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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i-PyrEnEes 맑고 깨끗한 미디피레네 & 성스러운 루르드

  • Editor. 신지훈
  • 입력 2015.06.15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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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여러 휴양지가 있다.
그리고 미디피레네가 있다.
혹자는 말한다. 그곳이 무슨 휴양지냐고.
그러나 맑고 깨끗한 공기로 몸과 머리를,
순수한 자연 앞에서 오감을,
성스러운 기운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나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던
진정한 휴양임을 알게 된다.
 
루르드 마을 곳곳엔 믿음을 담아낸 벽화들이 많다. 루르드를 방문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Pic du Midi 픽 뒤 미디
3월의 눈과 별, 그리고 산

창밖을 내다보자 오금이 짜릿해진다. 수백년을 그곳에 있었을 침엽수는 케이블카와 곧 맞닿을 것 같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끝없이 눈 덮인 산맥이 펼쳐져 있고, 왼쪽 구름밭 너머로 미디피레네 그 어딘가로 짐작되는 넓은 평야가 저 멀리 펼쳐져 있다. 피레네Pyrenees 산맥에 있는 ‘픽 뒤 미디 드 비고르Pic du Midi de Bigorre’.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미디피레네Midi-Pyrenees와의 첫 대면이 이뤄졌다.

픽 뒤 미디 드 비고르. 프랑스 사람들은 흔히들 픽 뒤 미디라고 줄여 부른다. 피레네 산맥의 아름다운 파노라마 뷰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연중 내내 방문이 가능한 미디피레네 지역의 유명 관광지다. 픽 뒤 미디에 오르기 위해선 먼저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라 몽지La Mongie로 이동해야 한다. 

이곳을 방문했던 때가 3월 말, 한국이라면 이미 모든 스키장이 한 시즌을 마감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할 때지만, 이곳은 아직도 수많은 스키어로 붐비고 있었다. 라 몽지는 미디피레네 지역을 대표하는 스키 리조트다. 차량을 렌트하지 않으면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이어서 도리어 자연 그대로의 설원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미디 피레네 관광사무소 니콜Nicole Pradines은 말했다. “이곳이야말로 천혜의 절경을 감상하며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장소에요. 피레네 산맥을 따라 많은 스키 리조트들이 있지만 라 몽지만큼 스키어를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된 곳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23개의 리프트 정류장을 기준으로 수십개의 스키 코스를 만들어 놨어요. 수많은 유럽 사람들이 스키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요.”

라 몽지로부터 해발 2,877m 픽 뒤 미디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약 15분이 소요된다. 케이블카에는 최대 45명이 탈 수 있다. 스키장비까지 고려했기 때문에 정원을 다 채우고도 널찍하다. 케이블카는 정상을 향해 빠르게 오른다. 산 중턱에서 한 번 케이블카를 환승하고 나면 어느덧 발밑으론 구름이 한가득이다. 이곳이 ‘구름의 바다Mer De Nuages’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유다. 

정상에는 픽 뒤 미디 천문대Pic du Midi Observatory가 위치해 있으며 박물관, 레스토랑, 산책코스 등 관광객을 위한 부대시설들을 구비해 놓고 있다. 특히 1880년 기상 관측소로 설립돼 1908년부터 천체관측도 시작한 픽 뒤 미디 천문대는 ‘코로나그래프’로 더욱 유명하다. 1931년 베르나르 페르디낭 리오Bernard Ferdinand Lyot가 발명한 이 특수망원경은 세계 최초로 이곳에 설치됐다. 리오는 코로나그래프를 이용해 처음으로 일식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 관측에 성공했으며, 이후 1938년부터 이곳에서 코로나의 연속관측이 행해지고 있다. 또한 화성이나 달 등의 사진관측, 스펙트럼 촬영 등 평지에서 할 수 없는 관측에 다양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스키장이 문 닫는 여름시즌이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자신의 망원경을 들고 이곳을 찾는다. 미디피레네 관광사무소도 이곳을 관광지로 적극 운용한다. 7월과 8월에는 스페셜 패키지를 기획해서 픽 뒤 미디에 위치한 게스트룸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천문학 강사와 함께 별을 관측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미디피레네 전통 저녁 식사는 물론 유럽식 아침 식사까지 제공한다. 픽 뒤 미디의 여름이 기대된다.  
 
