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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 Table] “나 꿍꼬또, 기싱 꿍꼬또*~”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7.30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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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꿈꿨어, 귀신 꿈꿨어’의 소름 돋는(?) 애교버전

영화보다 공포스런 실화들이 실시간으로 SNS를 떠도는 시대에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귀신이야기를 누가 하겠냐마는! 때가 되면(이를테면 여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접신을 하고 있으니 이 또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정리 <트래비> 취재부 

믿는 자에게 공포가 있을지니 
천▶ 어느새 8월이 목전에. 비는 안 오고 덥기만 하다. 연초에 말했던 올 여름 ‘납량특집’이 다시 떠올라 납량納凉이 무슨 뜻인가 찾아 봤더니, ‘여름철에 더위를 피하여 서늘한 기운을 느낌’이라더라. 납량의 대가! 김 편집장. 기대가 크다. 
아니다. 거기 셋( 차,손,양 을 가리키며)이 먼저 얘기 좀 해 봐라.
차,손,양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2008년에 <트래비>에서 납량특집을 기사화 해 빅 히트를 쳤다는 전설을 들었는데 사실인가? 
보통 여행 가서 무서운 얘기는 기본적으로 하지 않나? 특히 저녁에 술 한 잔씩 하면서.
차,손,양   요즘은 그런 거 잘 안 한다. (다시 절레절레)
여행 가서 귀신 얘기하는 건 아무래도 옛날 스타일인가 보다. 주제 바꿔라.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 하면 가위에 자주 눌린다. 그래서 피한다. 
그럼 다들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손 들어 봐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대부분 있다고 생각하는 거네?
난 없다는 편. 봤어? 봤냐고? 본 사람 있냐고.
all ㅋㅋㅋㅋㅋㅋ
진짜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어서 귀신 이야기가 무서운 거다. 다들 한 번쯤은 오싹했던 경험이 있을 텐데. 
태국으로 출장 갔다가 리조트에 묵었는데, 현지 가이드가 무서운 이야기를 해줬었다. 근데 저녁까지 그 이야기가 계속 생각났다. 그 덕에 무서워서 좋은 리조트 풀장에도 못 들어가 봤다. 
무슨 얘긴데? 해봐라.
쓰나미가 와서 몇백명의 사상자가 났던 리조트인데, 복구를 마치고 운영을 재개했다나. 어느 날 젊은 부부와 갓난아이, 이렇게 세 명이 투숙을 했는데 밤이 되니 아기가 열이 많이 나서 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그때 올라온 직원이 뜻밖에도 서비스를 참 잘해 줘서 별 탈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단다. 서비스에 감동한 부부가 다음날 아침 그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데스크에 내려갔는데, 아무도 그 직원의 이름과 생김새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호텔 직원도 이상해서 그날 밤의 CCTV 영상을 급히 돌려봤더니 복도에 아무도 없는데 부부가 객실 문을 열어 주고 웃으면서 인사하고 마중까지 나오는 모습이 그대로 녹화되어 있었다는. 
all ㅎㄷㄷ
잠깐! 이게 무섭나? 다 지어낸 이야기다. 많이 들어도 시시해서 다 까먹는다. 예전 전설의 고향에 나왔던 ‘내 다리 내놔’ 정도가 좀 무서웠지. 그 뒤로는 다 시시하다.
그 귀신이 탤런트 이광기씨였다. 
all ㅋㅋㅋㅋㅋㅋ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도 클래식이지.
all ㅋㅋㅋㅋㅋㅋ

