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Finland- 지구의 끝, 겨울 왕국으로의 초대 5 Keywords in Lapland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3.11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노타이어를 장착한 차들이 라플란드의 도로 위를 질주한다. 
성격 급한 운전자는 제한 속도 80km를 넘기며 스노타이어의 위대함을 몸소 보여 준다. 북극선 너머에 자리해 긴 겨울을 나는 라플란드에는 스노타이어처럼 겨울에 최적화된 것들이 많다. 여행자들이 라플란드의 겨울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이유다. 겨울 왕국, 라플란드를 이해하고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 5가지 키워드. 
 
칵슬라우타넨의 산타 셀리브레이션 하우스에서 나오는 길
 
라플란드Lapland는
핀란드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 러시아의 콜라반도를 포함한 유럽 최북단을 일컫는 지역이다. 핀란드의 3분의 1이 이 땅에 속한다. 라플란드라는 이름은 그곳 원주민인 ‘라프Lapp’에서 따왔다. 
이나리Inari의 이발로Ivalo는 북극 한계선에서 300km, 이발로 남쪽에 자리한 사리셀카Saariselka는 북극 한계선에서 250km 거리다. 북극 한계선을 넘어 자리한 라플란드의 겨울은 길고, 겨울의 밤 또한 길다. 태양이 지평선에 닿지 못하는 1월은 극야인 ‘카모스Kaamos’. 1월이 지나 긴 은둔에 들었던 태양이 지평선을 뚫고 나오면 낮은 점점 길어진다. 2월이 되면 라플란드의 본격적인 겨울 성수기가 시작된다. 
겨울이 긴 만큼 라플란드의 여름은 짧다. ‘미드나이트 선Midnight Sun’이라 불리는 여름 중 5월 말에서 7월 말까지는 백야다. 밤을 보내기 위해 사람들은 커튼을 닫고, 햇볕을 듬뿍 받은 식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자란다. 라플란드 사람들은 한 해의 비타민을 이때 공급 받는다. 숲 속에 널린 베리들을 따 모아 냉동고에 저장해 겨울의 비타민까지 확보한다. 숲이 주는 보너스는 우리가 잘 아는 블루베리부터 클라우드베리, 링곤베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keyword 1 사미Sami
사미의 땅 ‘라플란드’

라플란드를 알려면 먼저 사미를 이해해야 한다. 라플란드는 ‘라프족의 땅’이라는 뜻이고 라프족은 스스로를 사미Sami라 부른다. 사미는 핀란드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 러시아의 콜라반도에 해당하는 유럽 최북단 지역에 터를 잡은 원주민이다. 순록을 키우고 연어를 잡으며 살아가는 그들은, 하지만 서유럽인들에게는 약탈의 대상에 불과했다. 힘이 약한 사미인들은 오랜 세월, 주변 강대국에 순록과 나무 등을 조공했다. 

현재 남은 사미인은 10만 명가량. 언어도 문화도 다른 사미인이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 러시아에 나뉘어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각 나라의 사미인 중 가장 대접을 받는 이들은 노르웨이의 사미다. 사미 출신 가수인 마리 보와니Mari Boine의 국제적인 발언과 활동이 크게 인정받은 결과라고 한다. 군사 지역에 속한 러시아에서 살아가는 사미인들의 권리는 노르웨이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핀란드의 사미인은 독자적으로 국회를 꾸려 정책을 마련하지만 아직은 힘이 미약하다. 핀란드 정부에서는 순록을 키울 수 있는 권한을 사미인에게만 부여하는 것조차 반대하고 있다. 다행인 점도 있다. 핀란드 라플란드의 사미 학교에서는 정규 교과목으로 핀란드어, 영어, 스웨덴어뿐 아니라 이나리 사미Inari Sami, 스콜트 사미Skolt Sami의 언어를 가르친다. 핀란드 국경 지역, 특히 이나리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이나리 사미의 언어를 말하는 이들은 350여 명. 절대적인 수치로는 적어 보이지만 이나리 사미인의 힘이 될 바탕이다. 
 
