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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 Table] 여행자의 한식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3.11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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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뻑하면 이민을 외치는 A도 외국에서
한식당 간판을 만나면 동공이 저절로 커지고
침샘이 용천한다. 여행기자라고 다르지 않다.
어느 배고픈 저녁, 회의 테이블 위로
오갔던 한식 에피소드에 대한 수다.
정리 <트래비> 취재부
 
지구 끝까지, 한식은 내 운명
 
천소현 어디 가서 살아도 한식을 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삼겹살, 김치, 소주 등등. 입풀기로 해외에서 한식이 간절했던 기억 먼저 이야기해 보자. 
신지훈 호주로 어학연수 갔을 때, 학교 시작되기 전까지 열흘 동안은 철저하게 혼자였다. 한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식당을 찾아갔는데, 맛이 없었다. 호주의 서울식당. 나중에 알고 보니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맛없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김선주 아리랑이나 한국관으로 갔어야지. 이름부터 글렀다. 
고서령 비슷한 경험인데 좀 다르다. 토론토 어학연수 시절 거의 매일 한국음식을 먹었다. 한인타운에 가면 식사가 약 7달러, 가장 쌌다. 그런데 금요일마다 고구려라는 한국 술집에 가서 유학생끼리 15달러짜리 소주를 바득바득 사 먹었다. 맥주는 5병에 15달러였는데 말이다. 
손고은 힘들 때 생각나는 건 소주인데, 와인이나 보드카보다 비싸다. 뉴욕은 길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 한번은 마트에서 9.99달러짜리 팩 소주를 사서 비닐로 둘둘 감아 공원 벤치에서 음료인 척하고 마신 적이 있다.  
천소현 지나친 한식 집착을 목격한 적이 있다. 한달 정도 방콕에 머물고 있을 때 하루는 카오산로드에 가서 한식으로 향수를 달래고 있었다. 그때 식당 앞에 택시 한 대가 서더니 문이 열리면서 엄마, 아빠, 아이들로 구성된 한국인 가족이 들어왔다. 아버지 왈, “애들아 여기가 태국에서 김치말이 국수가 제일 맛있는 곳이야!” 한눈에 봐도 3박4일 일정인데, 마치 그걸 먹기 위해 방콕까지 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누가 융프라우에 컵라면을 놓았나?
 
신▶ 스위스 시티오버란드호텔에 가면 조식뷔페에 한식이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
 융프라우에도 한국 컵라면이 있다. 
김▶ 그 신라면1)은 배낭여행객들의 로망이 됐다. 티켓구입자들에게는 공짜인데, 현지에서 그냥 사 먹으면 가격이 1만원도 넘는다. 
신▶ 융프라우 철도 한국 총판에서 프로모션을 위해 아이디어를 낸 건데 반응이 엄청났던 거다.
김▶ 원래 한국 사람들은 꼭 산에서 라면을 먹어 줘야 한다. 
천▶ 요새 대한항공에서는 김치를 주던가? 무생채까지는 준다던데. 기내에 냄새 밴다고 김치를 서빙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고▶ 에어프랑스에서는 준다. 
천▶ 외항사들보다 대한항공이 오히려 소극적이다. 
고▶어떤 심정인지 이해는 간다. 
고▶ 해외 호텔 중에는 한국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객실마다 커피포트가 있다는 것을 엄청 강조한다. 그래야 물을 끓여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으니까. 
김▶ 그건 중요한 요소다. 나도 해외에 나갈 때 컵라면을 꼭 가져간다. 그러지 않으면 현지 음식을 맛있게 못 먹으니까. 예전에 차승원이 해외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추장을 찾던 광고가 있었는데, 딱 그런 심정이다. 
김▶ 라면 하나 먹어야 확 살아난다. 
신▶ 아예 커피포트에 라면 넣고 끓인 적도 있다. 씻어 놓긴 했지만 기름때는 남았다. 그때가 이십대 초반.
ALL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욕먹는 거다. 
양이슬 ▶개인의 취향이라고 해도, 주변인에게 피해를 주면 곤란하다. 언젠가 동행자 중에 현지 음식을 전혀 못 먹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남이 뭐 먹는 것만 봐도 짜증을 내더라. 예의상 음식을 권하기만 해도 화를 내서 분위기를 망쳤다.
천▶ 가끔씩 먹는 것은 나도 좋지만, 매일 저녁마다 한식당을 찾아다니는 동행은 피곤하다. 자기가 내는 거라며 끌고 다니면 거절하기도 참 뭐하다.  
고▶ 현지 음식을 못 먹는다고 비웃을 것도 아니고, 잘 먹는다고 이상하게 봐서도 곤란하다.

