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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뭐 이런 차가 다 있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7.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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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터블 스포츠카 머스탱! 폼나게 차를 몰고 오아후섬을 누비고 다닌 지 3일째 되는 밤. 마침내 연료 게이지에 불이 들어왔다. 시내 주유소에 들어서는 순간,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작정하고 찾아본 적은 없지만, 주유구를 여는 스위치가 3일 내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 혹시라도 뒤에 차들을 줄줄이 세워 놓고 주유구 찾느라 민폐를 끼칠까 싶어 마음 편하게 찾아보기 위해 일단 주유소 입구 옆 공터에 차를 세웠다.

예상대로 주유구 스위치는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예 시동을 끄고 문을 활짝 연 후 차 밖으로 나왔다. 불을 비춰가며 시트 밑에서 문 손잡이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샅샅이 뒤졌건만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당.황.하.지 않고 2단계 작전. 주유소 계산대 직원에게 자문을 구하러 갔다. 하와이에서 머스탱은 렌탈 1순위의 인기 차종인 만큼 우리 같은 사람이 간혹 있을 테고 어쩌면 이 동네 차들은 전부 우리와 다른 ‘어떤 방식’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는 직원의 확신 없는 반응. 대시보드 중앙부에 스위치가 없으면 간혹 조수석 글러브 박스 안에 있는 경우도 있다나? 나도 다양한 차종을 몰아 봤지만 아무렴 그럴 리가? 돌아와서 글러브 박스를 열어 보라고 하니 아내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역시나 스위치 비스무리한 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때 마침 막 주유를 마친 아줌마가 눈에 들어왔다. 행여 놓칠세라 잽싸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도 현지인이니 뭔가 실마리는 줄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한껏 품은 채. 흔쾌히 도와주겠다던 그녀. 그런데, 이럴 수가…. 그녀조차 차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대는 것 아닌가.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주유구 스위치를 이렇게 꼭꼭 숨겨 놓은 저의도, 이 흔한 차종에 현지인들도 감조차 못 잡는 상황도. 

이때 보다 못한 아내가 ‘에라이…’ 하며 장난처럼 주유구를 잡아 뜯으려는 듯 손을 댄 순간 스르륵 열리는 게 아닌가! 그랬다. 그냥 손으로 여는 것이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그런데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아줌마의 표정이 더 압권. 
‘뭐 이런 차가 다 있어?’ 
2015, Honolulu, Hawaii, USA
 
*유호상_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 현재 여행 동호회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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