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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PARIS] A Few Scenes in Paris 파리는 마음속의 축제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4.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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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before’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이 개봉했고,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 즈음이었던 것 같다. 파리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건.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st 이미화
 
영화를 찾아서 파리로
 
파리행을 결심하고 1년 뒤 나는 사표를 냈다. 영화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호기로운 각오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 손에는 파리행 비행기표가 팔랑거리고 있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겐 단순히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영화 앞에서 나는 관객인 동시에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자 혹은 배우의 동행자가 되기도 했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다가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1920년대의 폴리도르 레스토랑에서 헤밍웨이와 식사를 하기도 하고, <비포 선셋Before Sunset>을 보면 기차역에서 헤어진 그 아침으로부터 9년이 흐른 어느 날의 제시<비포 선셋>의 남주인공처럼 ‘셰익스피어 & 컴퍼니’에 서서 책을 읽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파리에 갔다. 왜 그 수많은 영화 중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선택했냐고 물어 본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말 끝내준다! 이런 도시는 어디에도 없어. 과거에도 없었어. 
헤밍웨이가 그랬죠. ‘파리는 마음속의 축제다’라고.” 
-<미드나잇 인 파리> 中 주인공 길의 대사 
 
●찾았다, 그 서점!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주소로 빼곡한 A4용지를 들고, 가방 속엔 카메라를 품고 지도를 따라 걸었다. <비포 선셋>은 도시의 화려함보다는 파리의 일상을 배경으로 다룬 영화다 보니 촬영지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첫 번째 목적지는 생 미셸Saint-Michel에 있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였다. 의심이 들기도 했었다. 정말 이 주소 하나로 영화에 나온 장소들을 찾을 수 있을까. 과연 젊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숙식을 하며 글을 썼다던 ‘셰익스피어 & 컴퍼니’의 다락방에 오를 수 있을까. 

“찾았다!” 의심과 기대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을 때 동행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화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 상상한 모습 그대로! ‘셰익스피어 & 컴퍼니’가 거기에 있었다. 작가 헤밍웨이에게 다락방을 내주었다던, <비포 선셋> 연인 제시와 셀린느가 9년 만에 재회했던 그곳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사진을 주섬주섬 꺼내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정말 파리에 왔구나?!” 
 
비포 선셋Before Sunset
6개월 후 오스트리아 기차역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 지 9년이 지난 어느 날, 두 사람의 하룻밤의 이야기로 베스트셀러가 된 제시는 파리의 한 서점에서 낭독회를 하다 셀린느를 다시 만나게 된다.  
개봉 2004년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셰익스피어 & 컴퍼니Shakespeare & Company
1919년 문을 연 영미문학 전문 서점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출간된 장소이자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의 예술가들에게 다락방을 내준 그곳이기도 하다. “이방인을 냉대하지 마라. 그들은 정체를 숨긴 천사일 수도 있으니”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르 퓨어 카페Le Pure Cafe 
“왜 미국에는 이런 카페가 없지?”라는 제시의 말처럼 파리의 작은 동네 카페의 느낌이 나는 곳. 영화로 유명해졌지만 특별히 커피가 맛있지는 않다. 
 

●마법이 시작되는 곳

내가 이곳, 파리에 오게 된 건 순전히 이 장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종소리가 울리면 클래식 푸조를 타고 192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던 우디 앨런의 마법이 시작되던 도시. <미드나잇 인 파리>는 우디 앨런이 얼마나 파리의 화려함을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는 영화다. 주인공을 파리의 황금시대인 1920년대로 데려다 주던 장소는 생 에티엔 뒤몽 성당의 계단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길을 잃어서라도 기꺼이 찾아가고 싶은 장소였다. 하지만 다행이도 성당은 파리의 영웅과 위인들이 묻혀 있다는 팡테옹 옆에 위치해 있어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가장 아름답다는 파리의 비 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난 이곳으로 향했고, 거짓말처럼 종소리를 들으며 주인공 길 펜더가 그랬듯 파리의 황금시대를 여행했다.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파리의 화려함만을 즐기고 싶은 약혼녀 이네즈와는 달리 파리의 일상과 낭만을 만끽하고 싶은 3류 시나리오 소설가 길 펜더는 그녀와 다툰 후 술에 취해 파리의 길거리를 헤맨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홀연히 나타난 클래식 푸조에 올라탄 길은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개봉 2012년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덤즈 
 

생 에티엔 뒤몽 성당Church of Saint Etienne
12시가 되면 클래식 푸조가 나타나 192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마법이 시작되는 곳. 정시마다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폴리도르Polidor 레스토랑
3류 시나리오 작가 길 펜더가 처음으로 헤밍웨이를 만났던 장소로 저렴한 가격에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1845년 문을 열었고 실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몽마르트르의 엉뚱한 소녀

비가 조금씩 내리던 파리에서의 셋째 날, 나는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했다. 즉석사진기 밑에서 버려진 증명사진을 모으던 니노를 처음 만난 아베세Abbesses역을 시작으로 몽마르트르 언덕 곳곳에서 영화 <아멜리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주인공 아멜리에가 좋아하던 꼴레뇽 식료품점 콩주머니 속에 손가락을 넣어 보기도 하고 그녀가 일하던 카페 데뒤물랭Cafe des Deux Moulins에서 딱딱하게 굳은 크렘 브륄레creme brulee를 숟가락으로 깨 보며 아멜리에가 되어보기도 했다. 
 
아멜리에Amelie of Montmartre
부엌 모퉁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빛바랜 사진과 구슬이 담긴 낡은 상자의 주인을 찾아주면서 벌어지는 엉뚱한 아가씨 아멜리에의 기분 좋은 사건들. 
개봉 2001년  감독 장-피에르 주네  출연 오드리 토투, 마티유 카소비츠
 
몽마르트르의 회전목마
아베세역에서 꼴레뇽 식료품점을 지나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면 아멜리에가 비밀임무를 수행하던 사크레 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e-Coeur 밑에 위치한 회전목마를 만날 수 있다.
 
Traviest 이미화
그녀는 영화를 보고 나도 저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개인 프로젝트‘Moved by Movie’ 를 시작했다. 영화가 계속되는 한 이 프로젝트는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에 1년 예정으로 체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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