사미인의 그림을 옮겨 놓은 마그네틱 기념품
사미 박물관인 시다의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하는 모자와 장갑. 라플란드의 추운 겨울에 맞춰 제작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모자와 장갑이다

사미인을 들여다보다 시다SIIDA 박물관
라플란드 이나리 지역에 자리한 시다 박물관에서는 사미인의 전통과 문화, 예술, 역사를 사진과 영상, 조형물을 통해 볼 수 있다. 원주민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과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기념품 매장도 박물관 안에 자리했다. 화려한 원색의 실을 매듭지어 만든 수공예품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결과물인 듯, 여느 대륙의 원주민 수공예품과 매우 유사하다. 
Inarintie 46, Fl-99870 Inari  
6월1일~9월19일 09:00~19:00, 9월20일~5월31일 10:00~17:00(월요일 휴무)  
+358 400 898 212   www.siida.fi
 
산타스 툰투리 호텔 객실 내에 자리한 개별 사우나
 
●keyword 2 사우나Sauna
원조 사우나의 진수

사우나의 원조 나라답게 핀란드에서는 사우나가 일상이다. 웬만한 호텔은 물론 사우나 시설을 마련해 놓은 집도 흔하다. 사우나는 크게 스모크, 우드, 전기 사우나로 나뉜다. 스모크와 우드 사우나는 둘 다 나무를 사용하지만 우드의 경우 배관을 통해 연기를 배출해 낸다는 점이 다르다. 호텔 객실에 마련된 사우나는 대부분 전기로 가열해 사우나의 온도를 높이는 전기 사우나다. 타이머로 작동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꺼지므로 사우나 초보가 쓰기에도 안전하다.

칵슬라우타넨Kakslauttanen에는 전통 방식의 스모크 사우나가 자리했다. 나무로 된 건물에 연기를 피워 실내 온도를 높인다. 온도가 너무 높을 때에는 물 한 바가지를 끼얹어 온도를 낮춘다. 사우나 건물은 두 동으로 나뉘는데 한 동에는 탈의실과 샤워실, 휴식 공간 등이 마련돼 있고 나머지 한 동은 사우나 건물이다. 사우나 전에는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거나 수건으로 몸을 감싼다. 사우나에서 준비해 준 양말을 신고 눈밭을 뛰어 사우나 건물로 향하면 본격적인 사우나가 시작된다. 사우나는 높이 올라갈수록 뜨거우므로 낮은 곳에서 시작해 자신에게 맞는 온도를 찾아 자리를 잡아 가는 게 좋다. 10~15분가량이 적정 시간으로 중간에 더위를 참기 힘들면 바깥 공기를 쐬는 것도 방법이다. 몸이 혈액 순환을 느낄 정도로 스모크 사우나의 효과가 좋다는 게 전언이다. 다만 엉덩이에 재가 묻을 수 있으므로 종이를 까는 것을 잊지 말자.
 
썰매를 끌고, 고기와 가죽이 되는 순록. 100% 천연 순록 가죽은 기념품 가게와 백화점 등지에서 100~150유로에 판매한다
 
●keyword 3 순록Reindeer
라플란드의 일상과 동행하는 ‘순록’
 
순록은 산타의 썰매를 끌어야 한다. 산타의 나라인 핀란드에서는 더욱 그렇다.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므로 당연히 그래야 한다. 
“나도 순록이고 싶어. 얼마나 좋아. 하루에 몇 시간만 썰매를 끌면 먹을 걸 주잖아.” 신성한 순록에 대한 모독이자 동물보호협회 관계자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발언이다. 전통적으로 순록과 함께 삶을 영위하는 라플란드 사람들에게 순록은 우리네 소와 마찬가지다. 소처럼 일하다가 명을 다하면 고기와 가죽을 내어준다. 대신 순록은 먹을 것 없는 긴 겨울을 사람에 의지해 난다. ‘미드나이트 선’이라 불리는 라플란드의 여름은 한없이 짧다. 이러한 이유로 라플란드 순록의 대다수는 태어나자마자 주인의 이름표를 귀에 달고 길러진다. 어떤 순록은 썰매를 끌고, 또 어떤 순록은 고기가 된다. “이게 우리의 삶이야.” 이방인의 로망과는 관계없는 라플란드의 삶의 방식이다.

