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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CHURCH-상실이 예술이 되는 도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9.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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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건물들, 싸늘한 거리. 
예전과 같지 않다 생각해 
크라이스트처치를 그냥 지나친다면 
모험가로서 큰 손해다. 
재난의 아픔을 서로가 보듬으며 
만져 주고 있는 크라이스트처치는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색다른 도시다.
 
 
대성당 광장Cathedral Square에서 볼 수 있는 뉴질랜드 예술가, 크리스트 히피Christ Heaphy와 사라 휴즈Sara Hughes의 작품. 삭막한 철조망이 예술가의 색으로 예쁘게 장식됐다  
 
2010년 7월1일 그리고 2012년 6월3일, 대규모의 지진은 크라이스트처치 사회 전체에 아물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채 185명의 생명을 한순간에 빼앗아 갔다. 다양한 문화, 활발한 사회, 전통 유럽식의 건물양식들과 아름다운 경관의 어울림을 자랑하던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아픔이 되어 버렸다. 재난 후, 2년 동안 무려 1만1,000번 이상의 여진과 재건 작업에 엇갈리는 의견이 반복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크라이스트처치에 등을 돌렸고, 불분명한 미래를 앞둔 크라이스트처치를 몇몇은 ‘국가로부터 버려진 도시’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아플수록 강해진다는 말은 진실이었다. 일어서지 않으면 버려질 거라 생각한 크라이스트처치 주민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지키고자 떠나지 않겠다는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서로에게 심어 주었다. 젊은 학생들은 삽을 들었고 예술가들은 그들이 지닌 재능을 가지고 도시로 나와 각자 사회에 자그마한 힘이 되었다. 

재건 작업이 한창인 크라이스트처치는 예측할 수 없는 소소한 재미와 삶의 ‘임시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준다. 사실상 도시 전체를 재건해야 하는 것이기에 단기간을 위한 임시 건물이나 시설이 대부분이고 이런 독특한 환경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 또한 여러 가지다. 도시 분위기를 활발하고 한층 더 생동감 있게 하는 ‘임시적’인 거리 예술을 예로 들 수 있다. 재건 작업에 예술을 더해 크라이스트처치 도시의 한 배경이 되었고 휴식을 찾고자 하는 주민들에게 자그마한 문화적인 기쁨을 주었다. ‘항시적’으로 머무는 예술작품이 아니라 ‘임시적’인 것들이기에 방문할 때마다 다른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 혹은 다른 곳으로 옮겨져 색다른 환경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게다가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기에 작품 감상의 의미와 감사함이 남다르다.

지진 전의 카페와 레스토랑과 같은 시설들은 다시 복구되었고 재건 작업을 배경으로 해 색다른 콘셉트로 탄생하고 있는 다양한 시설들은 재미를 줄 뿐만이 아니라 크라이스트처치 사회에 대한 이해 또한 돕는다. 도시 곳곳에 자리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골프코스, 책을 교환할 수 있는 냉장고나 함께 쓸 수 있는 자전거 거치대 등 서로를 돕기 위해 만든 시설들은 크라이스트처치 주민들의 서로에 대한 배려와 협력 그리고 어려울 때일수록 예술과 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정서를 반영한다. 

재건 작업으로 인해 때론 불편할 수도 있지만 매일매일 일어나는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고, 세계의 건축가, 뉴질랜드 시민 등을 포함한 전 세계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도시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롭게 단장하고 있는 현재의 크라이스트처치가 선사하는 특별함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트래비스트 김민정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크라이스트처치는 오래 전부터 아름다운 광경으로 뉴질랜드 국내에서도 유명했다. ‘가든 시티Garden city’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세계 3위의 도시공원 해글리 공원Haglet park을 비롯해 무려 700개의 정원과 공원을 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로 20분 거리에는 잔잔한 물결을 보며 책 읽기에 딱 좋은 바다 위의 도서관, 뉴 브라이튼 도서관New Brighton Library과 일출 시간이 되면 연분홍빛으로 바다 전체가 물드는 섬너Sumner 바다까지 있으니 뉴질랜드의 어느 도시보다 자연과 가장 잘 조합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트래비스트 김민정씨는?
현재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University of Canterbury에서 미디어학과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는 꿈 많은 여행자다. 
 
 
2010년 대성당 광장에 환경 시위의 목적으로 세워진 이정표에는 지진 후 많은 이들의 응원 메시지로 가득하다  
무너진 건물의 상처를 치유하는 듯한 벽화. 콜롬보 스트리트Colombo Street와 헤리퍼드 스트리트Hereford Street의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Christchurch Cathedral. 크라이스트처치의 심볼이었지만 현재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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