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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TRAVELLER] 김치버스 프로젝트 류시형 팀장 -숙성 4년차 김치버스의 세계여행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4.10.06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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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없으면 못 산다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김치를 만들며 여행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가 가는 길에는 언제나 김치가 있다.
 
남미 페루의 안데스 산맥을 넘는 도중 만난 작은 장터. 해발 4,000m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직접 만든 수제품을 들고 나온 사람들과 안데스 산맥의 배경이 아름답다 

흥미로운 제보가 들어왔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김치와 한식문화를 알린다는 ‘김치버스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 김치버스는 페루에 있다는 소식과 함께. 김치버스 프로젝트의 류시형 팀장이 운영한다는 블로그에 접속해 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언젠가 한국에 돌아오면 꼭 한번 만나 보고 싶다고. 1시간쯤 흘렀을까. 뜻밖에도 류시형 팀장으로부터 ‘오늘’ 한국에 도착한다는 답변을 받았고 8월 말의 어느 날 김치버스의 아삭아삭한 남미 여행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미국 피츠버그. 길을 잃었던 상황이었지만 생각지 못했던 풍경에 감탄했다
우유니 소금 사막. 재밌는 사진은 여행의 또 다른 추억이다
 
지구 반대편, 김치열풍을 일으킨 남자 

‘Kimchi(김치)’가 선명하게 적힌 빨간 버스는 지난 5월14일부터 100일 동안 남미 구석구석을 질주했다. 바로 김치버스다. 김치버스 프로젝트 류시형 팀장의 남미 여행은 바로 이 김치버스와 함께였다. 

그는 지구 반대편 낯선 땅에서 김치를 넣은 타코, 부리또 등 퓨전 한식을 비롯해 김치와 함께 불고기, 잡채 등 전통 한식을 만들었고 그 음식을 볼리비아의 라파스 한글학교, 브라질 상파울루의 축구 경기장 앞, 아르헨티나의 중남미 한국문화원 등 남미 곳곳에서 만난 세계인들에게 선보였다.

“페루에서 볼리비아,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칠레까지 총 6개국을 방문했는데 남미에 울려 퍼진 한류열풍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단지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가져 주고 친근하게 다가와 주었거든요. 김치의 인기도 대단했습니다. 김치버스 프로젝트 팀은 남미를 여행하면서 학교나 광장, 길거리 등 다양한 곳에서 시식 및 시연행사를 가졌는데, SNS에 미리 공지를 올리면 그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일부러 행사장을 찾아오는 분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김치버스 프로젝트 팀이 주최한 한식 페스티벌을 꼽았다. 페루 리마에서 페루 관광청의 장소 협찬을 받아 진행한 컨퍼런스인데 각국의 관광청, 페루의 주요 언론사들, 외식업체 관계자들, 한식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까지 약 1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김치를 비롯해 한식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스페인어로 전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 나눠 주는 것보다 한식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더욱 특별했다고.
 
시작은 사소하게, 그러나 특별한 여행

그의 여행이 왜 김치버스와 함께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물음은 2006년, 그가 스물 넷에 떠난 유럽 여행에서부터 시작한다. 경희대학교 조리학과 학생이었던 그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배우면 요리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220일간 무전여행을 떠났다. 유명한 관광지를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직 히치하이킹으로만 유럽 전역을 떠돌며 그 나라의 현지인처럼 먹고 자고 즐기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는 여행자가 되어 돌아왔다. 다시 여행을 떠난다면 꼭 자동차를 가지고 가보고 싶은 곳을 돌아다니겠다는 소망과 함께 말이다. 그 당시 그에게 자동차는 없었지만 미래에 함께할 차의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 전공이 요리와 가까워서인지 음식과 관련된 단어를 생각하게 됐고 누가 봐도 한국에서 왔는지 알 수 있는 ‘김치’에 만국공용어 ‘버스’를 더했습니다. 김치버스라는 이름은 그렇게 우연히 붙여진 거에요. 처음부터 한식과 한국 문화를 알리자는 거창한 목표를 두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만약 이 일을 커다란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추진했다면 더욱 부담스럽고 어려웠을 겁니다.”