라플란드 사람들은 순록이 ‘콜레스테롤이 적은 완벽한 식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라플란드에서 순록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 아니다. 연어, 화이트 피시와 함께 늘 즐기는 음식이다. 미드나이트 선에 베리를 따 모아 일 년의 비타민을 보충하듯 순록은 단백질의 주 공급원이다. 라플란드의 레스토랑 메뉴에는 순록 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요리법은 레스토랑마다 다르다. 고기를 잘게 잘라 소스에 조리기도 하고 통째로 쪄 내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특별한 요리를 원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메뉴가 아니다. 라플란드의 일상이다.
 

순록 요리의 결정판 라닐란 키에바리Laanilan Kievari
벽난로를 갖춘 통나무집 레스토랑. 헬싱키에서 이주해 온 가족들이 스칸디나비안 가정식 요리를 선보인다. 직접 재배하거나 숲 속에 수확한 재료를 주로 사용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원산지가 명확한 재료를 사용한다. 추천 메뉴는 밤새 찐 순록 정강이Yli yon haudutettua poronpotkaa. 핀란드에서 맛본 요리 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자메이칸 후추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를 넣고 12시간 동안 찜통에 쪄 내는 순록 고기는 입 안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녹아내린다. 곁들여 나오는 삶은 보리밥도 아주 맛있다. 
Ravintola Laanilan Kievari-Rovaniementie 3410, Saariselka   월~목요일 11:00~22:00, 일요일 12:00~17:30  +358 400 239 868  
www.laanilankievari.fi
 
카우니스파 정상에 도착한 스노모빌 행렬
라플란드 최고의 액티비티인 허스키 사파리. 휴식시간 동안 눈 목욕을 즐긴 허스키들이 떠날 채비를 한다
슬로프가 시작되는 카우니스파 정상
 
●keyword 4 액티비티Activity
라플란드의 겨울 액티비티

라플란드는 한 해의 반 이상(11~5월) 눈이 내리는 땅이다. 무자비하게 내리는 눈으로 천지사방은 눈으로 뒤덮인다. 눈은 세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전나무, 소나무, 가문비나무는 쌓인 눈에 늘어져 이름 모를 나무가 되고 오솔길도 자취를 감춘다. 이 시기에 해는 뜨기가 무섭게 진다. 숲은 불그스레한 기운을 머금었다가 금세 황혼의 푸르름을 내보인다.

허스키가 이끄는 썰매를 타고 라플란드의 빛과 숲이 이뤄내는 환상적인 풍경을 만나러 간다. 칵슬라우타넨에는 알래스칸 허스키가 이끄는 허스키 사파리Husky Safari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허스키 사파리는 허스키 6마리와 운전자와 탑승자 두 명이 한 조를 이룬다. 운전자는 썰매 뒤에 서서 허스키들을 제어한다. 앞선 썰매와 부딪히지 않고 적당한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브레이크를 밟고, 오르막에서는 썰매를 밀어 주는 게 운전자의 역할이다. 추위에 강한 허스키들은 몇 시간 동안 시속 15~20km로 썰매를 끌 수 있는 스피드와 지구력을 동시에 갖췄다. 사람들과의 교감도 뛰어나 리더가 이끄는 정해진 길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달린다.

묶인 줄이 풀리며 허스키의 질주 본능은 시작된다. 개 썰매는 일종의 학대가 아닌가 하는 기우는 기우에 불과했다. 녀석들은 달리기를 즐긴다. 달리기 위해서 태어난 듯 설원을 질주한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뒤를 돌아보는 녀석에게 오히려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허스키 사파리 2시간 프로그램은 중간에 운전자와 탑승자를 교대한다. 이때에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운전자는 썰매의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로 다음 운전자를 기다려야 한다. 다음 운전자가 브레이크에 한 발을 올려놓을 때까지 운전자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안 된다.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질주 본능 허스키에게 버려질지도 모를 일이다.

