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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슬 기자의 UnderLine] 그들의 여행이 특별했던 이유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5.05.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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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요, 아가씨. 어머니랑 여행은 더 좋은 데로 
가세요. 더 깨끗하고 좋은 데로, 유럽 같은 데로…. 
어휴 여기는…(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이제껏 말로는 한 번도 내색 않던 엄마. 
물론 표정을 보면서 줄곧 ‘힘드시구나’ 
생각은 했지만 그 심정을 
말로 표현하는 엄마는 그때 처음 보았다.

지인의 이야기로 시작해야겠다. 7~8년 전 그녀는 동생과 처음으로 일주일간 국내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익숙한 가족이니 당연히 편한 여행을 기대했다. 기차를 이용한 여행이라 대부분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평발인 동생은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했고 지인은 조금 더 둘러보고, 조금 더 걷고 싶었지만 힘들어 하는 동생을 보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배려한다는 생각에 내색하지 않고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둘에게 그 여행의 기억은 ‘아쉬운 여행’과 ‘고된 여행’으로 갈렸다. 이후 둘은 함께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같이 오길 잘했어>에서 볼 수 있는 두 모녀의 여행도 미묘한 갈등의 연속이다. 바라나시 가트Varanasi Ghat에 가고 싶은 딸과 두 번은 가고 싶지 않은 엄마, 인도 카레를 두고 확연하게 갈리는 호불호 등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둘이지만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처럼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엄마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그럼에도 모녀가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서로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시절 시내버스 타는 방법을 몰라 펑펑 울던 조그만 딸이 어느새 성장해 인도에서는 엄마 손을 이끌며 ‘보호자’를 자청했다. 타지에서 겪은 경험은 서로의 역할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도왔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감정을 모녀는 더욱 또렷하게 마주했고, 그래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값진 여행이었다.

여행지의 선정보다 여행의 동행자가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의 성공을 장담한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떠난 여행이 더욱 특별하려면 서로를 충분히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가족여행을 떠나기 좋은 5월, 뻔한 가족여행을 뻔하지 않게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같이 오길 잘했어
잡지사 에디터 경력 6년의 유경혜 저자. 다니던 회사가 공중분해되자 원하지 않게 ‘백조’가 되니 이때다 싶어 엄마에게 인도여행을 권했다. 두 모녀가 처음 떠난 배낭여행지 인도에서 보낸 보름 동안의 시간을 기록했다.
유경혜│리스컴│1만3,800원
 
글 양이슬 기자  사진제공 리스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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