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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column ] 알고 보면 공功들인 ‘요우커’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5.02.0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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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游客가 밀려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의 44%(약 1,400만명 중 610만명)가 요우커라는 통계는 체감보다 낮다. 서울 명동거리를 가 보면 알게 된다. 간판도 호객행위도 중국어가 일본어 비율을 압도하고 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엔 어디든 몰상식한 민폐족이 있기 마련이다. 한국 브랜드의 화장품을 한번에 100만원어치씩 쓸어가는 요우커의 통큰 씀씀이야 고마운 일이지만 경복궁 노상방뇨 사건 등은 공분을 자아냈다. 나도 가끔 지하철에서 목청껏 떠드는 이를 만나면 국적부터 궁금해진다. 길게 늘어선 줄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새치기하는 아줌마, 쓰레기통이 낯설다는 듯 샌드위치 껍질을 남기고 사라지는 커플, 내장에서부터 끌어올린 가래침을 거리에 방출하는 아저씨. 전에는 모두 한국인이었던 ‘민폐족’들이 요즘은 요우커일 때가 많아 당황스럽다. ‘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럴 때 감정도 이중적이 된다. 이미 민폐족이 넘치는 이 나라에 타국의 민폐족이 가세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한때(어쩌면 현재도) 악명 높았던 ‘어글리 코리안’에 대해 생각하면 ‘뭐 묻은 개, 뭐 나무라는’ 꼴인데도 말이다. 일부 요우커들의 몰상식한 행동에 대해 중국 언론들이 ‘환경오염보다 중국의 이미지를 더 망친다’고 비난했다니 한국인들만 느끼는 불편이 아닌 모양이다. 어느새 중국은 연간 9,900만명에 이르는 세계 1위의 해외여행객 송출국이 됐다. 

‘중국 여행객 봇물’을 고대하며 온갖 규제 속에서도 중국여행객을 공략해 온 한국 정부와 여행업계의 입장에서는 ‘행복한 비명’이다. 1992년의 한-중 수교에서 시작된 ‘요우커 모시기’는 1998년,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여행 자유화로 인해 가속이 붙었고, 이후 중국인 유치 전담 여행사(문체부가 지정한 여행사를 통해 들어오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해 비자발급절차를 완화해 주는 대신 이탈자 발생 등 문제에 대해 여행사가 관리책임을 진다)들은 중국시장이라는 이유로 감내해 온 부분이 있었다. 2002년 단체관광객에 대한 제주도 무사증 입국, 2012년 국내공항을 경유하는 제주도 단체관광객에 대한 72시간 무비자 등 한국 정부의 파격적 조치들도 있었다. 그리하여 2000년에 56개였던 전담 여행사는 현재 197개로 늘어났다. 굴러 들어온 성공이 아니라 공든 탑이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중국 관광객에 대한 폄하 발언이 지나치게 쉽고 흔하다. 이방인들이 볼까 무섭다. ‘반한反韓 감정’은 역사적, 정치적인 이슈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폐는 비판하되 대응은 이성적이고 점잖아야 한다. ‘환영받는 그 느낌’이 좋아 언제나 다시 가고 싶은 태국을 생각하면 한류韓流만 믿고 방심할 일이 아니다. 
 
글 양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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