스노모빌은 설원의 스피드를 즐기기에 최선의 액티비티다. 스노모빌 사파리Snowmobile Safari에 나서려면 장비부터 든든히 챙겨야 한다. 방한복과 방한화는 필수. 귀와 입을 덮는 마스크를 착용한 다음 헬멧까지 쓰면 준비는 대충 마무리된다. 운전 방법은 간단하다. 오른쪽 핸들에는 액셀러레이터, 왼쪽 핸들에는 브레이크가 달려 있다. 간단한 운전이지만 운전자는 반드시 운전면허증을 소지해야 한다. 스노모빌에 탑승하기 전에는 운전면허의 소지 여부를 포함한 여러 조항의 서약서에 사인을 한다.

사리셀카의 산타스 툰투리Santa’s Tunturi 호텔 인근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액티비티는 크로스 컨트리 스키Cross Country Skiing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는 일반 스키와 달리 얇고 긴 스키에 앞발만 고정한다. 스키 신발도 발목까지만 올라와 움직이기가 자유롭다. 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걷는 듯 혹은 뛰는 듯 팔과 다리를 크게 흔들며 나아가면 된다. 연습용 트랙을 몇 바퀴 돌면 초보 스키어들도 곧바로 슬로프로 향할 수 있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는 활강만 하는 스키가 아니라 체력 소모가 꽤 크다. 짧은 활강 뒤 평지를 달리기도 하고 오르막을 오르기도 한다. 영하 30도 이하의 강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온몸에서 땀이 난다. 스키를 제대로 탔다면 다음날 허벅지가 아플 것이다.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에서 보내는 기분 좋은 신호다.
 
카우니스파 정상의 레스토랑 
파노라마 레스토랑 후이뿌Panorama Restaurant Huippu

후이뿌는 핀란드어로 ‘정상’이라는 의미. 카우니스파의 정상에 자리한 통나무집으로 1954년에 건립됐다. 카우니스파는 슬로프가 시작되는 정상 지점이기도 해 스키어들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통나무집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가 자리했다. 벽난로가 마련된 레스토랑은 따뜻한 느낌이다. 따뜻한 연어 수프 한 그릇이면 라플란드의 강추위도 스르르 물러난다. 
Kaunispaa, 99830 Saariselka   10:00~16:00
+358 16 668 803   www.kaunispaanhuippu.fi
 
만약 사냥에 성공했다면 보았을 오로라
오로라 헌팅에 나서는 여행자들을 기다리는 순록

●keyword 5 오로라Aurora
‘불의 여우’ 오로라 사냥

핀란드에서는 예로부터 오로라를 ‘불의 여우’라고 불렀다. 여우가 숲을 뛰어다니다 나무에 부딪히거나 꼬리를 크게 다쳤을 때 발한 빛이 오로라가 되고, 사냥꾼들은 이 전설의 동물을 잡으면 큰 부자가 된다고 믿었다. 그 옛날 사람들이 그러했듯 여행자들은 라플란드에서 사냥꾼이 된다. 8월 말에서 4월 말까지, 라플란드 여행자들은 인공의 빛이 없는 어두운 장소를 찾아 오로라 사냥에 나선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오로라를 관찰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내리기 위해서도 아니다. 극지방의 어두운 밤하늘을 도화지 삼아 빛이라는 물감으로 그리는 그림인 오로라는, 하늘이 주관하는 미스터리다. 하늘이 주관하는 일인지라 오로라의 사냥 여부는 순전히 하늘의 뜻에 달렸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좀 더 효과적인 사냥을 위해 길을 나서는 일에 불과하다.

오로라 사냥Aurora Hunting이라는 이름으로 라플란드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여건이 된다면 숙소 근처의 적당한 장소를 찾아 직접 오로라 사냥에 나서도 된다. 차를 타고 관찰 장소로 가서 대기하다가 오로라가 나타나면 차에서 내려서 보는 프로그램은 영하 20~30도를 웃도는 라플란드의 추위를 견뎌내기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오로라 사냥에 낭만을 더하려면 역시 순록을 타고 떠나야 제 맛이다. 라플란드의 원주민인 사미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라 더욱 특별하다.
 
