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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나는 진정 진상승객이었던 걸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4.0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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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내가 예약한 창가 자린데!~’ 
한마디 하려다 혹시나 하고 다시 확인해 보니, 이럴 수가! 내가 예약한 자리가 창가가 아니었다.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창가 좌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처음으로 미리 여행사에 좌석 지정을 요청했었는데 이게 무슨 참사인지! 오늘따라 무척이나 붐비는 기내. 일단 자리에 앉아 승무원이 오기를 기다렸다. 본인 실수도 아닌데 이 북새통에 상황이 파악될 리 없는 승무원은 “지금 어수선하니 잠시 후 확인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잠시 후 비행기가 이륙했고 십여 분이 흘렀다. ‘흠, 확인해 준다더니…’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아까 그 승무원이 돌아왔다. “손님,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창가를?” 돌발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이 난국에 창가 자리를 부르짖으려면 ‘그냥요’라는 말로는 정당화될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 얼떨결에 간사이공항의 전경을 촬영하려고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마치 무슨 전문 사진작가라도 되는 양 말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뭔가 궁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자 승무원은 “죄송하지만 지금은 만석이라 힘들고, 그러시면 착륙할 무렵에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성의는 고맙지만 점차 상황이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사실 일본은 출장으로 자주 다니는 구간이라 창가에 앉지 못해도 그만이었다. 그저 일부러 지정한 좌석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뿐. 그런데 어쩌다 보니 비행기도 만석이라 정신없는 와중에 창가 좌석을 내놓으라고 난리치는 진상승객이 되어 가는 분위기다. 그래서 마음에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없으면 됐죠. 뭘. 괜찮아요.”

그렇게 잊어버리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까 그 승무원이 다시 등장했다. “손님, 마침 자리를 바꿔 주시겠다는 분이 계셔서…” 뒤를 돌아보니 한 아주머니가 서서 대기 중이었다. 아니,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그렇게 요구(?)하던 창가 자리로 옮겨 앉고 나니 옆좌석의 아저씨가 신경 쓰인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하려고 이리 자리를 갖고 유난을 떠셨나?’ 하는 눈초리 같기도 해서 혼자 멋쩍었다. 오늘따라 유독 희뿌연 오사카 상공. 그래도 어쩌겠나. 

뭔가 전문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연신 창밖 사진만 찍어댈 수밖에. 

2007년, 인천-오사카행 기내에서
 
tip
비행 전에 항공사나 여행사를 통해 좌석을 사전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기종별 좌석배치를 꿰고 있지 않는 이상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넓디넓은 날개 윗자리나 정렬이 어긋난 창문, 심지어 동체 끝에 달린 엔진이 창문을 완전히 가리고 있는, 소위 무늬만 창가석이 존재하므로. 남의 손에 좌석 지정을 맡기기 불안하다면 시트구루Seatguru라는 항공기 좌석 정보 사이트가 유용하다. 항공사별, 기종별 좌석 배치도를 통해 좌석별 특성 코멘트 및 편의시설 정보를 아주 ‘세심’하게 제공한다. 
 www.seatguru.com
 
유호상
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
현재 여행 동호회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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