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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Column] 여행이 뭡니까?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5.01.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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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 트래비아카데미에서 강의를 수강하러 왔던 중년 신사가 질문을 하나 던졌다. “팀장님은 여행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대기업의 인센티브 여행을 담당한다는 그는 요즘 여행에 대해 회의가 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끝내 답을 주지 못했다.  

대신 지난해 9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관광의 날 행사에서 들었던 UNWTO 탈렙 리파이Taleb Rifai 사무총장의 연설이 생각났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운전사를 바라보며, 혹은 호텔에 들어설 때 문을 열어 주는 도어맨을 마주할 때면 나는 여행산업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를 생각합니다. 여행산업은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돈을 벌 수 있게 해서, 그들이 아이들을 먹이고 학교를 보낼 수 있게 해 주니까요.” 그리고 이어진 영상 속에서는 아프리카의 부부, 베트남의 뱃사공, 중동의 여인이 나와 ‘여행업은 내 인생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일생 단 한 번도 태어난 마을을 벗어나 보지 못했을 것 같은 그들이 말이다. 

세계인구의 11명 중 1명이 직간접적으로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다. 창출되는 경제효과는 1조4,000억 달러, 세계무역의 6%를 차지한다. 잘 와 닿지 않겠지만 2013년 한 해 동안 10억8,700만명이 지구촌 곳곳을 여행했다. 그중에 8명어치의 여행은 내가 다녀온 출장이고, 동시에 11명 중의 1명인 바로 그 여행업 관련 노동자가 바로 나다. 누군가에게 여행이 힐링이고 선물이고 도피고 재충전일 때 내게 여행은 밥벌이였다. 여행 분야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가공해서 판매하는 지식노동자로, 여행 원고를 팔아 김치찌개를 끊이고, 보일러를 돌리고, 가끔 영화관에 간다. 

지난해 어느 대학의 특강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저는 지금까지 여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는데요, 오늘 강의를 들으니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제가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를, 그러니까… 저를 좀 꼬셔 주세요.” 

그에게 나는 꽤 따분한 답을 주었다. 여행은 꼭 가야 하는 무엇이 아니라고, 여행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찾아보라고 말이다.  
여행 노동자로서 속마음은 이렇다. 그에게 여행이 무엇이든 내 알 바가 아니다. 세상에는 10억8,700만개의 여행이 있으므로. 분명한 것은 우리가 여행에서 지출하는 100달러 중 적어도 5달러(겨우 5달러!)는 현지에 남아 누군가 식량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40개국에서 여행산업은 원유 다음으로 중요한 외화수입원이라는 것이다. 아무쪼록 그가 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남미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인도의 릭샤꾼들이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나도  오래오래 여행 원고를 쓰면서 가끔은 쇠고기도 굽고, 여행도 할 수 있게 말이다. 
 
통계출처
UNWTO Tourism Highlights,2014 Edition
 
글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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