오금이 짜릿해지는 전경이 자랑인 픽 뒤 미디를 향하는 케이블카
라 몽지는 픽 뒤 미디 케이블카의 출발지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스키 리조트다
 
●GAVARNIE 가바르니
발길 닿는 모든 곳이 자연사 박물관

피레네 산맥에 위치한 오트피레네Hautes-Pyrenees주의 작은 마을 ‘가바르니Gavarnie ’. 피레네 산맥 중 최대의 빙하권곡이자 수많은 등산가들이 일년 내내 발길을 모으는 하이킹의 근거지다. 

가바르니는 유럽 자연생태계를 대변하는 곳이다. 오트피레네주 관광사무소 안나 폰탄Anna Fontan은 “이곳엔 1,500여 종이 넘는 식물이 살고 있어요. 그중 50여 종은 오직 가바르니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유일하게 아이벡스라는 야생염소가 살기도 했어요”라고 말한다. 가바르니야말로 유럽의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설명이다. 빙하침식으로 조성된 가바르니에는 U자형 협곡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계곡이 있고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다섯 계층의 식물 분포대가 걸쳐 있기도 하다. 고도에 따라 아지중해, 구릉지대, 저산대, 아고산대, 고산대 등 다섯 개 층에 서로 다른 종류의 나무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 1997년 유네스코는 이곳을   세계 복합유산으로 지정했다. 자연사 박물관이란 말이 가장 어울리는 곳이다. 

가파르게 깎인 바위산, 계곡과 폭포,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루는 가바르니. 수많은 야생화와 수목, 개울물이 시선에서 멀어지는 지점에 서면 거대한 석회암으로 이뤄진 협곡을 마주하게 된다. 협곡 너머는 스페인이다. 피레네 산맥은 그 길이가 약 430km에 달하며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지대에 걸쳐 있다. 마을에 걸쳐 있는 탐방로를 벗어나 본격적인 등산로에 접어들면 스페인에서 출발해 가바르니로 넘어오는 산악인, 그 반대 코스를 이용해 국경을 넘어가는 산악인들도 쉽게 마주한다.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가바르니를 ‘기적이자 꿈같은 곳’이라고 칭송했다. 한여름에도 설경이 펼쳐지는 장관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작은 마을, 가바르니에 가보면 당신도 느끼게 된다. 
 
협곡 너머는 스페인이다
가바르니에는 350km에 달하는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U자형 협곡을 중심으로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곡과 폭포가 많다
 

●Lourdes 루르드
믿음, 치유에 이르는 지름길

1858년 2월11일,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에 있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 루르드Lourdes의 가브Gave 강변에 있는 마사비엘 동굴에서 14세 소녀 마리아 베르나데트 스비르 앞에 성모가 나타난다. 그리고 소녀는 그해 7월16일까지 무려 18번에 걸쳐 같은 장소에 성모가 나타나는 것을 목격한다.
처음 베르나데트 스비르가 성모를 마주했을 때 그녀는 암굴 속에서 기도를 하던 중이었다. 광채와 함께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젊고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났다. 허리에 파란색 띠를 두른 여인의 손에는 흰색 묵주가 들려 있었고 발에는 노란색 장미가 달려 있었다. 여러 번 이 여인을 만나던 소녀는 8번째 만났을 때 여인에게 당신이 누구냐고 물었다. ‘원죄 없이 잉태한 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가엾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 ‘이곳에 성당을 지었으면 좋겠다’ 등의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당시 그녀가 성모 발현을 목격했다는 소식이 마을에 알려지자 모두가 ‘미쳤다’며 그녀를 조롱했다. 그녀 외에는 아무도 성모의 모습을 보거나 말을 듣지 못했기에 그녀가 진짜로 성모 발현을 목격한 것인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 일었다. 결국 이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그녀를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성모 발현이 있은 지 4년 뒤인 1862년, 교황 비오 9세는 성모가 베르나데트에게 나타났음을 공식 인증한다. 루르드 무염시태 성당Basilica of the Immaculate Conception에서 순례자를 위해 성지 안내를 하는 마틴 신부는 “성모 발현에 관한 일관된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으며, 더욱이 ‘원죄 없는 잉태Immaculate Conception’라는 말은 베르나데트가 성모를 만나기 겨우 3년 전에 가톨릭에서 공인된 교리로 당시 시골 소녀였던 그녀가 그 말을 알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더욱 사실이라고 믿게 된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성모 발현이 공식 인증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루르드는 연간 600만명의 가톨릭 신자와 순례자, 관광객이 몰려드는 세계적인 순례지가 됐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약 4만명의 순례자가 다녀갔다. 
특히 베르나데트가 성모를 만난 마사비엘 동굴의 샘물은 ‘기적의 샘물’로 불리며 루르드를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순례객들이 찾아오는 가톨릭 최대의 성지로 자리 잡게 했다. 마틴 신부는 “그녀가 아홉 번째로 성모를 만났을 때 성모는 샘으로 가서 물을 마시고 얼굴을 씻으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열 살에 콜레라를 앓아 평생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었어요. 성모의 말을 듣고 그녀가 동굴 근처의 땅을 파자 샘이 솟아나기 시작했고, 그 물로 그녀의 병이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고 설명했다.
마틴 신부에 따르면 동굴의 샘에서는 지난 157년간 변함없이 하루 약 14만 리터의 물이 흘러나와 순례객들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물을 이용해 치유됐다는 사례만 7,000여 건, 이 가운데 공인을 받은 건은 67건이다. 