귀신은 언제나 자다가 봉창
외국에서 들은 귀신 이야기 좀 더 들어 보자. 
출장 가면 호텔에서 혼자 자게 되니까 꼭 전등이나 TV를 켜 놓고 잔다. 깜깜하면 스산하고 무섭다. 
TV 켜놓고 자는 건 오히려 더 안 좋다. 귀신이 TV 꺼 주고 간다더라. 
전기료 아끼라고?
all ㅋㅋㅋㅋㅋㅋ
가위를 잘 눌리기 때문에 징크스가 있다. 자기 전에 의자가 침대 방향으로 놓여 있으면 반대로 돌려 놓고 잔다. 누가 앉아서 나를 쳐다볼 것만 같아서다.
all 오, 무서워!!
난 불 다 끄고 어둡게 하고 자는데, 숙소가 오래됐거나 불이 희미한 숙소에 묵게 되면  무섭긴 하더라. 
난 아침 햇빛 들어오는 게 좋아서 자기 전에 커튼 조금 열어 놓고 자는데, 한 번은 뉴질랜드 트리하우스Tree House에서 잔 적이 있었다. 주위는 허허벌판인데 나무 위에 덩그러니 객실이 올라가 있는 호텔. 인테리어도 세련되고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경치도 참 좋았는데, 밤이 되고 나니까 이상하게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덜덜 떨었다. 특별한 숙소였지만 진짜 무서운 밤이었다.
불 켜고 잔 적은 한 번도 없다. 
난 화장실 불 정도는 켜고 잔다.
자다가 화장실 가는 건가?
숙면을 못 취하는 스타일이네, 잠자리가 바뀌면 그럴 수 있다. 
그게 아니고, 자기 전에 늘 한 잔씩 하고 자니까 오줌이 마려운 거다. 
al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귀가 밝은 편인데, 한 번은 프랑스의 어느 호텔에서 한밤중에 바깥에서 악! 소리가 났다. 바로 창밖을 봤는데 아무것도 없는 거다. 다음날 아침에 궁금해서 근처를 돌아보니 창문에 새가 부딪혀서 죽은 거였다. 
어떡해ㅠㅠ
아프리카의 럭셔리 사파리 텐트에서 잘 때도 무섭더라. 밖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도 극도로 민감해진다. 그럴 리 없겠지만 이상한 동물들이 침입해 올 것 같은 두려움. 
혼자 잘 때는 처음부터 마음을 잘 먹어야 한다. 한 번 무섭다고 생각하면 끝이다. 한 번은 발리에서 배 타고 롬복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신혼부부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전통 양식과 오가닉(?) 인테리어로 꾸민 숙소도 참 좋았다. 캐노피가 설치된 침대에서 잤는데 이상하게 자는 내내 캐노피 위에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나더라. 그냥 참고 넘겼는데 다음날 일어나서 위를 보니까, 쥐똥이 이만큼 있더라. 
all▶ 으악!!!!
그래 귀신보다는 차라리 쥐가 훨씬 무섭다. 
 
님아, 그 문만은 열지 마오. 
호텔 방 안에 있는 가구도 가끔 무섭다. 고성호텔처럼 유서 깊은 호텔의 옷장이 특히 그렇다. 문 열면 뭐가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으스스하다. 그래서 아예 안 열어 본다. 
맞네. 인도 갔을 때 큰 방에 혼자 묵었었다. 방 뒤편에 폐쇄된 문을 하나 발견, 호기심이 발동해서 또 열어 봤다. 그런데 그 안에 통로가 있고,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작은 문이 또 하나 있는 거다. 그 문을 여는 순간, 방 한가운데에 관처럼 생긴 옷장이 떡 하니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정말 무서웠다. 
all 꺄악!
그리고는 밤에 일행들이 모여서 술 먹고 걸리는 사람을 그 방에 가둬놓는 벌칙으로 게임하고 그랬었다. 
all ㅋㅋㅋㅋㅋㅋ
유럽 귀신이나 유령 이야기도 유명하지 않나?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혼이라는 개념 때문에, 동양 쪽 귀신이 더 무서운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태국 공포영화가 유명하다. 소름끼치고 기분도 찝찝해진다. 
더운 나라라서 오싹함이 더 필요한 건가.
실제로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체온이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진짜 피서 맞네. 나라마다 공포나 귀신을 테마로 한 축제들도 있지 않나? 도깨비, 강시, 드라큘라 등등.
그러네, 귀신도 스토리만 잘 입히면 좋은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일본에 오니기리인가? 귀신 있지 않나?
오니기리는 주먹밥이고 오니*겠지, 오니!
all ㅋㅋㅋㅋㅋㅋ
실제로 공포영화를 테마로 한 관광 상품이 있다. 영화 <샤이닝>*의 배경이 된 ‘스탠리 호텔 투어’. 영화에 나왔던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관광객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고, 직원이 직접 스토리를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도 있어서 투숙객 만족도가 높다고.
예전에 이사를 간 후 한 달 내내 가위에 눌린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점집에 가서 물어 보니 나는 기는 너무 약하고 반대로 동생은 기가 너무 강하다는 것. 그래서 방을 합치라는 해결책을 주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가위눌림이 사라졌다.
전에 다른 여행매거진 근무할 때 사진가랑 객원기자를 국내로 출장 보냈었다. 근데 돌아와서 여행 내내 귀신이 쫓아다녔다고 말하는 거다. 혼자서 그러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둘이 같이 봤다는 거 아닌가. 귀신이 내려가는 차 안에서부터 출장 내내 따라붙고 숙소에도 쫓아왔다고. 심지어 객원기자는 서울로 돌아와서 자기 자취방까지 귀신이 쫓아왔다고 하더라.
출장 따라 다니는 귀신이라니. 다들 조심해라. 

