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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느리고 따뜻하게 봄길여행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5.03.06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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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태어났기 때문인지 눈이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겨울이 좋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계절의 치명적인 문제라면 역시 야외활동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자기소개 특기란에 ‘걷기’를 적을 정도로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은 그 좋아하는 걷기마저 포기하게 만든다. 그런 겨울이 어느새 한 발 물러섰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3월’이다.

파란 싹이 피어나듯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도 기지개를 켜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자 문득 지난해 걸었던 규슈올레길이 떠올랐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될 무렵, 딱 이맘때였다. 규슈올레는 제주올레의 수출판으로 느리게 걸으며 제주의 구석구석을 발견한다는 제주올레의 취지를 그대로 옮겼다. 올레를 수입한 지 3년 만에 벌써 14개의 코스를 개장했다. 규슈올레를 걸으면 규슈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다. 

규슈올레를 다녀오고 나서 걷기의 매력에 더욱 빠졌다. 그동안의 걷기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이었다면 이제는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둘러보니 국내에도 제주올레를 시작으로 걷기 좋은 길들이 많이 생겼다. 제주올레가 생긴 지 10년이 채 안 됐지만 이제는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부산 해파랑길 등 웬만한 관광지 주변에는 가볍게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가 생겨났다. 서울 도심도 예외는 아니다. 성곽길, 연남동 둘레길, 경리단길 등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걷는 재미에 빠질 수 있다. 2013년에는 전국 480여 개의 걷기여행길과 1,000여 개의 코스 정보를 소개하는 ‘전국 걷기여행길 종합 안내포털 서비스www.koreatrails.or.kr’도 생겼다. ‘걷기여행길’에서는 매월 ‘걷기 좋은 길 10선’을 선정해 추천한다. 

서울 꽃길 단풍길은 서울에서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는 길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현규 저자는 직접 봄꽃이 피는 시기부터 가을 단풍이 떨어질 때까지 서울 곳곳의 꽃길을 두 번, 세 번씩 돌아보고 스케치했다. 꽃구경인지 사람구경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곳은 제외했고 주말 오전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곳들 위주로 선정했다. 교통편과 소요시간, 편의시설 등 세세한 정보는 물론 지도와 함께 동선도 표기했다.
 
느린 여행자를 위한 산보길은 조금 더 먼 곳으로 걷기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한국의 8개 슬로시티에서 느낄 수 있는 정겨운 산길을 소개하는 책으로 전은정, 장세이, 이숙명 저자는 다년간의 잡지 에디터 생활로 탄탄해진 글과 사진 실력을 자랑한다. 여행이 좋아서, 취재를 위해서 등, 각자 길을 걸었던 이유는 다르다. 하지만 자연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슬로시티의 좋은 음식, 아기자기한 풍경을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은 한결같아 보인다. 덕분에 사계절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느린 마을 걷기 여행에 한껏 마음이 끌린다. 

느린 여행자를 위한 산보길
한국에서 슬로시티로 지정된 8개 고장. 세 명의 저자는 자연과 함께 느리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슬로시티의 정겨운 23개의 산보길을 소개한다. 
전은정·장세이·이숙명
디자인하우스│1만3,000원
서울 꽃길 단풍길
저자는 느긋한 걷기로 주말을 즐기고 싶은 당신을 위해 유명하지는 않지만 아늑한 길을 골라 여러 차례 답사했다. 주말 오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서울의 꽃길, 단풍길 16곳을 소개한다. 
전현규│즐거운상상
1만3,000원
 
 
글 양이슬 기자  사진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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