분명한 것은 김치버스를 활용해 특별한 여행을 해 봐야겠다는 다짐이었다. ‘김치로 음식을 만들어서 팔아 볼까?’, ‘각 나라의 채소로 김치를 만들어 볼까?’ 그렇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음식을 만들 공간이 필요했고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를 한국에서 공수 받아야 하는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후원업체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제안서를 보냈지만 유명한 인물도, 소위 말하는 ‘빽’도 없는 평범한 대학생에게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럴수록 그의 의지는 단단해지고 계획은 더욱 튼튼해졌다. 같은 과 선후배 두 명을 팀원으로 영입했고 정확한 일정과 예산, 홍보 방법과 효과 등 구체적이고도 실현 가능한 제안서를 준비했다. 결국 그는 현대자동차와 광주광역시 등 몇 군데로부터 약 2억원의 지원을 받는 데 성공했고 2011년 10월, 400일 동안 러시아부터 시베리아 횡단을 거쳐 유럽과 미국, 캐나다까지 5만2,000km에 걸친 길고도 먼 첫 번째 여행을 시작했다.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계획한 지 3년 만이었다.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그는 27개국, 130여 개 도시에서 53회의 김치요리 시식 행사를 가졌다. 보관이 까다로운 김치는 50~70kg씩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고 두어 달에 한 번씩 한국에서 절인 배추를 공수 받아 그때그때 김치를 만들었다. 

첫 번째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후, 그는 약 한 달 가량 국내를 비롯해 도쿄, 후쿠오카, 아키타, 히로시마 등 일본 일대를 김치버스와 함께 순례하는 두 번째 여행도 다녀왔다. 그러니까 이번 남미 여행이 김치버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여행인 셈이다.
 
 일본 아키타현의 작은 분교에서 열린 김치클래스. 이나니와 우동면으로 만든 콩국수와 가지김치 
 브라질 월드컵 때 상파울루. 한국의 마지막 경기 직전 한인타운 거리에서 열린 K-food Festival을 취재하던 현지 방송팀  
브라질 사람들은 김치와 한국음식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래도 이건 분명 여행이야 

뜻 깊고 의미 있는 여행이지만 때로는 고행길이 되기도 했다.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남미에서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고, 인접 국가라고 해도 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일정을 맞추기 위해 밤 새워 운전하며 이동한 적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변수는 언제, 어디서 고장날지 모르는 김치버스였어요.”

김치버스는 현대자동차의 카운티 25인승 소형 버스 98년도형을 캠핑카처럼 개조한 것인데 워낙 오래된 차량이기도 했고 일정 때문에 무리하게 달려 고장이 잦았다. 게다가 이미 유럽 일대와 미주, 일본까지 다녀왔으니 온전할 리가 없었다. 결국 볼리비아에서는 엔진을 교체해야만 했고,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부품들을 정비해야 하는 일들이 끊임없이 생겼다. 100일 동안 정비소에만 40여 차례 방문했다고 하니 그의 남미 여행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음이 느껴진다. 단순히 놀고 먹는 여행이 아니고 공동의 목표가 있는 여행이었기에 때로는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응원했다고. 

하지만 그의 여행이 오로지 김치를 외치며 한식을 알리는 데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여행의 주재료는 이과수 폭포, 우유니, 아타카마 사막, 마추픽추, 나스카 등 남미의 대표적인 여행지였고 김장시연이나 시식행사 등 김치와 관련된 이벤트는 양념처럼 곁들였다.

“김치버스 프로젝트는 여행을 베이스로 하는 자연스러운 문화 이벤트였습니다. 상업적이거나 광고 목적을 가지지 않고 대중에게 다가갔기 때문에 더욱 거부감 없이 관심을 가져 준 게 아닐까 싶어요.”

알리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떠나서 알리는 것. 그것이 김치버스 프로젝트의 초심이었다.  앞으로도 정해진 삶보다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여행하겠다는 그의 네 번째 여행지는 어디가 될지 궁금해진다. 
 
폴란드 크라쿠프의 옐로우독 아시안 레스토랑에서의 김치버스 행사
페루 리마의 광장에서 시즌3 팀원들과 한 컷
우유니 소금사막에서의 일몰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류시형 팀장
경희대학교 조리학과를 졸업했고 김치버스 프로젝트의 팀장이자 <26유로>, <400일간의 김치버스 세계일주>을 펴낸 여행작가다. 김치버스 프로젝트 이외에도 요리 강연, 대학과 기업 및 지자체에서 강의를 하며 꿈을 찾는 이들에게 열정과 용기를 전하고 있다. 

김치버스 프로젝트 
한식을 대표하는 우리 김치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다. 25인승 소형 버스를 캠핑카처럼 개조해 직접 담근 김치를 싣고 지구촌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그 맛과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첫 시즌에는 2011년 유럽과 미주, 캐나다를, 두 번째에는 국내와 일본, 그리고 세 번째로 이번 남미까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김치버스 프로젝트는 류시형, 김승민씨를 중심으로 여행의 성격에 따라 구성원들을 보충했다. 일본어, 스페인어 구사가 가능한 이와 영상 촬영을 담당했던 팀원까지 모두 공개 모집을 통해 김치버스 프로젝트 팀에 합류했다.
 www.kimchibus.com, www.facebook.com/kimchibus
 
글 손고은 기자 사진제공 류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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