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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영철의 홍콩 어게인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5.01.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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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홍콩에 가면 개그맨 김영철씨를 떠올릴 것 같다. 얼마 전 홍콩에서 하루 여섯 끼씩 먹으며 ‘먹방’을 찍고 돌아왔다는 것 외에도 그의 홍콩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홍콩’이라는 두 글자에 눈빛이 먼저 반응하는 그를 만났다.

Q 홍콩만 여덟 번 방문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1999년, 내 생애 첫 해외 여행지가 홍콩이었다. 홍콩은 150여 년 넘게 영국령으로 지낸 역사 덕분에 중화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아직까지 영국의 문화가 남아 있고 CNN에서는 홍콩에 밀집해 있는 세계 금융 시장 소식이 자주 등장한다. 광둥어를 사용하지만 유창한 영어 실력까지 갖추고 있는 홍콩 사람의 모습이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것이 내가 첫 해외 여행지로 주저 없이 홍콩을 선택한 이유다. 몇년이 지나 2007년, 내가 쓴 책  <뻔뻔한 영철영어>가 처음으로 출간됐고 이를 자축하는 의미로 나 자신에게 두 번째 홍콩 여행을 선물했다. 그 후로는 촬영 때문에 간 적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홍콩의 매력에 빠져 1년에 한두 차례는 꾸준히 방문했다. 
 
Q 홍콩에서 촬영한 ‘먹그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지난 11월, 홍콩관광청과 함께 유튜브 홍보 동영상을 제작했다. 처음에는 여자 연예인을 고민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쇼핑’이라는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했고 뻔하지 않으면서도 패러디를 통한 개그와 영어가 가능한 사람을 생각했을 때 내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촬영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패러디 해 ‘먹으러 온 그대’라는 주제로 촬영했다.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말 그대로 ‘먹방’을 찍었다. 3~4분가량의 짧은 영상이지만 하루에 여섯 끼씩 최선을 다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 줬다. 사실 이번 촬영을 마치고 채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김영철의 뻔뻔한 여행’이라는 방송 준비차 또 홍콩과 마카오를 여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언어가 포인트다. ‘쭈뼛쭈뼛한 영어는 가라’, 블로그나 가이드북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인들에게 직접 레스토랑과 카페를 묻고 찾아가 보자는 방식이다. 홍콩은 워낙 잘 아는 도시인지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고 한편 마카오는 처음 가본 곳이기에 신선한 표정을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 
 
홍콩을 대표하는 딤섬. 3,000년 전부터 중국 광둥지방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한 전채음식으로 하가우Ha Gau, 슈마이Siu mai, 차슈바우Cha Siu Bau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애프터눈 티는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마시는 차로 영국에서 시작된 차 문화다. 따뜻한 차와 함께 샌드위치, 케이크 등 디저트와 함께 곁들인다. 과거 영국령이었던 홍콩에는 아직도 애프터눈 티 문화가 남아 있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만두와 면을 한그릇에 담은 완탕면. 우리나라 칼국수와 비슷하다
 
Q 가장 좋아하는 홍콩 음식이 있다면?
나는 ‘면’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스파게티, 소바, 칼국수, 우동, 라면, 팟타이, 잔치국수 등 면으로 만든 음식이라면 전 세계 어느 음식도 다 잘 먹는다. 이번 촬영에서 내가 요청한 사항이 한 가지 있는데 홍콩에서 첫 끼는 완탕면을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몽콕에 있는 식당에서 완탕면으로 첫 촬영을 했는데 거의 한번에 원샷한 수준이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리액션도 잘 나왔다. 
 
Q 홍콩에 가면 꼭 가는 곳이 있는지. 
홍콩섬 센트럴역 근처 프린스 빌딩 25층에 ‘세바sevva’라는 근사한 라운지 바가 있다. 2009년도에 SBS 프로그램 <강심장> 담당 PD가 방송을 그만두고 홍콩에 가 있을 당시 놀러 갔다가 그분의 추천으로 우연히 가게 된 곳이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야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오후 5~8시 사이에 특히 붐비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라 낮과 밤의 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근처에 외국계 금융 회사들이 몰려 있다 보니 치열했던 하루를 마감한 직원들이 퇴근 후 종종 간단하게 맥주나 칵테일을 즐기러 온다. 그곳에 있으면 내가 왠지 그들의 일원이 된 것만 같아 심리적으로 멋지게 성공한 듯한 기분이다. 
 
Q 개그맨 김영철과 홍콩,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밝음’이 아닐까. 홍콩의 야경을 생각하면 한곳에 집약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눈에, 한프레임에 담기는 그 야경이 질릴 줄 알았는데 그 야경을 보기 위해 나는 또다시 홍콩섬에서 배를 타고 구룡반도로 넘어가게 되더라. 뉴저지에서 바라보는 맨해튼의 야경이 길고 은은한 빛이라면 홍콩은 그 빛을 한껏 모아 놓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그만큼 더 빛나고 더 환하다. 화려하다기보다는 밝은 느낌이다. 그 기운이 왠지 나와 닮았다. 
 
