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column] 홀라당 속았네, 쌍춘년
[travel column] 홀라당 속았네, 쌍춘년
  • 차민경
  • 승인 2015.02.05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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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이유로 가끔 여행을 포기하게 된다. 사례를 한번 들어 보면, A는 오매불망 그려 왔던 스페인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단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아 둔 돈을 탈탈 털어 항공권을 예매하고 숙소도 예약했다. 남은 것은 떠나는 일뿐. 그런데 출발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어느날, 돌연 모든 예약을 취소하고 여행을 포기하고 말았다. 너무 늦게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항공권 페널티로 정상가의 60%를 고스란히 항공사에 상납했다고. 이유는 ‘꿈’ 때문이었다. 불행을 암시하는 듯한 나쁜 꿈을 꿨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꿈을 꾼 날이 음력 설이었다나 뭐라나. 황당하지 않은가? 내 얘기다. 

미신을 꼭 믿지 않아도 불길한 것은 피하고 길한 것은 따라가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나 말고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건 최근의 ‘쌍춘년’ 마케팅 때문이다. 2015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웨딩업계와 허니문 여행업계에서는 쌍춘년 마케팅을 시작했다. 2015년이 음력으로 입춘이 두 번 들어 있는 해여서 길하니 이왕이면 올해 결혼도 하고, 허니문도 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웬걸. 올해는 쌍춘년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해가 윤달이 들어 입춘이 두 번 생긴 쌍춘년이었던 것. 양력으로 말하면 2015년 2월18일까지다. 잘못된 정보에 여러 사람이 깜빡 속고 말았다. 지난 <트래비> 1월호에 실린 여행달력에도 올해가 쌍춘년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니 기자들도 미끼에 걸려 넘어진 셈(이 자리를 빌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실제로 이런 속설들은 여행자들에게 효력을 발휘한다. 길하다는 쌍춘년이라고 해서 결혼을 서두르기도 하고, 길하지 않다는 윤달이 끼면 결혼을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허니문 여행사 사무실이 썰렁할 정도다. 이사를 준비할 때 한 번쯤은 ‘손 없는 날’을 찾아보고, 가게 오픈 전에 돼지머리를 올려두고 개업식을 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개인적으로 꿈 때문에 여행을 포기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것들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며 깨달은 것은 ‘절대적’인 것은 없단 것이다. 내가 나쁜 꿈을 꿔서 스페인 여행을 포기했던 그해 설날은 서양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365일 중 하루였을 뿐이다. 그들에겐 쌍춘년도 수많은 해 중 하나일 것이고, 손 없는 날도 마찬가지다. 나쁜 꿈을 꾼 날, 가끔 있었던 악몽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더라면 어땠을까?

스페인 여행을 포기하고 몇 달 동안 우울했던 것을 떠올려 본다. 불행을 피하기 위해 포기했던 여행이었지만, 여행을 가지 않아서 나는 더 불행했었다. 더구나 그때만큼 좋은 기회를 찾지 못한 탓에 나에게 스페인은 아직까지 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가. 이왕이면 좋은 게 좋다는 생각에 한 선택이었는데 말이다. 부디 상술에 속아 지금의 기쁨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기를. 내가 좋은 때가 가장 좋은 때다.  

글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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