순록을 타고 오로라 사냥에 나선다. 추위에 대비해 껴입은 옷 위에 방한복까지 거듭 입어 준비한다. 추위에 약한 카메라는 가슴에 고이 품는다. 순록들은 여행자들이 준비를 마치기를 얌전히 기다린다. 한 마리의 순록이 이끄는 썰매의 정원은 두 명. 타닥타닥. 그리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줄을 지은 순록이 숲을 향한다. 숲이 깊어질수록 어둠 또한 깊어진다. 어둠이 숲을 집어삼키자 신기하게도 밤하늘이 열렸다. 별자리를 선명하게 드러낸 밤하늘. 쏟아지는 별이 아니다. 극지방의 별은 밤하늘에 박혀 있다.

밤하늘의 신비로움이 추위에 굴복해 약발을 다할 무렵, 순록은 가던 길을 멈춘다. 오로라 사냥터에는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하늘의 상황은 오로라 사냥꾼의 리더에게 맡기고 여행자들은 불가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모닥불에 언 몸을 녹이고, 따뜻하고 달콤한 베리 차로 속을 데운다. “위이이이~ 위이이이~ 위옴옴오웨~ 정글 속, 거대한 정글 속, 오늘 밤은 사자가 잠을 자네. 정글 속, 고요한 정글 속, 오늘 밤은 사자가 잠을 자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여행자들은 <The Lion Sleeps Tonight>을 합창한다. 고요한 숲의 분위기에 걸맞는 훌륭한 선곡이다.

이 날의 오로라 사냥은 아쉽게도 합창으로 끝나 버렸다. 긴 시간 동안 추위를 이겨낼 만한 공간이 없기에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다. 정말로 몸이 얼어붙기 전에 돌아가는 길을 서둘러야 한다. 썰매에 올라 언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이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발가락이 얼어 버릴 것 같다. 입김과 콧김으로 젖은 안경은 꽁꽁 얼어 시야를 가린다. 별자리의 낭만을 말하기에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오로라 사냥에 실패한 여행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Hotels in Lapland
 
별과 함께 잠들다
칵슬라우타넨 북극 리조트Kakslauttanen Arctic Resort

사리셀카에 자리한 칵슬라우타넨에서는 라플란드의 밤이 특별해진다. 외벽이 유리로 마감된 글라스 이글루 덕분이다. 침대와, 샤워 시설이 없는 화장실로 이뤄진 단순한 구조의 글라스 이글루는 시설만 따지면 별것 없다. 하지만 불을 끄고 온전한 어둠을 맞이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어둠을 받아들인 방은 어두운 밤하늘과 한데 뒤섞인다. 천체망원경 따위는 필요 없다. 천장 위로 수만 개의 별이 쏟아진다. 운이 좋다면 방 안에 누워 오로라를 감상할 수도 있을 테다. 눈이 오는 날에도 걱정 없다. 열선을 넣은 특수 유리를 사용해 눈이 내려도 금방 녹는다. 실내외 온도 차이에도 서리가 끼지 않는 것도 따뜻한 유리 덕분이다. 글라스 이글루는 8월 셋째 주에서 4월 마지막 주 정도까지 오로라 시즌에만 이용 가능하다. 글라스 이글루와 스노 이글루, 통나무 오두막을 3일 동안 오가며 칵슬라우타넨을 즐기면 가장 환상적이다. 스노 이글루는 바깥 온도가 영하 40도를 웃돌아도 내부 온도는 영하 3~6도를 유지한다. 약간의 추위를 견뎌야 하는 불편이 따르지만 그만의 추억이 될 것이다. 통나무 오두막은 사우나까지 갖춘 제대로 된 시설을 자랑한다. 호텔 안에는 핀란드에서 가장 큰 통나무집인 셀리브레이션 하우스Celebration House가 자리했다. 250명 정원의 식사, 웨딩, 콘서트 등을 위한 공간이다. 셀리브레이션 하우스 뒤 산타의 집Santa’s Home에는 산타가 산다. 진짜 산타냐는 어린아이 같은 질문에는 묵묵부답, 웃음으로 답하는 산타다. 
Kakslauttanen, 99830 Saariselka
+358 16 667 100   www.kakslauttanen.fi
 