Q 여행을 통해 개인적으로 가장 달라진 점, 혹은 깨달은 것이 있다면?
2년 전, 가수 황보가 영어 공부를 위해 홍콩에 잠시 살았던 적이 있다. 홍콩에 여행 가서 황보를 만났는데 그당시 나는 편한 차림의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덥고 습한데 청바지보다는 무조건 편한 게 좋았다. 그때 황보가 이런 말을 했다. “운동복은 운동하러 갈 때나 입는 거야!” 그리고는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기를 권했다. 생각해 보니 언젠가 홍콩의 핫하다는 클럽에 갔을 때 슬리퍼를 신고 있어서 입장을 거절당한 적이 있었고 야시장에서는 왠지 바가지 요금을 뒤집어쓰기도 하는 등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받지 못한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그 뒤로는 여행을 가도 최대한 단정하게 잘 차려입으려고 노력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Q 평소 홍콩 외에도 여행을 즐겨 다니는 편이라고 들었다. 아침마다 라디오를 하면서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을 텐데 본인의 여행 스타일은 어떤가.
보통 라디오 녹음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고정적이고 금요일에는 격주로 진행한다. 금요일 녹음이 없는 주에는 목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3박4일 정도의 일정으로 가까운 곳에 다녀온다. 그래서 일본도 자주 가는 편이고 홍콩도 4시간 정도의 거리인지라 다녀올 만하다. 2014년에는 후쿠오카 두 번, 베트남, 도쿄, 나고야, 홍콩은 벌써 세 번이나 다녀왔다. 어느 방송작가가 ‘3시간이 생기면 영화를 보고 3일이 생기면 여행을 간다’고 했는데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다.
 
Q 단순히 여행을 좋아하는 것 외에도 관광산업과 인연이 있다고 하던데.
대학교에서 호텔관광경영을 전공했다. 아마 개그맨이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딘가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후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라디오도 진행하게 됐고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2010년도에는 서울예술종합학교와 계원예술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 학생들에게   1년 동안 ‘관광영어’를 가르쳤다. 전공이 호텔관광경영인지라 호텔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어 위주로 수업을 꾸렸다. 현재는 정기적으로 출강하지는 않고 특강 위주로 강의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크게 꿈과 비전, 영어 공부법 등을 주제로 강의했는데 이번 홍콩 촬영을 다녀오면서 좀더 다양한 주제로 그 폭을 넓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Q 2015년도 계획은?
지금 당장 무언가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은 없다. 현재 하고 있는 라디오를 꾸준히 하고 싶고 건강관리에도 힘써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가난도 아니요, 병도 아니요, 아픔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건 생활의 권태로움이라고 합니다.’ 생활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작은 습관이 있다. 다이어리 한 권에 매일 스케줄을 계획하는 것이다. 보통 일요일 밤 잠들기 전 한 주의 계획을 세우는데 그렇게 하고 나면 월요병도 극복되고 일주일이 정말 편안해진다. 꽤 아날로그적인 방법이지만 직접 손으로 쓰고 생각하면 실수할 확률이 거의 없다. 2015년도 다이어리는 홍콩에서 구입했다. 
 
그에게 물었다. 여행에 있어 궁극적인 목표가 있느냐고. 언제나 쾌활한 에너지가 넘치는 그에게서 뜻밖에도 사뭇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은 바로 전 세계 어디에 가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그가 영어공부를 10년 넘게 꾸준히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나의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불편함이 사라지니 그들의 문화에 좀더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화권이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홍콩이 더욱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남에게 관심도 없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친근한 곳이 홍콩이란다. 그는 인천과 홍콩을 잇는 국적기와 저가항공사는 물론 지난 11월 캐세이패시픽항공의 증편 소식까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의 홍콩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개그맨 김영철은?
1999년 KBS 14기 공채 개그맨 타이틀 외에도 김영철이 가진 수식어는 많다. <뻔뻔한 영철영어> 책의 저자이자 SBS 파워FM ‘김영철의 펀펀 투데이’의 진행자이며 2014년에만 후쿠오카, 베트남, 도쿄, 나고야, 홍콩 등 9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주말이면 배낭을 둘러메고 산으로 바다로 훌쩍 떠난다는 여행 마니아이기도 하다. 현재 대학이나 기업에서 꿈과 영어공부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통해 많은 이들과도 소통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방송인이다. 
 

구룡반도에서 바라본 홍콩섬. 화려한 야경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낮보다 밤에 더욱 붐빈다
초고층 빌딩으로 가득 찬 홍콩.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이면 도시 곳곳이 화려한 조명으로 차 오르기 시작한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작은 전차 트램
홍콩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 중 하나인 에그타르트. 홍콩섬 소호에 위치한 타이청 베이커리가 유명하다
 
글 손고은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홍콩현지사진 트래비CB 김영철 자료사진제공 홍콩관광청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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