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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부 기차여행④Nantes 낭트,Bordeaux 보르도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5.02.10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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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tes 낭트
거대 코끼리와의 조우

낭트는 브르타뉴주에 속하지 않는 브르타뉴의 도시다. 브르타뉴 공국이 프랑스로 흡수된 뒤 행정구역상 ‘루아르아틀랑티크Loire-Atlantique주’로 분류되었지만 도시 곳곳에 브르타뉴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브르타뉴 대공의 요새이자 거주지였던 ‘브르타뉴공작성Le Chateau des ducs de Bretagne’과 브르타뉴 최대 성당인 ‘생피에르·생폴 대성당La Cathedrale St. Pierre et St. Paul’도 낭트에 있다. 뿌리를 그리워하는 낭트 사람들은 지금도 “브르타뉴주에 포함시켜 달라”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낭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 또 있다. 바로 테마파크 ‘레 마쉰 드 일 드 낭트Les Machines de I’lle de Nantes·낭트섬의 기계들’의 거대 기계 코끼리다. 목재, 철, 가죽 등의 재료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든 이 코끼리는 사람들을 태우고 코로 물도 뿜으며 거리를 활보한다. 오징어, 물고기, 해마, 새우 등 바다 속 생물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도 있다. 이 회전목마는 2014년, 미국에서 세계최고의 놀이기구 상을 받았다.

역사 깊은 구시가지와 세련된 신시가지가 어우러진 도시에 이렇게 독특한 테마파크가 생긴 데는 배경이 있다. “낭트는 19세기까지 조선업으로 크게 맹위를 떨친 도시였어요. 하지만 조선산업이 쇠퇴하면서 조선소와 조선기술이 쓸모없어질 위기에 처했죠. 낭트시는 조선소 부지의 벽을 터서 시민공간으로 바꾸고, 조선기술에 예술을 접목해 특이한 놀이기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과거의 재산을 버리지 않고 다른 형태로 재탄생시킨 거죠.” 앞머리가 귀여운 가이드 샌드린Sandrine Bernier이 설명했다.

낭트는 현재 32m 높이의 나무 위에 새, 개미, 거미가 움직이는 형태의 거대 놀이기구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총 3,500만 유로(한화 약 458억원)가 투입되는 프로젝트여서 의회를 통과해야 진행할 수 있지만, 완성되면 큰 경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레 마쉰 드 일 드 낭트
Parc des Chantiers, Bd Leon Bureau, 44200 Nantes
www.lesmachines-nantes.fr
 
‘레 마쉰 드 일 드 낭트’ 테마파크에는 움직이는 거대 기계 코끼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코끼리를 보기 위해 낭트를 찾는다
 
 
●Bordeaux 보르도
‘리틀 파리’를 만나다

보르도로 향하는 기차 안, 너른 포도밭이 사방에 펼쳐져 있는 한적한 도시를 머릿속에 그렸다. 맛있는 와인, 그 이상도 이하도 기대하지 않았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다. 사실 와인 하나만으로도 보르도를 찾아갈 이유는 충분했으니까. 늦은 밤 보르도 기차역에 닿았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도심으로 첫발을 들였을 때, 내가 마주한 것은 포도밭도 와이너리도 아니었다. 고풍스런 건물들이 큼직큼직하게 서 있는 큰길 가운데로 최신식 트램이 미끄러지듯 지나갔고 세련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보르도를 ‘리틀 파리Little Paris’라고 부르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나의 놀란 표정을 읽었는지, 보르도에 태어나 줄곧 살아왔다는 가이드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보르도엔 법조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평균 소득이 높은 편이에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알겠지만 패션 트렌드에서도 앞서는 도시죠. 프랑스 의류업체들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 보르도에 가장 먼저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르도에서 잘 팔리면 다른 프랑스 도시에서도 성공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죠.”

보르도는 정말 작은 파리 같았다. 아니, 어떤 면에선 파리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골목 사이사이에 명품 편집매장과 부티크숍, 수제화 가게가 콕콕 박혀 있었고 와인의 도시답게 개성 있는 와인바와 레스토랑이 도처에 자리잡고 있었다. 거리는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했고 파리에서처럼 소매치기의 위협은 느껴지지 않았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진 않았지만 시민들은 친절하고 따뜻하게 여행자를 대해 주었다.

그날 저녁, 보르도 사람처럼 보르도 거리를 걸었다. 부티크숍에 들어가 예쁜 스카프를 한 장 샀고 아름다운 쇼윈도로 유명한 ‘몰라Mollat’ 서점에 들러 책 냄새도 맡았다. 맛있는 와인 하나만으로도 찾아올 이유가 충분했던 이 도시의 무궁무진한 매력에 한없이 빠져든 하루였다.
 
