났다. 그래 봐야 속세 시간으로는 이른 아침이다. 해가 점점 높아진다. 볕이 따갑지만 바다를 볼 수 있는 트인 곳에 앉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산사에서의 하룻밤 동안 참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은데 결국은 한 가지의 연습이었다. 비우고 다시 채우고. 산사를 나오기 전 스님과의 차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찻잔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는 동안 속은 채우고 머리는 비우고. 이것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달 수도 없고, 겨우 하룻밤에 환골탈태할 리도 만무하다. 그것이야말로 일장춘몽. 다만 내게 있어 기쁨은, 비우고 채우는 과정 속에서 거울 없이도 잠시나마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 나는 분명 적어도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은 나를 알게 되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한국불교문화사업단 www.kbuddhism.com
 
새로운 템플스테이 패밀리 브랜드, 아생여당
2002년 월드컵을 맞아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문화체험으로 첫발을 내딛은 템플스테이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는 단순 휴식이나 특별한 체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의미 있는 템플스테이로의 진화를 꾸준히 고민한 끝에 새로운 브랜드 ‘아생여당我生如堂’을 론칭했다. 위로, 건강, 비움, 꿈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각각 아아我我, 생생生生, 여여如如, 당당堂堂 브랜드로 선보인다. 각 사찰의 환경과 전문성을 토대로 아아는 지치고 외로운 순간에 힘을 얻는 위로의 여행, 생생은 몸과 마음을 모두 채우는 건강한 여행, 여여는 참된 나를 만나는 비움의 여행, 당당은 꿈과 희망을 찾아 내 안에 용기를 불어넣는 여행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전국 각지의 13개 사찰이 참여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 낙산사는 ‘당당’ 브랜드를 운영한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신청하거나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1박 2일 상시 휴식형 5만원, 매월 1·3주 주말 체험형 7만원
예약 | 낙산사 033-672-2417   www.naksan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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