사우나 딸린 현대적인 객실
산타스 툰투리Santa’s Tunturi
 
사리셀카의 액티비티 중심에 있는 호텔이다. 스노모빌, 크로스 컨트리 스키 등의 액티비티를 인근에서 즐길 수 있다. 객실은 넓고 깨끗하다. 스탠더드 타입을 제외한 각 객실에는 개별 사우나가 딸려 있어 액티비티를 즐긴 후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다. 객실 건물과 별도인 기엘라스Gielas 빌딩에 자리한 레스토랑 칼티오Kaltio도 추천한다. “핀란드 다음으로 영국 음식이 형편없다”고 핀란드 요리를 혹평한 프랑스 전 대통령인 시라크를 모시고 싶을 정도다. 산타스 툰투리는 사리셀카에서도 여러 시설이 밀집된 중심가에 자리한 편이라 오로라를 관찰하려면 차를 타거나 걸어서 빛이 없는 장소로 가야 한다. 
Lutontie 3, 99830 Saariselka  
+358 16 681 501   www.tunturihotelli.fi 
 

이발로 인기 펍이 자리한 호텔
쿨타히푸Kultahippu
 
이발로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호텔이다. 인Inn 급의 시설로 객실에 냉장고가 없다. 사실 냉장고가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 호텔 안에는 대중 사우나와 이발로에서 가장 핫하기로 소문난 펍이 자리했다. 골드러시 시절에 사용하던 금광의 도구를 소품으로 사용한 펍은 전형적인 펍의 분위기다. 노르웨이 쪽으로 자리한 객실에서는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호텔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강은 오로라 사냥에 적합한 장소다. 호텔 앞에는 대형 마트인 S마켓이 자리했다.
Petsamontie 1, 99800 Ivalo  
+358 16 320 8800   www.hotellikultahippu.fi
 
헬싱키 철도 교통의 중심지인 중앙역.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경유해 모스크바까지 연결하는 국제 노선도 운행된다
헬싱키 앞바다에는 300여 개의 섬이 떠 있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섬은 겨울에도 레스토랑과 카페 등을 운영한다
 
걸어서 돌아보는 헬싱키

500만 핀란드 인구 중 110만이 살아가는 헬싱키는 러시아 자치공국시대인 1812년부터 지금까지 핀란드의 수도이며 핀란드 최대의 도시다. 핀란드 사람들은 핀란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스웨덴에 이어 러시아의 지배를 감내해야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스웨덴인이 아니며, 러시아인이 될 수도 없다. 우리를 핀란드인으로 살게 하라.’ 1917년 핀란드는 비로소 핀란드가 된다. 헬싱키 시내에 자리한 건물들은 시대의 양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어떤 건물에는 스웨덴이, 또 어떤 건물에는 러시아가 있다.

1969년, 진정한 핀란드 시대에 지은 템펠리아우키온 교회Temppeliaukion Church는 방문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거대한 바위를 파내어 만든 예배당은 마치 커다란 가리비 같다. 예배당에서 나와 바위 위로 올라 본다. 바위 위에서는 발아래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

헬싱키는 생각보다 작다. 템펠리아우키온 교회에서 시내 중심가까지는 걸어서 20~30분 거리. 헬싱키의 웬만한 볼거리들은 걸어서 돌아보기에 무리가 없다. 시내 중심가에는 헬싱키 대성당이 자리했다. 하얀 열주와 녹색 돔이 조화를 이룬 건물은 바다 쪽에서 바라봐야 가장 예쁘다. 대성당에서 헬싱키의 바다까지는 걸어서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헬싱키의 바다에는 300개 이상의 섬이 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수오멘린나 요새Fortress of Suomenlinna는 헬싱키 앞바다의 섬들을 대표한다. 18세기 후반 스웨덴이 건설한 수오멘린나는 헬싱키 항구 입구의 군도를 연결해 건설한 요새로 마켓 광장에 자리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섬 안에는 유적지와 박물관,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자리했다. 수오멘린나는 겨울에도 문을 연다.