루르드가 마음의 눈을 떠야 보이는 여행지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유가 일어나는 것은 베르나데트가 성모를 보았기 때문도, 동굴의 샘에서 흐르는 물의 성분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이곳에선 반듯하게 세워진 대성당보다, 성모상을 나열해 놓은 수많은 기념품 가게보다 그저 길 위에서 마주하는 순례자들의 눈동자를 먼저 볼 일이다. 기적을 바라고, 치유를 희망하고, 그것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을 담은 그들의 눈동자를 마주보면 비로소 이곳이 왜 치유의 마을인가를 알게 된다. 

루르드 무염시태 성당의 전경
아쉽게도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3월, 성모가 발현했다는 암굴은 공사 중이었다
루르드 시내에는 루르드를 방문했던 수많은 순례자의 사진들을 전시해놨다
루르드가 마음의 눈을 떠야 보이는 여행지라 불리는 것은 순례자의 믿음 때문이다
 
▶travel info Midi-PyrEnEes
AIRLINE
미디피레네주까지 직항편은 없다. 에어프랑스가 인천-파리 직항을 매일 2회 운항하고 있으며, 파리에서 툴루즈 또는 루르드 피레네 공항으로 가는 비행편으로 갈아타야 한다. 파리까지 비행시간은 약 12시간, 툴루즈 또는 피레네까진 약 2시간이걸린다. 에어프랑스 인천-파리 노선에는 한국인 통역원이 함께해 한국 승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식 기내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www.airfrance.co.kr

where to stay
미디피레네주는 산맥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평지가 아니기 때문에 기차가 발달해 있지는 않다. 이 지역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도 툴루즈 또는 루르드에 숙소를 정하고 픽 뒤 미디, 가바르니를 당일로 여행하는 것이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가장 편리하다. 툴루즈와 루르드 모두 미디피레네를 여행하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호텔이 있다. 장기간 머문다면 기본적인 취사가 가능한 레지던스형 호텔 시타댕www.citadines.com을 추천한다.

how to go
픽 뒤 미디ㅣ 루르드에서 라 몽지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버스 운행시간은 시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버스가격은 왕복 4유로. 좌석예약비 2유로는 별도다.
케이블카도 시즌에 따라 운행하는 시간이 다르다. 이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케이블카 요금은 성인 36유로, 어린이 23유로. 가족 패키지 요금도 운영하고 있다. 구글 번역을 이용,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정상의 게스트룸에서 묵는 여름 패키지는 싱글룸 기준, 1박 299유로, 더블룸 기준, 1박 399유로부터다. 
www.picdumidi.com
 
가바르니ㅣ 루르드에서 가바르니까지는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가바르니 지역은 대다수가 마을 입구까지만 자동차 운행이 허용된다. 가바르니 복합유산 지역에는 약 350km에 달하는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초보자 코스부터 전문가 코스까지 완비돼 있어 초보자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장기간 복합유산 지역을 둘러보고자 하는 방문객을 위해 주요 마을마다 숙박시설을 갖춰 놓고 있다. 하이킹으로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편안한 복장과 트레킹 신발은 필수다.  
www.gavarnie.com
 
글·사진 신지훈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에어프랑스 www.airfran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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