그때 그건 과연 한식이었을까?
 
고▶ 몇 달 전에 프랑스 도빌에 갔을 때 르 꼬르동 블루에서 공부한 한국인 여성 셰프가 프랑스인 셰프와 결혼해서 오픈한 레스토랑이 있었다. 프랑스 음식에 한국적인 느낌을 가미했는데 현지에서는 코리안 레스토랑으로 분류되더라. 점심시간에 가니 프랑스인으로 꽉 차 있었다. 
천▶ 나도 베이징에 갔을 때 당시 한창 뜨고 있던 후통거리에서 자랑스러운 한식당을 봤다. 인테리어도 음식도 고급스러운 프렌치, 이탈리아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유럽 어딘가에서도 작은 한식당에 갔는데  서양 부인이 혼자 와서 애피타이저로 백김치를 먹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먹는 방식과는 완전 달랐지만 메뉴를 훼손하지 않은 채 현지인들의 기호에 맞게 서빙하는 것이 신기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토론토에 있을 때 누군가 한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시내 중심에 있는 한식당 몇 곳을 탐색했었다. 태극기도 달려 있는 한식당이었는데 김치찌개가 너무 달고 이상해서 물어보니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걸 과연 한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양 ▶중국에 가면 그런 사례가 많다. 이름은 한식당이라고 걸어 놓았지만 다 중국스타일. 외국인들은 잘 먹는다.
손 ▶음식의 세계화라는 게 좀 애매하다. 한국에서 맛있게 먹던 파스타를 이탈리아 본토에 가서 먹어 보니 너무 짜고 별로여서 놀랐다. 
신▶ 이탈리아 사람들은 우리나라 까르보나라를 보면 기겁한다. 이건 진짜가 아니라고.
손 ▶ 우리나라 음식도 친숙해지게 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달달하니 현지인 식성에 맞는 김치찌개를 먼저 접하면서 말이다. 
천 ▶하지만 그걸 방치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김치와 기무치처럼. 
양 ▶현지화된 것이 진짜 한식이냐 하는 것은 의문이다. 친숙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한식이 아니라면.
김 ▶ 진짜 한식당 중에 김치찌개도 맛없는 곳 많다. 중국인들이 잘 끓일 수도 있다!
천 ▶ 예전엔 한국 사람들도 이민 가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이민자들이 한식당을 운영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만큼 한식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영이기도 하고.

‘개취’가 먼저? 예의가 먼저?
 
고▶ 모두 현지 음식은 잘 먹는가?
개인적으로 중동 음식은 별로.
온갖 음식이 다 섞여 있어서 오히려 소화 잘되던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뭘 못 먹지?
ALL 고수!2)
 언젠가 해외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호텔측에서 야외 해변에다 최고급으로 음식을 차려 줬다. 근데 모든 음식에 고수가 들어가 있었다. 한국인들이 모두 고수를 못 먹겠다고 해서 여행사에서는 쩔쩔매고 음식은 결국 다 물렸다.
 중국의 작은 마을에 갔을 때다.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지 그들 딴에는 귀한 손님을 대접한다고 동네 개를 다 잡았더라. 음식이 엄청 많았지만 식사를 제대로 한 사람은 몇 명 없었다. 
그래서 현지 음식 앞에서 못할 짓들 많이 한다. 고추장 튜브도 아니고 고추장 통을 쾅 꺼내 놓는 거다. 외국 기자들도 있는 자리에서. 그걸 현지 전통음식에 막 덕지덕지 발라서…, 참 별로다. 현지 음식문화를 너무 무시하는 행동이다. 
 그렇다. 해외에 가면 그냥 식사 한 끼가 아니라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사들도 한국인들의 입맛을 맞춰 주는 호텔을 일순위로 친다. 컵라면 먹을 수 있는 곳이라든가.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번은 현지의 아주 유명한 양고기 레스토랑을 섭외했는데 김치를 못 먹게 한다고 불평이 쏟아졌다. 보험사 인센티브 단체였는데 나중에는 쌀밥까지 주문했다더라. 여행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한식당에서 밥솥을 공수해야 했고. 한국 사람들이 그 정도로 유별나다. 
 여행문화가 성숙해지고 있긴 하지만 식성의 세계화는 느린 것 같다. 어디 초대 받으면 요리한 사람을 생각해서 거짓말이라도 맛있다고 하지 않나. 그러다 보면 익숙해지기도 하고. 처음엔 낯설고 맞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남의 음식문화를 존중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 같다.
 
