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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와일드Wild-길 위에 선 모든 사람들에게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5.02.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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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286km, 2,650마일. 도보로 서울과 부산을 5번 왕복한다고 생각해 보자. 미치지 않고서야 왜 그런 일을 하겠냐마는, 사실 이 거리는 1월22일 개봉한 영화    <와일드>의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가 트레킹을 했던 PCTPacific Crest Trail의 공식적인 거리다. 26살의 여자 혼자 장장 94일에 걸쳐 인적도 없는 사막과 숲을 건넜단다. 실제 발간된 자서전이 영화화된 것이니 ‘설마’ 하는 의심은 접어 두시라. 자서전 <와일드Wild>는 <뉴욕타임즈>는 몰론 아마존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심지어 오프라 윈프리의 ‘오프라 북클럽 2.0’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기록을 위해 PCT에 뛰어든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상상하는가? 그녀의 PCT 트레킹은 기록이나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엄마를 잃고 길을 잃은 셰릴이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로 돌아가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사실 뒷동산 정상에도 오를 열정이 없는 나는 그녀가 왜 하필 고난의 행군을 선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땅을 걷는 것’이 그녀가 딛고 서 있던 땅(엄마)의 부재를 극복하긴 위한 것이란 생각에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길 끝에서 해답을 찾았을까? 그건 당신의 판단에 맡기겠다. 

이쯤 되면 PCT가 뭔지 궁금해진다. PCT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오레곤주를 거쳐, 워싱턴주의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진 트레킹 길이다. PCT와 비교해 보자면 우리나라 백두대간은 도리어 양반이다. 종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평균 5개월로 2개월 정도 소요되는 백두대간 종주보다 훨씬 길다. 국가가 관리하는 땅은 물론 사유지도 지나야 하니 야영을 하기 위한 허가도 받아야 한다. 눈이 내리는 겨울을 피하기 위해 보통 4월에 멕시코 국경에서 출발해 9월에 캐나다 국경에 도착하는 것이 일반적인 완주 일정. 완주에 성공하는 사람만도 수백명에 시즌마다 수십만명이 PCT 트레킹에 뛰어든단다. 

스크린에 가득 차는 황량한 사막, 눈 덮인 산을 보다 보니 기껏해야 한두 시간, 동네 산책만 다니는 나조차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끓어올랐다. 트레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것이다. 올레길, 둘레길은 기본이요 산마다 각종 등산로가 빼곡한 것이 우리나라다. 해외라고 다를쏘냐. 수년 전에는 한국인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같았다던 스페인 순례길 ‘까미노 데 산띠아고’가 유명세를 타자마자 너도나도 찾는 명소가 되어 버린 것은 유명한 일화. 2000년 2,000천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지난 2014년에는 6조9,000억원으로 초고속 성장을 했으니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사람도 많을지 모른다. 

이 길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모두 셰릴처럼 뜨거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누군가는 도전정신으로, 누군가는 호기심으로, 모두 각자의 동기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다른 길처럼 보이는 곳이라 하더라도 빽빽한 숲이라 하더라도 어디든 나아갈 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PCT는 좋은 답을 줄지도 모르겠다. 
 
 

와일드 Wild
감독 장 마크 발레Jean-Marc Vallee
119분 | 청소년 관람불가
셰릴 스트레이드 역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 
바비(엄마) 역 로라 던Laura Dern 
 
글 차민경 기자  사진제공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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