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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두근두근 캠핑로드-캠핑 어디까지 해봤니?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4.10.0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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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래서 내 옆자리 김 모 부장은 점찍어 두었던 캠핑장 예약을 성사시켰을 때마다 “앗싸! 예약했어!”라며 가장으로서의 성취감에 젖는다. 이렇게 열정을 쏟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복작복작함이 싫어서 ‘캠핑을 접었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래서 텐트와 함께 캠핑을 접어 버린 사람들, 혹은 당신! 
주말에 집안에서 왠지 모를 허함을 견디느라 오랜만에 책을, 
그것도 만화책을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당신에게 권하는 책이 바로 <두근두근 캠핑로드>다.
 
 
캠핑만큼 재미있는 캠핑만화 

주인공은 그대처럼 캠핑 열풍 때문에 붐비는 캠핑장이 싫어서 수년 전에 캠핑을 ‘접었던’  ‘노부(32세)씨’와 그의 아내 ‘메구미(20세)’다. 노부씨는 옆집 아저씨 같은 어수룩한 외모지만 알수록 매력적인 만능 레저맨. 특히 캠핑과 낚시 분야에서 거의 맥가이버 수준의 생존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왕년’에 아웃도어 마니아였던 그의 재주들이 하나둘, 양파껍질 벗기듯 드러나게 되는 계기는 12살 연하의 신부 ‘메구미’와의 신혼생활 덕분. 이 호기심 가득한 아가씨, 아니 아줌마는 남편 노부씨를 통해 캠핑, 낚시, 스쿠버 다이빙, 요리, 채집 등등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착실한 입문자이자 귀여운 분위기 메이커다. 호기심만큼이나 엄청난 식탐도 노부씨의 캠핑 요리 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책은 캠핑이라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당신의 손을 꼭 잡고 ‘야외활동 백과사전’의 대장정을 걸어간다. 캠핑 입문에서부터 텐트, 삼림욕, 산나물과 곤충 채집, 수제 소시지, 바이크 캠핑, 폭죽 이벤트, 바다낚시, 민물낚시와 생선 손질, 바비큐, 버섯, 장어, 숯 만들기, 논일, 오프로드, 패러글라이딩, 인디언 텐트, 온천, 문어숙회, 버드 워칭, 빙어 낚시, 수제 정수기, 스노보드, 이글루 만들기, 스쿠버 다이빙, 웨일 워칭, 카약, 야외 칵테일, 건어물 만들기, 갯벌 조개잡이, 루어 낚시, 부메랑, 자전거, 배스 낚시, 보디 보딩, 등산, 풀벌레, 화석 발굴, 목장 캠핑, 연 날리기 등에 이르는 66개의 에피소드가 버킷리스트처럼 이어진다. 마치 ‘야외활동, 어디까지 해봤니?’라고 묻는 것만 같다. 여기에 소개된 에피소드들만 섭렵해도 웬만한 생존기술과 자연체험은 마스터하게 될 정도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일본에서 원작의 출판 시점이 1996년이니 벌써 20여 년이 지난 이야기라는 점. 캠핑 고수들은 이제야 한국에 소개된 이 철 지난 만화에서 ‘복고의 향수’가 물씬 난다고도 할 정도다. 게다가 지난 세월 동안 (주로 고급화를 지향해 온) 장비의 변천사는 놀라울 정도이니 격세지감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야들은 여전히 생소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한 것은 보면 적어도 레저 분야에서만큼은 분명 일본이 먼저 대중화를 이룬 분야들이 있고 더 폭넓은 애호가 계층이 형성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실정이나 문화와 맞지 않는 에피소드들도 간간히 등장한다. 예를 들어 땅을 파서 노천 온천을 만드는 것이나 생소한 요리 부분에서 문화적 이질감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번역본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만화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다. 노부씨 부부와 함께 레포츠를 즐기며 갈등을 씻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는 회사 동료, 이웃, 친구들의 이야기에는 ‘사람의 향기’가 배어 있다. 큰 웃음이나 벅찬 감동은 없지만 잔잔하고 훈훈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역시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을 피해 자연 속으로 도피하는 레저라면 결국 오지로, 오지로 숨어들 일만 남지 않겠는가.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초대된 등장인물들은 어느새 완고한 마음을 풀고 어린잎처럼 보드라워져 있다. 그런 미덕이 있기에 이제 막 캠핑을 시작하는 초심자들이라면 마음이 더 ‘두근두근’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골이 난 각 분야의 고수들이라 해도 입문자 시절에 겪었던 온갖 시행착오들을 떠올리며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된다. 사실 노부씨도 아웃도어 붐이 불면서 캠핑장이 붐비는 바람에 캠핑을 그만 두었지만 호기심 많은 아내 덕분에 다시 아웃도어 활동의 즐거움을 찾게 되었으니 말이다. 

20여 년 전의 일본이 그러했든 과열된 캠핑 붐에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면 잠시 캠핑을 멈추고 독서를 하시라. 마지막 6권을 덮은 후 오래 접어 두었던 텐트를 다시 펼쳐 장비를 점검하는 자신을 기대해도 좋다. 

 

두근두근 캠핑로드 
한국에 ‘에키벤’ 마니아를 양산시켰던 바로 그 만화 <에키벤 철도 도시락 여행기>의 바로 그 작가, 하야세 준의 작품이다. 다방면의 아웃도어에 도가 튼 자신의 체험을 살려서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함께 버무린 작품. 각 상황에 맞는 요령이나 장비에 대한 깨알 같은 정보는 그림으로 표현했기에 더욱 이해하기도, 기억하기도 쉽다. 각권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 권을 보고 싶은 충동과 당장 야외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상충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1권 삼림욕 즐기기> <2권 비비큐 시즌> <3권 텐트 로망> <4권 마음은 탐험가> <5권 하늘과 바다, 첫사랑> <6권 계절의 발견>
하야세 준 글·그림 |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각권 1만원(전 6권)
 
글 천소현 기자  그림제공 『두근두근 캠핑 로드』 (전6권, 세미콜론, 2014)
ⓒ JUN HAYASE 1996 / Futabasha Publishers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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