먹고 싶은 한식, 좋았던 이국식
 
여행인구가 많아지면서 휴대용 음식이 늘어나고 있다. 하나의 트렌드다. 깻잎, 햇반, 고추장, 팩소주 등등은 오래됐고. 
<꽃보다 할배>만 봐도 휴대용 음식이 한가득 나온다.
예전 생일날 방콕에 혼자 있게 되었을 때 큐브형 즉석 미역국이 있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으니 향수를 달래기에 좋았다. 앞으로 뭐가 나오면 좋겠나? 
ALL 웬만한 건 다 있는 듯. 
동치미 어떤가?
장기여행 하는 친구들 중에 직접 물김치를 담가 먹는 사람도 있었다. 어렵지 않다더라. 재료 툭툭 썰어서 봉지나 페트병에 하루 이틀 묵히면 그 맛이 난다더라.
휴대용 김치 담그기 패키지 어떤가? 쉽게 만들게.
ALL 오~ 그거 괜찮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왔을 때 바리바리 뭘 싸 가지고 와서 먹는 걸 본적 있나?
한 번 봤다. 인도 채식주의자였는데 호텔에서 나오는 채식 음식이 부실했다. 마지막에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인스턴트 카레를 내놓더라.
무슬림 여행객들 유치할 때도 관건이 식당이다. 할랄 음식Halal food3)은 규율에 어긋나게 조리하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모범식당을 선정해 주고 있다. 칼로 건들면 안 되는 음식, 돼지고기 등 음식에 규율이 많아서 식당 요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종교적인 이유니까 존중해야지.
마무리로 각자 좋아하는 외국 음식을 꼽아 보자.
태국 팟타이Phat Thai! 캐나다에서 처음 먹었지만 맛있던데.
내 경우에는 한국에서 먼저 접하고 현지에 가서 먹었다가 가장 실망한 게 팟타이다. 숙주맛이 너무 강해서 내가 기대하던 팟타이가 아니었다.
나는 파스타가 그랬다. 너무 짰다.
카레우동은 최고다. 일본에서는 맛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건 실망스러웠다. 
나는 일본 낫또. 없어서 못 먹는다. 
베이징덕이 최고.
아까 낮에 먹은 스콘 맛있더라. 
ALL 에이~, 솔직해져라!
 
Travie Dictionary 
1) 융프라우 신라면 | 많은 사람들이 스위스 정상에서 먹은 이 컵라면을 생애 최고의 라면이라고 간증한다. 융프라우는 융프라우 철도 할인쿠폰을 사용해 티켓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현지에서 컵라면과 교환할 수 있는 무료 쿠폰을 발급해 준다. 융프라우 철도 할인쿠폰은 융프라우 한국 철도 총판매대리점을 맡고 있는 동신항운의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다. www.jungfrau.co.kr 
 
2) 고수 | 한국 사람들이 중국 등 동남아 여행을 가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향신료로 사용되는 고수의 맛이다. 오죽하면 빈대 냄새가 난다고 빈대풀이라고 하겠나. 태국어로는 팍치, 중국어로는 샹차이, 영어로는 코리안드럼Coriandrum이다. 주문할 때 아예 ‘고수는 빼 주세요’라고 말해 두면 서로 편하다. 중국어로는 “부야오 샹차이”, 태국어로는 “마이 싸이 팍치”다. 
 
3) 할랄푸드Halal Food | 무슬림들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준비된 재료로 만든 음식만 먹을 수 있다. 돼지고기나 잔인하게 도살된 짐승, 자연사한 짐승의 고기나 그 부산물로 만든 것은 ‘하람 푸드Haram’라 하여 금지하는데, 이들 재료에 닿았던 칼이나 도마를 사용해도 할랄 푸드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거리음식이 할랄푸드라는 것. 저렴하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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