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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부 기차여행③Rennes 렌-브르타뉴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5.02.10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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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에는 300~600년 된 나무 건물 500여 채가 남아 있고, 그곳에 지금도 사람들이 산다
해질녘 렌Rennes의 어느 거리에서 만난 예쁜 간판
 
●Rennes 렌
브르타뉴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

프랑스 북서쪽 귀퉁이에 ‘브르타뉴Bretagne’라 불리는 지역이 있다. 16세기 이전 약 1,000년 동안 유럽의 강력한 공국(군주가 아닌 공작이 통치하는 소국小國) 중 하나로 존재했던 곳이다. 이 지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자신을 ‘프랑스 사람’이란 말 대신 ‘브르타뉴 사람’이라고 소개하길 좋아한다. 일부지만 지금도 브르타뉴어로 말하는 젊은이들이 있고, 브르타뉴 펍Pub과 브르타뉴 콜라가 인기 있는 곳이다.

그 브르타뉴를 대표하는 도시, 렌Rennes을 찾아갔다. 베테랑 가이드 세버린Severine이 가장 먼저 보여 준 곳은 옛 브르타뉴의회Parlement de Bretagne 건물이었다. “브르타뉴가 프랑스의 영토가 된 뒤 프랑스 국왕은 렌에 브르타뉴의회를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지금은 고등법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바로 이 건물이죠. 브르타뉴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혀요.”

브르타뉴의회는 1618년부터 1709년까지 거의 100년에 걸쳐 건설됐다. 당시 왕실 건축가였던 살로몬 드 브롱스Salomon de Brosse가 설계했고, 내부 장식은 루이 14세의 왕실 화가들이 맡았다. 외관도 멋지지만 이 건물의 정수를 보려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재심 이상의 중범죄 재판이 벌어지는 곳이어서 관광객들도 소지품 검사를 거쳐야 입장이 가능해요. 오늘은 프랑스의 공휴일이어서 재판이 한 건도 없네요.”

가이드를 따라 문을 하나씩 열고 들어갈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그 옛날 프랑스에서 손꼽히던 화가들의 섬세한 붓 터치가 천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금빛 장식과 크리스털 조명이 그림에 화려함을 더했다. 공휴일에 찾아간 것이 다행이었을까.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인자와 강도에게 벌을 주는 재판이 열리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100년에 걸쳐 건설된 브르타뉴의회 건물은 브르타뉴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힌다
렌 사람들은 코카콜라 대신 브르타뉴 콜라를 마신다 
 
600살 나무 집에 20살 청춘이 사는 도시

렌 시내 구경에 나섰다. 골목골목에 삐뚤빼뚤 서 있는 오래된 나무 건물들이 참 예뻐 자꾸만 시선을 붙잡혔다. “원래는 이런 나무 건물이 렌 전체에 빼곡했어요. 그런데 1720년에 6일 동안이나 지속된 대형 화재로 800여 채의 건물과 32개 거리가 불에 타 사라졌죠. 당시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에 그 이후론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이 금지됐어요. 그래도 아직까지 500채 정도의 나무 건물이 렌에 남아 있답니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나무 건물은 적어도 300년이 넘은 셈이다. 그중엔 600년 이상 된 건물도 적지 않다. 흥미로운 건 그곳에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점. 특히 오래된 나무 건물일수록 임대료가 저렴해 대학생들의 자취집으로 인기라고 한다. 

이렇게 오래된 풍경을 가졌지만 사실 렌은 아주 젊고 생기 넘치는 도시다. 인구 21만명 중 6만2,000명(약 30%)이 학생이다. 3개의 대학 캠퍼스를 포함해 크고 작은 학교가 이 작은 도시에 몰려 있다. “렌에는 없는 전공이 없어요. 무엇이든 다 공부할 수 있죠. 프랑스 전역, 세계 각지에서 공부하러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래서 대학생들을 위한 저렴한 식당과 술집도 많지요.”

그날도 오래된 나무 집이 있는 곳마다 현장학습을 나온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었다. 깔깔 웃으며 무리지어 다니는 여학생들과 카페 야외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 젊은이들이 렌을 더 매력적인 도시로 꾸미고 있었다.
 
렌에서는 1720년 발생한 대형 화재로 800여 채의 나무 건물이 불타 없어진 뒤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이 금지됐다. 지금 남아 있는 나무 건물은 적어도 300년이 넘은 것들이다


크레페의 원조를 맛보다
렌에서 꼭 먹어 봐야 하는 음식을 하나만 꼽으라면 ‘크레페Creperie’다.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크레페는 원래 브르타뉴의 전통음식이다. 렌에만 크레페 레스토랑이 50개가 넘는데, 그중 ‘모르델문 크레페Creperie des Portes Mordelaises’는 역사와 맛으로 유명하다. 메밀가루 전병에 버터, 달걀, 치즈를 올린 ‘걀레트Galette’를 주요리로 먹은 뒤 크레페를 후식으로 먹으면 브르타뉴식 한 끼가 완성된다. 여기에 사과주 ‘시드르Cidre’ 한 잔까지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6 rue des Portes Mordelasises, 35000 Rennes
www.portesmordelaises.fr
 
글·사진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프랑스대도시연합회Top French Cities, 레일유럽 www.raileurope.co.kr
에어프랑스 www.airfran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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