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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사대부의 경계를 허문 ‘가문’ 이야기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4.11.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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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문벌이 높고 격식을 갖춘 사대부들의 정신이 깃든 상차림, 요란하지 않고 정갈하면서도 맛의 기본과 전통을 지킨 음식이 바로 서래마을 ‘가문’에 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종가 음식의 요리법을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아들, 노영균 대표가 그 기품이 담긴 음식을 대중 앞에 내민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의성 김씨다. 그 어머니의 어머니는 풍양 조씨,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는 안동 권씨다. 종가의 규범을 자연스럽게 전해 받을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는 경주에 본을 둔 노씨 집안에 출가하여 막내아들 노 대표를 얻었다. 이러한 탄생의 배경 때문에 아들인 노 대표가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는 결국 어머니의 손때 묻은 칼을 잡았다. 20여 년 전 일본 유학시절,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한식이 일식에 비해 세계화되지 못했던 현실이 누구보다 아쉬웠던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 가문의 음식은 종가에서 내려오는 조리법을 토대로 요리하되 양념이 강하지 않다.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그 음식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잘 알려졌다 하는 비빔밥도 고추장의 매운맛 때문에 꺼리는 외국인들도 많은데 가문의 ‘헛제사 밥’은 그 매운맛을 극복했다. 제사를 지내지 않은 날에도 제삿상에 올리는 나물들로 비빔밥을 똑같이 만들어 먹었다 하여 ‘헛’이 붙여진 헛제사 밥은 고추장 대신 종가 간장으로 비벼 먹는 것이 특징이다. 그 맛은 의외로 보통의 비빔밥을 능가한다. 깔끔하고 담백하며 배가 터질 것 같은 포만감이 아니라 만족스럽다. 

몸에 이롭지는 않더라도 해가 돼서는 안 된다는 그의 음식 철학 덕분에 사용하는 재료도 건강하다. 팥죽은 천연 단맛을 내는 여러 가지 한약재를 베이스로 끓여냈고 뼈와 껍데기를 제거해 기름기 없는 ‘흙삼탕’에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오징어 먹물을 첨가했다. 기본 찬으로 나오는 밀전병은 시금치, 홍삼 엑기스 등 제철 채소로 즙을 내어 색을 입혔으며 한국 전통의 오방색이 돋보이는 갖가지 채소들과 함께 내놓는다. 또한 모든 음식은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진다. 그러니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고자 하는 수고로움과 정성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가문   서울시 서초구 서래로 24 다솜빌딩 2층   헛제사 밥 1만5,000원, 따로 국밥 1만5,000원, 골 떡국 1만2,000원, 건진 국수 9,000원, 사대부 찜닭 2만7,000원 
 02-3477-3015   www.kamun.co.kr
 
가문에서는 일반 식기보다 위생적이라는 놋그릇을 사용한다  
노영균 대표는 약 1,800여 가지의 사대부 요리를 시즌마다 조금씩 변형해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음식에 필요한 된장, 간장 등은 상주 본가에서 직접 담근다  
손님들은 원하는 와인을 외부에서 가져다 마실 수 있으며 코르크 차지는 없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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