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Gallery] 神의 노랑, 人間의 빨강 그리고 네팔 풍경
[Open Gallery] 神의 노랑, 人間의 빨강 그리고 네팔 풍경
  • 트래비
  • 승인 2015.05.11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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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나 성전이고, 언제나 경배한다.
골목의 돌멩이와 
테이블 위 플라스틱 라디오까지 성전이며
그곳에 
순박한 얼굴로 경배하는 나라. 
그리고 살아가는 곳.
네팔은 그렇게 신과 사람의 도시였다. 
 
고백하자면 밟을 뻔했다. 
어디나 성전이었으니까. 
튀어나온 벽돌마다 꽃잎이 올려져 
있고 바쁘게 오가는 바닥 위에도 
정성을 다한 경배의 흔적이 있었다. 
발걸음보다 낮은 곳의 성전. 
그곳에 놓인 꽃들을 보려고 
경배하듯 얼굴을 숙였다.
 

지붕에 사람을 태운 채 달린다는 기차. 
그 모습을 보려고 이틀 꼬박 버스로 
달려간 도시, 자낙푸르Janakpur. 
그러나 기차는 더 이상 달리지 않았다. 
아쉽게도 3개월 전에 멈췄다는 것. 
그 버려진 철로 옆으로 기차처럼 
큰 물소가 천천히 걷고 있었다.


포켓볼처럼 둥그런 플라스틱 조각을 
테이블 구석에 튕겨 넣는 놀이. 
골목마다 있는 풍경이다. 
놀이의 이름이 뭐냐고 묻자 
깜짝 놀란다. 이렇게 재밌는 놀이가 
한국엔 정말 없느냐며.


파르핑Pharping은 작은 동네지만 
거대한 티베트 불교 성전이 있었다. 
그 성전 속에 혼자 앉아 있을 때 
멀리서 아이들 함성 소리가 들렸다. 
가 보니 어린 승려들이 바람 빠진 
공으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몇 분 후 나는 골키퍼가 되었다. 
 
차로 유명한 일람Ilam을 지나 
림부Limbu족 마을에 며칠 묵었다. 
내게 자꾸만 퉁바 술을 건네던 
아가씨 ‘비말드’는 다음날 
전통 복장을 한 동네 여인들을 
소개해 줬다. 코와 귀에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지만 묘하게도 
우리와 얼굴이 닮아 있었다. 
 

자낙푸르는 더웠다.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에서 길을 잃었다. 
누구나 길을 잃는다고 했으니 
나는 거기서 ‘누구나’였다. 
길 찾을 생각도 없이 앉은 정자에서 
여인이 정성스럽게 발톱을 물들이고 있었다. 
네일숍이었을까?
 

파탄Patan을 지날 때 언덕으로 
붉은 천이 물결처럼 휘날렸다. 
작은 염색 공장이었다. 
순백의 천에 염료를 끓인 후 부어 
붉게 물들였다. 죽은 후 몸에 두르는 
천이라 했다. 살아 있는 손에, 
그 천이 이미 깃들여 있었다.
 
사진을 처음 찍혀 보는 듯했다. 
사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듯 보였다. 
그저 얼굴이 비슷한 여행자가 와서
이야기를 건네니, 그것을 신기해했다. 
나는 그들의 외모가 신기했고 
그들은 나의 먼 여행을 신기해했다.
 

나모붓다Nam o Buddha를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고 험했다. 
나왈리 전통 마을 몇 개를 지나야 했다. 
날이 쾌청했다. 
만년설 쌓인 산은 저기 풍경처럼 멀고 
오늘 막 붉은 흙을 새롭게 칠하는 
마을은, 여기 생활처럼 가까웠다. 
 


머리를 감다가 말고 지나던 나를 불렀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서둘러 손을 헹구더니 젖은 머리 그대로 
뒷마당으로 달려갔다. 
잠시 후 가져온 건 방금 딴 
노란 귤이었다. 
선물이라며, 일곱 개나 내게 주었다.
 

골목 앞으로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방앗간이었다. 
곡식 익는 연기와 
바쁜 남자의 노동과 
신을 그린 그림 한 장이 
같은 풍경 속에 있었다.
 
일람은 도시 전체가 
높은 언덕이었고 언덕마다 
녹차나무로 가득했다. 
멀리 칸첸중가Kanchenjunga가 
근엄하게 보였다. 
가장 높은 언덕 실로티까지 
힘겹게 올랐을 때 몇 명의 순례자가 
칸첸중가를 향해 향을 피워 
경배하고 있었다.
 
 

닥신칼리Dakshinkali는 순례자로 가득했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염소를 
덜 가진 사람은 닭을 
힌두 성전에 피의 제물로 바쳤다. 
초라한 쟁반들도 있었다. 
꽃잎뿐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최성규 | 누가 이유를 물으면 ‘어지러워서 그랬다’고 대답하는 버릇이   있어 ‘지구멀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이름으로 오래 사진을 찍고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마흔이 되면 안나푸르나로 떠나겠다는 중학교 때 약속을 지키려고, 모든 것을 관두고 그해 마지막 날 네팔로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안나푸르나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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