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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어느 카페 이야기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4.08.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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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서촌 골목에서 한참을 헤맸다. 쭉쭉 뻗은 광화문 거리에서 조금 걸어 올라왔을 뿐인데 한적하고도 좁은 골목길이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고 작은 상점들과 기와를 얹은 한옥 몇 채가 눈에 띄었다. 좀더 깊숙한 곳으로 스며 들어가니 어디선가 재잘재잘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2010년 외주 방송 프로덕션에서 유럽 기차여행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후 <유레일 루트 디자인>이라는 책까지 낸 김덕영 프로듀서(이하 김PD). ‘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딛고 나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었고 낡은 건물을 개조해 오래전부터 꿈꿔 왔던 복합문화 창조공간을 마련했다. ‘김PD의 통의동 스토리’는 테이블 여섯 개 남짓밖에 없는 소소한 공간이지만 주말이면 언제나 작은 소란이 인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던 애초의 목적대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지정해 읽고 함께 모여 토론하는 북클럽과 각계의 전문 강사를 초빙한 인문학 아카데미를 비롯해 때때로 작은 콘서트도 열린다. 뮤지컬 배우들이 모여 대본 연습을 할 수도 있고 공간이 필요한 신인 작가들에게  무료로 전시 공간을 내주기도 한다. 그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이벤트는 ‘사랑의 작대기’와 ‘장롱 와인 블라인드 콘테스트’다. 30~40대의 늦깎이 청춘들이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는 김PD. 첫 번째 사랑의 작대기에서는 남·여 13명이 모여 만남을 가졌고 무려 5쌍의 커플이 탄생하는 대박을 터트렸다고. 야심차게 준비한 장롱 와인 블라인드 콘테스트는 20가지가 넘는 와인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시간. 포틀럭 파티Potluck Party처럼 각자 와인 한 병씩을 가지고 카페로 모여 가장 맛 좋은 와인을 뽑는데, 와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 탐나는 프로그램이다. 

즐거운 아이디어가 있으니 사람이 모이지 않을 리가 없다. 건축가, 요리사, 아티스트, 사진작가, 모델, 영화감독 등 하는 일도 가지각색이다. 설치미술가는 카페에 어울릴 법한 조형물을 만들어 주었고 요리사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매출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러한 작은 것들이 모여 그들만의 돈독한 관계를 만들고 있다. 얼핏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곳, 서촌의 어느 카페 이야기다.  
 
김PD의 통의동 스토리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26-5   070-8987-0408 
아메리카노 4,000원, 수제 레몬에이드 6,500원, 브런치 9,500원, 베라찌노 키안티 클라시코Verrazzano Chianti Classico 6만3,000원 
 

김PD의 통의동 스토리에 갔다면 낮에는 커피를, 저녁에는 와인을 한 잔 마셔 보자
야외 테라스 벽면은 신인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페 한 켠은 김PD의 ‘책 쓰는’ 공간이다. 조만간 <뒤늦게 발동걸린 인생들의 이야기>의 후속작이 출간될 예정이다  
와인 애호가라면 솔깃할 법한 ‘장롱 와인 블라인드 콘테스트’. 한달에 한 번 진행한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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