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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맛의 이유 아메리칸 셰프Chef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5.03.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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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관해서라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빵에 쫄면 얹어 먹기, 익힌 호박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기 등등) 우리 사무실 최고의 미식가 김 선배가 최근 한 영화에 평점 10점 만점에 9점을 줬다는 소문이 들려 왔다. 영화는 바로 지난 1월 초에 개봉한 <아메리칸 셰프>. 영화가 한국계 미국인인 ‘로이 최Roi Choi’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데서 호기심이 동했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주인공이자 레스토랑 셰프인 칼 캐스퍼Carl Casper는 미식 평론가와의 말싸움으로 해고당하고 만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칼은 레스토랑에서는 만들 수 없었지만 진정으로 요리하고 싶었던 것들을 푸드트럭에서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 머스타드 소스를 듬뿍 바른 빵 사이에 얇은 고기와 피클을 넣고 버터를 빵 겉면에 듬뿍 발라 구워낸 ‘쿠바노 샌드위치’는 칼 캐스퍼 푸드트럭의 시그니처 요리. 가수 윤종신은 이것에 영감을 받아 ‘월간 윤종신’ 2015년 1월호에 ‘쿠바 샌드위치’란 레게 곡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실제 주인공인 셰프 로이 최는 ‘고기Kogi BBQ’란 타코 트럭에서 한국과 멕시코의 맛이 합쳐진 타코를 팔았는데, 영화는 좀 더 미국식으로 각색됐다. 
‘고난→극복’의 단순한 전개지만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것은 입맛을 다시게 하는 요리들과, ‘그때 그곳’의 음식을 생각나게 하는 데 있다. 칼은 장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에게 프랑스식 도넛 ‘베녜Beignet’를 맛보게 하기 위해 뉴올리언즈에 푸드트럭을 세운다. 그리고 찾아간 뉴올리언즈의 ‘카페 드몽Cafe Du Monde’.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마름모꼴의 빵에 설탕가루를 탈탈 뿌린 것이 베녜니 어디서든 맛이 없을리 없겠지만 이곳의 베녜는 다르단다.

초밥을 먹으면서 일본에서 맛본 초밥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 쌀국수를 먹으며 베트남으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내 경우도 첫 베트남 여행에서 연유를 듬뿍 넣은 베트남식 커피에 반해 하루 두세 번씩 커피를 사 마셨더랬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아무리 공을 들여도 베트남에서 맛본 커피의 맛을 재현할 수 없었으니 아마도 베트남의 뜨거운 태양과, 흐물흐물한 플라스틱 컵, 정돈되지 않은 풍경이 커피 맛에 함께 녹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카페 드몽의 베녜도 마찬가지다. 1862년부터 지금까지 150여 년이 넘는 시간이 베녜 위에 뿌린 설탕가루처럼 켜켜이 쌓여 있고, 미국 남부의 따뜻한 날씨가 더해진 그곳만의 맛이 담겨 있을 터. 말하자면 음식의 진짜 맛은 그 음식이 태어난 바로 그곳에 있다는 말씀. 여행지에서의 음식이 오래도록 그리운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덧붙여, 감독이자 주인공인 존 파브르도 창의성에 대한 욕망이 뜨거운 인물임에 틀림없다. <아이언맨>, <카우보이 & 에일리언> 등 굵직한 SF 영화의 연출과 기획을 맡았었고 액션물부터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배우로 열연했으니 말이다. 그가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덕에 <아메리칸 셰프>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짱짱하다.
 

아메리칸 셰프 Chef
감독 존 파브로Jon Favreau
114분 | 15세 관람가 | 2015년 1월7일 개봉
칼 캐스퍼 역-존 파브로Jon Favreau, 
퍼시(아들) 역-엠제이 안소니Emjay Anthony, 
이네즈(전처) 역-소피아 베르가라Sofia Vergaraa Dern 
 
글 차민경 기자  사진제공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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