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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Column] 유류할증료 제로 트라우마

  • Editor. 김선주
  • 입력 2015.01.0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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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값 하락으로 여기저기 생기가 감돈다. 주유소에는 주저 없이 ‘가득 채워 달라’는 주문이 잇따르고, 연료 소비가 많은 대형 차량도 부쩍 잘 팔린다. 연료비 걱정에 골머리를 앓던 항공사는 홀가분한 기색이다. 마른 논에 물 들어차듯 저유가의 기적이 이곳저곳 틈틈이 파고든다.

여행객도 그 기적을 실감한다. 유류할증료* 인하행진이 이어져서다. 한 푼이 아쉬운 알뜰 여행객에게는 이만한 선물도 없다. 일 년 전 이맘때 미국 왕복 항공권을 끊으려면 308달러의 유류할증료를 따로 내야 했지만 지금은 116달러면 족하다. 유류할증료로만 20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애지중지 모은 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해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려다 그만뒀던 한 지인은 이참에 다시 여행을 벼르고 나섰다. 백만원에 육박했던 유류할증료가 못내 아깝고 불만스러워 가족여행을 포기했었지만 지금 수준은 감당할 만하단다.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 아예 유류할증료 ‘제로’에 대한 들뜬 기대도 나돌기 시작했다. 2014년 12월16일 현재, 국제유가는 최근 5~6년 새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는데도 여전히 하락세에 있다. 2015년 유류할증료 탄생 10주년 깜짝 선물로 유류할증료 면제 소식이 들려올지 누가 알겠는가! 여행객이라면 반색할 소식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동안 지켜본 입장에서는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트라우마일까? 왠지 불안하다. 기억 속의 제로 유류할증료는 선물이 아니다. 끔찍했던 시절의 표상일 뿐이다.

유류할증료가 면제됐던 시기는 단 한 번뿐이다.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이다. 세계 금융위기의 삭풍이 몰아치던 시기였다. 경기가 활황일수록 국제유가도 오르기 마련인데 그 반대의 상황이 전개됐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국제유가가 급락에 급락을 거듭했다. 급기야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유류할증료도 가뭇없이 사라졌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다 보니 유류할증료 제로를 만끽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해외여행자 수 신기록 행진도 끝장나 버렸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여기저기서 하소연했다. 

물론 지금 상황은 다르다. 그때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불황이 국제유가 급락을 초래했지만 지금은 산유국 간의 에너지 패권 경쟁과 이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불황의 조짐이 없으니, 있다 한들 희미하니, 일단 안심이다. 다만 곤두박질친 기름 값이 새로운 불황의 도화선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다행히 여행수요 동향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인다. 그 기세 그대로 저유가의 달콤함만을 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유류할증료 항공사의 과도한 유류비 부담을 덜어 준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전달 16일부터 이번 달 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가격(MOPS)을 기준으로 다음달의 각 지역별 유류할증료 액수가 정해진다. MOPS가 갤런당 150센트 이상일 때부터 시작해 10센트 단위로 33단계까지 올라간다. 1월은 6단계까지 하락했다.    
 
글 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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