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차민경 기자의 ON AIR] 굴러라, 고물 자동차-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5.07.02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기마다 꼭 한 번씩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도 그렇다. 해가 길어지고 더위가 뒷목에 내려앉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이 영화의 OST를 찾아 듣고, 한밤중에 영화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된다. 내가 이 영화를 여름에 봤던가? 

마약중독자, 자살을 시도한 게이, 묵언수행에 들어간 사춘기 소년,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이론을 팔려는 머저리, 집안일을 손에서 놓은 여자, 겁도 없이 미인대회에 도전하려는 통통한 소녀가 얼떨결에 한버스에 탔다. 같은 지붕 아래 사는 한가족이건만, 대륙별 이방인을 모아 놓은 듯 아무런 교집합이 없다. 그저 미인대회가 열리는 캘리포니아를 향해 함께 가고 있을 뿐. 차 안에 내리 깔린 무거운 공기만이 고역은 아니다. 고물 차의 시동을 걸기 위해선 온 가족이 차를 밀어 먼저 굴러가게 해줘야 한다. 도중에 마약중독자 할아버지가 객사하는 바람에 시체까지 짐칸에 싣고 다닌다. 이건 뭐 고문 수준이다. 그러나 어쩌랴. 결국 한배에, 아니 한차에 탄 운명이니 아등바등 같이 가는 수밖에. 

이상한 캐릭터들이 모인 이상한 조합이다. 다들 어처구니가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우리가 탄 고물 차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휴가철, 여행을 떠나기 위해 우리 가족이 한차에 비집고 앉았을 때 그 모습 그대로다. 각자 한 가지씩 썩 내키지 않는 이유가 있고 날을 세워 다투기도 하고, 서로가 못 미덥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떠나는 휴가는 언제나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휴가만 그런 것도 아니다. 평소에도 각자가 너무도 달라서 지붕이 같아도 사는 세계는 딴판인 법이다. 

그러나 ‘희망’은 리틀 미스 선샤인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나름의 고난을 울며 기며 기어코 넘어간다. 조종사가 될 때까지 말을 않기로 했던 사춘기 소년 드웨인이 색맹임을 깨달았을 때 터지는 단말마, ‘FUCK!’이 지축을 흔드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엄지를 치켜들 수 밖에 없는 씬. 그중 압권은 미인대회 장기자랑에서 끈적한 노래에 엉덩이를 쓸어 올리는 7살 올리브를 위해 온 가족이 무대 위에 뛰어든 것이다. 황당한 표정의 관객을 앞에 두고 ‘어쩔까’ 고민은 잠시, 같이 온몸을 훑어 내리며 춤을 추는데 어찌 희망적이지 않을 수가. 

이가 하나 빠진 것처럼 쉴새없이 허술한 이 가족의 여행은 우리네와 닮아 있다. 투닥투닥 싸우는 것이 걱정된다 한들 그것도 같이 사는 삶의 과정일지 모른다. 올 여름엔 온 가족이 모여야겠다. 어디든 함께 떠나 살을 부벼야겠다. 휴가를 앞둔 우리가 확신해야만 하는 것은 망가진 차도 함께 밀면 굴러간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는 분명히 좋을 거란 것이다.   
 
 
감독 조나단 테이턴Jonathan Dayton, 발레리 페리스Valerie Faris
코미디, 드라마, 모험 | 102분 | 15세 관람가
2006년 12월21일 개봉
출연 스티브 카렐Steve Carell, 폴 다노Paul Dano, 아비게일 브레스린Abigail Breslin
 
글 차민경 기자  자료제공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Fox Searchlight Pictures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