헬싱키 앞바다에 떠 있는 섬들은 여름이 성수기다. 헬싱키 사람들은 섬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여름의 햇살을 즐긴다. 결혼식도 종종 열린다. 겨울의 섬은 쌀쌀하다. 아니 쓸쓸하다.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고 손님을 받지 않는다. 육지와 가까운 섬으로 걸어 들어가 산책을 즐기는 정도다. 헬싱키 앞바다는 3월까지 꽁꽁 얼어 바다를 걸어 섬으로 들어간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핀에어 www.finnair.com/kr
 
●디자인 디스트릭트 헬싱키Design District Helsinki

헬싱키 사람들은 이국의 겨울 여행자에게 ‘여름에 다시 오라’는 인사를 꼭 건넨다. 춥고 흐린 헬싱키의 겨울을 핀란드인으로서 미안해한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괜찮아요. 미안할 거 없어요.” 날씨와 상관없이 ‘디자인 디스트릭트 헬싱키’에는 따뜻한 봄과 쾌청한 여름, 화려한 가을이 있다. 디자인을 통해 밝은 기운을 들이려는 듯 제품들이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예쁘다.
헬싱키에는 ‘디자인 디스트릭트 헬싱키Design District Helsinki’ 마크를 단 인테리어, 패션, 주얼리, 갤러리 등 200여 업소들이 자리했다. 한국인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인테리어 매장은 에스플라나디Esplanadi 거리에 집중돼 있다. 
 

아르텍Artek
에스플라나디에 자리한 아르텍 플래그십 스토어다. 무난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제품이 많지만 가구 중심으로 구성된 매장이라 눈요기에 만족해야 한다. 한국으로 가져오기에는 모빌 수준이 적당하다. 아주 예쁘다. 
월~금요일 10:00~19:00, 토요일 10:00~16:00   
artek.fi 
 
마리메꼬Marimekko
한국에도 론칭한 핀란드의 대표 브랜드. 생활, 잡화, 패션에 이르는 패브릭 디자인 제품을 선보인다. 매장에서는 마리메꼬만의 패턴을 이용한 천도 판매한다. 
월~금요일 10:00~20:00, 토요일 10:00~17:00, 일요일 12:00~17:00  
marimekko.com
 
이딸라Iittala
이딸라의 플래그십 스토어. 호수 둘레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유리 공예품이 유명하다. 식기류가 주를 이루며 피스카스 가위 같은 한국으로 들고 오기에 유용한 제품들도 있다. 신화적인 상상력이 녹아 든 2015 탄시 컬렉션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월~금요일 10:00~19:00, 토요일 10:00~17:00   
iittala.com
 
▶travel info
Airline
핀에어에서 직항 노선을 운항한다. ‘아시아와 유럽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항공사’라는 슬로건답게 비행 시간이 매우 짧다. 인천-헬싱키 구간은 10시간, 헬싱키-인천 구간은 8시간 45분밖에 안 걸린다. 헬싱키에서 이발로까지는 국내선을 이용한다. 차나 기차로는 10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비행기를 타면 2시간 이내에 닿는다. 
www.finnair.com/kr
 
● 화폐 유로를 사용한다. 1유로는 2015년 2월 기준, 1,243원 정도. 
● 전압 230V 2핀 코드로 한국과 같다. 
● 시차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 언어 핀란드어를 사용한다. 스웨덴어도 핀란드어만큼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여행 관련 종사자들은 대부분 영어가 잘 통한다. 
● 날씨 3~4월 평균 기온은 영하 1~10도 사이로 그리 춥지 않다. 5월부터 영상으로 접어들어 7월에는 영상 15도까지 온도가 올라간다.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