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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column] 여행기만으로 부족한 자

  • Editor. 신지훈
  • 입력 2015.03.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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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기자다. 기자가 되기 전엔 여행사에서 근무했다. ‘여행이라고 쓰고 출장이라고 읽는다’을 자주 간다는 점은 차이가 없는데 여행기자가 되고 나니 주변에서 ‘부럽다’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 그와 함께 지인들로부터 ‘기레기 아니냐?’는 농담도 듣는다. <트래비>에 유독 내 여행기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외 출장을 자주 가면서도, 왜 <트래비>에 나의 여행기는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말한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다시 말하지만 나는 여행기자다. 올해 10살이 된 <트래비>의 이면에는 23년 동안 매주 발행되고 있는 여행산업 전문지인 <여행신문>이 있다. 매주 꼬박 48~52쪽씩 인쇄되어 나오는 이 신문의 독자는 여행산업 전반에 걸친 사람들, 즉 정부 부처의 공무원과 항공사, 여행사, 랜드사, 호텔, 학계에 몸담고 있는 여행산업 관련 종사자들이다. 

산업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뉴스는 온통 전문용어와 약어투성이다. 민감한 정보도 있고 비리를 고발할 때도 있으며 정책을 비판할 때도 있다. 산업 밖의 일반 독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많다. 가령 국제유가는 계속 내려가는데 항공사는 왜 유류할증료에 반영하지 않는지, 왜 항공사는 갑의 입장이며 여행사는 을의 입장에 있는지 등 구조적인 문제들부터 여행산업 분야에도 빠지지 않는 향응과 접대 등의 비리문제들까지. 감시하고 고발하고 알리는 기자의 역할이 전문지라고 다를 리 없다. 때로는 수고한다는 격려도 받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항의도 받는다. 자사의 보도자료를 꼭 써 달라는 홍보 담당자들의 부탁 혹은 압박 혹은 애교도 없지 않다. 

출장의 성격도 다르다. 지난해 다녀온 출장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열리는 관광마트Travel Mart였다. 한국의 여행사들은 바이어buyer가 되고 현지의 여행사들은 셀러seller가 되어 며칠씩 상담을 진행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시장이자 비즈니스의 현장이다. 해외 각국의 여행산업 흐름을 체크하는 것도 여행전문기자의 역할 중 하나다. 물론 이런 내용은 <트래비>가 아닌 <여행신문>에만 실린다. 

여행사 3년, 여행전문 기자 2년. 여행업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진 직업의 반전은 많은 것을 얻게 했고, 또 잃게도 했다. 형, 동생으로 지냈던 소위 ‘업계 친구’들이 기자에겐 ‘취재원’이 되면서 관계는 애매해졌다. ‘변했다’는 소리도 종종 듣는다. 여행사 근무 경험 때문에 재미난 아이템을 오히려 ‘뉴스 꺼리’로 인지하지 못하기도 했다. 경험은 ‘득’도 되고 ‘독’도 된다. 

이 글은 ‘기레기’라고 놀리는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해명이자 <트래비>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꿈, 행복, 추억 등의 아름다운 단어와 동행하는 ‘여행’도 엄연히 ‘산업’이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여행기보다 써야 할 뉴스가 더 많은 여행기자다. 
 
글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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