낯선 길에선 현실이 더 후덜덜
<전설의 고향> 이후에 딱히 생각나는 납량 프로그램은 없는 것 같다. <서프라이즈>, <세상에 이런 일이>처럼 믿기 어려운 실화들이 너무 많다. 인터넷의 발전도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는 구전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만 접속하면 별별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다 떠도니까.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있다. 머리 감을 때 고개 숙이면 뒤에서 귀신이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 있지 않은가.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샤워할 때 물안경을 쓰고 했었다. 
al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용실에서 머리 감을 때, 계속 눈 감고 있는 게 약간 무섭긴 하다. 
나도. 자꾸 일부러 눈 뜨고 천장 바라보게 되고. 
시대가 변하면서 무형의 공포보다는 더 현실적인 것에 공포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올 초에 아이슬란드의 식당에서 국수를 먹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가게로 들어와서 갑자기 점원에게 막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일촉즉발의 상황인데 영어가 아니니 상황을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최대한 태연하게 국수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문득 ‘아이슬란드에서는 총기 휴대가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후덜덜. 갑자기 총 꺼내서 쏘기라도 하면 끝장이지 않은가. 다행히 금방 경찰이 와서 그 남자를 데려갔다. 
맞다. 현실 세계가 더 무섭다. 
중국에서 장거리 버스를 9시간 정도 탔는데 갈 때는 밤길이고 술도 마시고 해서 몰랐다. 돌아올 때 낌새가 이상해서 밖을 보니까 버스가 깎아지른 절벽 위를 통과하고 있더라. 가드레일도 없고 심지어 절벽 아래에는 추락한 버스의 잔해도 남아 있었다. 
all 헐~
친구와 중국 자유여행 할 때 지도와 가이드북에만 의존해서 여행을 했었다. 밤에 야경을 보러 나갔다가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가 순식간에 인적 없는 거리로 달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버스에는 친구와 나, 단둘뿐. 내리고 싶은데 너무 무서워서 중국어도 생각나지 않더라. 결국 울먹이면서 유리창을 두드렸고 겨우 내렸다. 
객지에선 밤에 나가면 무섭다. 특히 도착했을 때가 밤중이면 더 그렇고. 한 번은 독일에서 한밤중에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길에 다니는 젊은 친구들이 정말 무서웠다. 
나는 동네가 좀 시끌시끌해야 안전하게 느껴진다. 
손기자는 젊으니까 젊은 친구들끼리는 그럴 수 있겠다. 나는 무섭다. 
all ㅋㅋㅋㅋㅋㅋ
파리에 갔을 때 한 번은 누군가가 뒤에서 위협을 하더라. 뒤돌아보니 한 놈이 아니더라. 여러 명이 등 뒤에서 위협을 하니까 어찌나 무섭던지 땀이 뻘뻘. 
그래서 어떻게 했나?
태권도로 다 날려 버렸다. 
allㅋㅋㅋㅋㅋㅋ 에이 설마.
실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가지고 있는 거 다 줬다. 
all ㅋㅋㅋㅋㅋㅋ
웃지 마라!!! 현명한 거다. 괜히 덤볐다간 큰일이다. 
네팔에서 여자 후배 한 명이 거의 한 달짜리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레킹 코스를 가겠다는 거다. 그것도 가이드랑 둘이 가는 게 더 위험하다면서 혼자서 가겠다고. 모두가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줄 아나?
all ?????
트레킹하다가 멋진 호주 남자를 건져서 결혼까지 골인했다. 
혹시 무서운 이야기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는데 훈훈하다. 
날도 덥고 해서 귀신 이야기로 피서 좀 할까 했는데, 한 가지 교훈만 얻었다. 
all ???
역시 무서운 이야기는 밤에 맥주 홀짝이면서 해야 제 맛이라는 것!!! 
all 옳소!! 가자!! 

Travie Dictionary 
* 오니鬼 | 일본판 도깨비 혹은 귀신. 몸은 사람이지만 뿔과 큰 송곳니가 있는 괴수의 머리를 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지옥에서 망자에게 벌을 가하는 괴물로 등장한다. 외눈박이 오니, 몸색이 다른 오니 등 다양한 모습이다
* <샤이닝The Shining> |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공포영화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대표작. 특히 문틈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엽기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주인공역 잭 니콜슨의 포스터가 유명하다. 1980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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