갸론강을 마주한 켄콩스Quinconces광장의 워터미러Water Mirror
‘리틀 파리’라는 별명을 가진 보르도의 도심 풍경
 
보르도에서 와인을 즐기는 방법

보르도에서 자동차로 30분을 달려 세계적인 와인산지 ‘메독Medoc’에 도착했다. 수많은 와이너리 중 이날 보르도관광청이 안내한 곳은 ‘샤토 타일랑Chateau du Taillan’. 크루즈Cruse 가문이 1896년부터 5대째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16세기에 만들어진 이곳의 와인셀러는 프랑스 정부가 문화유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대형 스테인레스통에서 와인을 빚은 뒤 12달 동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시켜요. 레드는 메를로 70%, 카베르네쇼비뇽 20%, 카베르네프랑 10%를 블렌드해 만들고, 화이트는 100% 쇼비뇽블랑으로 만들고 있어요. 2014년에는 날씨가 좋아서 포도 농사가 정말 잘되었어요. 1년만 기다리면 정말 훌륭한 와인이 탄생할 거란 얘기죠. 그 이전 빈티지는 2005년, 2009년산의 품질이 최고예요.” 샤토 타일랑의 오너 아멜 크루즈Armelle Cruse가 설명했다. 그녀는 이 샤토 최초의 여성 경영자다. “2000년부터 제가 맡았어요. 원래 아들이 물려받는 것이 전통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희 집에 딸만 다섯이었거든요. 하하.”

보르도 와인의 세계를 탐험할수록 궁금증이 많아졌다. 보르도 사람들은 어떻게 와인을 즐길까? 또 와인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진 않을까? 다른 곳에  가서도 보르도 와인만 찾아 마실까? 이런 질문들을  쏟아내는 내게 보르도 태생 가이드가 친절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르도에는 와이너리가 워낙 많다 보니 와이너리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부탁하면 프랑스 와인 인증 기준을 통과한 와인을 5~6유로 정도에 살 수도 있죠.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세컨드 라벨 와인이에요. 유명 샤토의 와인을 절반 또는 3분의 1 가격에 마실 수 있거든요. 보르도 와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다른 도시에 가서까지 보르도 것을 찾아 마시진 않아요. 그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맛보는 걸 즐기죠.”

세컨드 라벨 와인은 쉽게 말해 보르도의 특급 샤토들이 내놓는 2급 와인이다. 특급 샤토들은 와인의 품질 유지를 위해 10년 이상 자란 포도나무 열매만 사용하는데, 그 이전에 열린 포도를 이용해 세컨드 라벨 와인을 만든다. “정품보다는 맛과 향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특급 샤토의 것이어서 기본적으로 품질이 보장됩니다. 저렴한 가격에 그랑크뤼급 샤토의 와인을 맛보는 기회도 되고요. 지금까지 많은 세컨드 라벨 와인을 마셨지만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답니다.” 
 
보르도 도심의 고급 와인 판매점 ‘막스 보르도Max Bordeaux’의 인테리어
메독 샤토 타일랑에서는 같은 와인을 빈티지별로 테이스팅할 수 있다. 같은 땅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지만 연도별로 맛이 확연히 다르다
16세기부터 수많은 와인이 이 공간에서 숙성의 과정을 거쳤다

샤토 타일랑 와이너리
56 av. de la Croix, 33320 Le Taillan-Medoc
info@chateaudutaillan.com 
월~토요일 10:00~18:00
 


갸론강 위에서 즐기는 와인의 맛

좀더 이색적으로 보르도 와인을 즐겨 보고 싶다면 ‘보르도 리버 크루즈Bordeaux River Cruise’를 추천한다. 보르도의 심장부를 흐르는 갸론Garonne강 위에서 배를 타고 보르도산 와인과 치즈를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마주하고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즐기는 와인은 몇 배 더 달콤하다. 와인메이커가 함께 탑승해 와인을 설명해 줘 지적 호기심도 채워진다.
선착장 주소 | 2 quai des Chartrons, 33300 Bordeaux
레저크루즈 1인당 18유로부터(1시간 30분, 와인 테이스팅 포함)
17:30~19:00   bordeaux-river-cruise.com
 
글·사진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프랑스대도시연합회Top French Cities, 레일유럽 www.raileurope.co.kr
에어프랑스 www.airfran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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