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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TRAVELLER]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의 저자 김동우- 이 남자의 세계일주법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4.07.30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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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의 저자 김동우
그에게 도시는 그저 산山과 산山을 잇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했다. 야딩, 리탕, 페리메도우, 시미엔 산 등 이름만으로도 생소한 세계의 산을 ‘두 발’로 직접 오르며 겪은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트레킹으로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김동우씨는 현재 수협중앙회 홍보실에서 ‘우리 바다’를 알리
는 데 힘쓰고 있다
 
두 눈 질끈 감고 세계일주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고 싶었습니다.”

‘떠나고 싶다’는 그 욕구 자체에 충실하고 싶었다는 이 남자,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의 저자 김동우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지만 오로지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일득일실一得一失이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선택의 자유에서 진정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물론 그에게도 세계일주를 선택하기까지 적잖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기간 세계일주를 떠나기엔 놓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눈 질끈 감고 움켜쥔 손아귀를 폈더니 있는 힘껏 쥐고 있었던 무언가가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그.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은 꿈을 가진 예비 세계일주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트레킹으로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왔지만 저보다 더 잘 걷고, 산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저와 그들을 비교해 보면 ‘용기’가 있고 없고의 차이뿐이죠.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떠나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다녀와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 그걸 생각하는 순간부터 세계일주의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서른다섯. 7년 동안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세계일주를 결심했을 때, 몇 개월의 휴가를 줄 테니 다녀와서 다시 복귀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조직과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떠나는 여행인데 여행하면서 그 이후를 생각하고 싶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고. 결국 바닥을 보이는 통장과 함께 약 1년 동안 백수시절을 보냈지만 그 대신 경험할 수 없었던 달콤한 자유를 얻었다. 

그런데 그는 왜 하필 트레킹으로 세계일주를 떠난 걸까.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등산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한 그는 몇 년 동안 산에 미쳐 있었다. 값비싼 장비를 구입했고 매주 주말이면 전국의 산자락을 누비기도 했다. 세계일주를 함께했던 배낭이며 침낭, 텐트 등 대부분이 그때 장만해 둔 것들이었다. 해외로 트레킹 여행을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네팔의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나서부터였다. ‘산이 거기서 거기’라는 말은 전혀 옳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 파키스탄, 요르단, 이집트, 에디오피아, 케냐,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전 세계의 ‘산’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꿈은 철저한 준비와 계획 아래 시작됐다. 
 
요르단 라와디무지브에서의 협곡 트레킹  
볼리비아 우유니 기차의 무덤  
세계일주 중 첫 번째 고산 트레킹 지역이었던 중국 야딩을 걷고 있다  
파키스탄 울트라 메도우에서 혼자 백패킹을 하던 모습
 
장비에 집착하는 트레커 
“싸고 좋은 장비는 없습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쓴 책을 살펴보면 트레킹 장비를 준비하는 노하우를 꽤나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진정한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만 장시간 트레킹 여행에서 어떤 산을 마주할지 모르는 상황의 그에게 특히 배낭과 신발은 무척 중요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운동화는 돌이 많은 화강암 지대를 등반하기에 적합하도록 접지력이 우수하지만 대신 밑창이 빨리 닳고 충격 흡수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비쌌지만 해외 구매 사이트를 통해 각기 다른 지형을 멀티로 소화해낼 수 있는 전문 등산화를 준비했다. 

“저의 경우 등산화는 이탈리아 브랜드 잠발란의 ‘라싸 GT RR’이 오래 걷기에 제격이었죠. 내구성과 충격흡수 능력이 뛰어난 밑창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비브람사의 밑창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신발 하나에 정가 55만원, 밑창을 교체하는 데만 12만원이 들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또한 산행에 필요한 장비는 모두 배낭에 넣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기능성은 물론 그 무게까지 꼼꼼히 챙겼다. 100g에 집착해야 장기간 트레킹이 좀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텐트는 910g의 초경량을 자랑하는 미국 이스턴사의 ‘킬로텐트’를, 침낭은 몽벨의 1.27kg짜리 고스펙 침낭을 준비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틱의 무게가 마음에 들지 않아 445g 무게의 블랙다이아몬드 ‘디스턴스 FL 트레킹 폴’을 새로 구매했다. 그의 준비는 생각보다 더 탄탄했다. 강도나 소매치기의 위협으로부터 대비하기 위해 직접 바지 안 속주머니까지 만들어 부착하는 아이템도 챙겼으니 말이다. 

“준비 없이 떠나는 걸 즐기지 않아요.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여유 있게 하나씩 준비하면 여행에서 반드시 도움이 되기 마련입니다.”
 
여행이 가장 가치 있는 순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세계일주가 100% 트레킹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도시는 그저 트레킹을 하기 위해 지나치는 경유지 정도로만 여겼던 그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여행이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관점이 바뀌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주로 ‘산’만 찾아다니면서 편식을 했다. 그러나 여행자들이 한번 가보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세계 3대 배낭여행 블랙홀(태국의 카오산로드, 이집트의 다합, 파키스탄의 훈자마을) 중 유일하게 바다를 끼고 있는 이집트 ‘다합’의 바닷속 풍경은 절세가경이었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그가 가지고 있던 도시에 대한 생각을 완벽히 깨 버리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결정적으로 그의 여행 스타일이 바뀐 것은 남미의 최고봉 아콩카구아Aconcagua 산 등반에 실패하면서부터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국경 부근에 있는 6,959m의 산으로 20일 동안 머무를 수 있는 허가증이 있는데, 15일째 되던 날 그가 준비해 간 텐트가 부러지는 사태가 일어났다. 텐트 없이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은 절대적으로 무리였던 상황.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그는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때부터 운동화를 벗어 던졌다. 전체 여정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간의 여행을 돌아보자는 단계에 도달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트레킹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300달러도 잃어 보고 샌프란시스코 도시에 흠뻑 취해 보면서 애초 산山과 산山을 연결하는 계획에서 살짝 벗어난 여행을 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오직 산을 고집하던 그가 마음에 바다를 품었고 도시 역시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을 바꿨으니, 그 또한 그의 여행에서 만난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칠레 토레스 델 파이메 트레킹 중 그림같은 풍경을 보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페루 마추픽추 트레킹에서는 고대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그랜드 캐년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압도적으로 보여준다 

글 손고은 기자  사진제공 김동우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지난 7월1일에 출간한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는 약 300일 동안 중국→아프리카→남미→북미로 트레킹을 다녀온 김동우의 리얼 체험 여행기다. 야딩, 카라코람하이웨이, 윤즈밸리, 와디 무지브 등 트레킹으로 여행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모았다. 예비 트레킹 세계일주자들을 위한 여행 정보, 장비에 대한 ‘깨알정보’도 꼼꼼하게 기록했다. 앞으로 남미→북미의 색다른 여행기도 계획 중이다.  
 
청춘에는 이유가 없다. 
마음이 가면 그걸로 된 거다.
이유가 생기는 순간 더 이상 
청춘이 아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자신감.
언제든 끝날 수 있다는 초연함.
언제든 그럴 수 있다는 의연함.
난 이 모든 것의 청춘이고 싶다.
언제까지나….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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