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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아테네에서의 진퇴양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5.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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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휴가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아테네에서의 마지막 날. 지중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림엽서 몇 장을 사서 산티그마 광장 근처 우체국으로 향했다. 영국에서 열심히 근무 중인 동료 직원과 친구들에게 ‘감사 표현’을 빙자한 자랑질도 할 겸 몇 장 부치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뭔가 어수선함이 감지되기 시작한 산티그마 광장. 갑자기 어디선가 일단의 학생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등장했다. 시끌벅적했다. 이건 뭐지, 데모인 건가? 이런 건 서울에서도 볼 만큼 봐 왔는데…. 앞이 막혔으니 빙 돌아서 가려고 고개를 돌렸더니만, 어랏! 반대편에는 어느새 전투경찰들이 대열을 갖춰 길을 막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중간에 낀 돌발 상황이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뭐~ 설마 그냥 대치하는 정도겠지…’ 했는데, 그때였다. 최루탄을 쐈는지 어디선가 요란한 폭음과 함께 목이 따갑고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급한 대로 일단 눈앞에 보이는 골목길로 피신했다. 마지막 날 이게 웬 날벼락인지. 

잠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니 사태가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다. 이럴 땐 빨리 현장을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막힌 줄로만 알았던 옆 골목길이 다행히 다른 길로 연결돼 있었고 골목골목 요리조리 움직여 마침내 다른 쪽 큰길로 나올 수 있었다. 시내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는 듯했다. 분위기도 안 좋은데 그냥 페트라로 가는 기차를 타러 역으로 바로 갈까 잠시 갈등했지만 발등의 불을 끄고 나니 모락모락 딴생각이 피어났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그리스에서 엽서를 보내 보겠어! 이 난리 북새통에도 엽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우체국행을 강행했다. 곳곳의 산발적인 시위대와 부딪히며 이리저리 돌고 돌아 마침내 우체국에 당도했다. 한숨을 돌리며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대문짝만하게 붙은 공문 한 장. 
‘오늘 임시 폐쇄’ 
1998년, Athens, Greece
 
어느 나라나 학생들은 이래저래 바쁘다
졸지에 시위 취재하는 기자가 된 느낌. 이 와중에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
 
tip
나중에 들어 보니 올림픽항공 등 국영기업의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였다는데, 여행 지역의 정세는 미리미리 파악하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체감했던 하루였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서는 ‘여행경보제도’를 통해 ‘여행유의/여행자제/철수권고/여행금지’의 4단계로 나라별 안전현황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의 사건 사례와 대처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자신이 여행할 지역은 미리 확인해 보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www.0404.go.kr
 
*유호상▶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즐기는 타고난 여행가. 현재 여행 동 호회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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