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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뭐? 한국의 대통령 얼굴이 궁금하다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3.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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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Turkey|Istanbul
12년쯤 전 일이다. 밤늦게 이스탄불에 도착한 나는 다음날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본격적인 시내 탐사를 나섰다. 부두가 내려다보이는 언덕길을 오르고 있을 때 아주 순진하고 앳된 얼굴을 한 대학생 또래 친구가 어디서 왔냐며 말을 걸어 왔다.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그는 갑자기 몇년은 알고 지낸 사람처럼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계속 뒤를 따라왔다. 덕분에 우리 둘은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사실 경계심이 늦춰지지는 않았다. 언뜻 화기애애해 보일 수 있었겠지만 사실 물밑으로는 엄청난 신경전이 벌어지는 애매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가 뜬금없이, 한국의 대통령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한술 더 떠서 대통령의 얼굴이 궁금하다며 한국 화폐에는 얼굴이 나오지 않느냐고 묻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얼굴이 왜 지폐에 있겠냐고 했더니 이번에는 ‘그럼 누가 나오냐’고 묻는다. 속으로 ‘짜슥…, 정말 끈질기군.’ 슬슬 짜증이 일기 시작했지만, 정말 순수한 마음에 이러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내가 상처를 주면 안 된다는 일말의 생각! 귀찮았지만 한국 지폐를 꺼내 보여 주기로 했다. 지갑을 열어 몇 장 있는 한국 지폐를 보여 주려는 순간, 그가 갑자기 “이게 한국돈이냐?”며 지폐 몇 장을 쑥 꺼내 드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서 그의 손에 들린 돈을 잽싸게 낚아채어 지갑에 넣었다.  

오후 늦게, 숙소로 돌아온 나는 지갑을 꺼내 비용정산을 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약 20달러 정도가 행방이 묘연했던 것. 순간 떠오르는 것은 아침의 그 ‘순진한 얼굴’이었지만, 상식적으로 내가 빤히 보던 그 짧은 시간에 돈을 채갔을 수는 없었을 텐데! 게다가 분명 내가 즉시 수습을 했는데 말이다! 생각할수록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여행베테랑이라고 자부하던 내가 소위 ‘쓰리’를 당했단 말인가. 어딘가에 돈을 쓰고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아님 처음부터 총액을 잘못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위안을 삼아 본다. 그러나 아…, 
왠지 그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린다. 
 
▶팁_ 여행 중 분실사고를 당한 당신에게
- 해외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들. 해외 경험이 적을수록 선뜻 뿌리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단호하지 않으면 오히려 우습게 보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 여행 중 소지품을 도난당했을 경우, 현지 경찰서를 찾아가자. 현지 경찰의 ‘폴리스리포트’를 받아야만 여행자보험을 통해 보상 받을 수 있다.
- 도난 및 분실 사고로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면 대사관 혹은 영사관에 문의하자. 외교부의 신속해외송금지원제도를 통해 최대 USD3,00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트래비스트 유호상은?
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 현재 여행 동호회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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