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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내가 예약한 베이징 유령 호텔?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8.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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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으로의 첫 중국 출장!  회사 업무 일정은 월요일부터지만, 현지 적응을 빌미로 주말은 개인시간을 갖고자 했다. 출장이 아니라 여행을 위한 숙소는 스스로 꼼꼼히 체크해 골랐다. 그중 중국식 정원이 있는 자그마한 호텔로 낙점! 도착 당일, 베이징역 앞에서 택시를 탔다. 호텔이 천단공원의 동문 근처라길래 일단 그리로 가자고 했는데, 아뿔사, 기사 아저씨가 동문East Gate이란 말을 못 알아듣는다. 나 또한 중국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처지. 결국은 남문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공원의 울퉁불퉁한 돌길을 가로질렀고 캐리어는 거의 두 팔에 안겨 있었다.

겨우 다다른 동문. 시작부터 어째 심상치가 않았다. 확인한 주소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호텔이 있을 만한 분위기가 아닌 듯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스스로는 절대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아 다시 택시를 잡아 탔다. 기사 아저씨한테 주소를 보여 주면 어떻게든 가겠지. 택시는 방금 전 내가 나온 길로 다시 들어갔다. ‘역시 맞았나?’ 싶었으나… 아까 내가 어슬렁대던 곳에서 택시도 멈췄다. 기사 아저씨는 휴대폰을 꺼냈다. 그렇지! 기사 아저씨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지. 내가 미처 생각 못한 휴대폰.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할 줄이야.

아저씨는 호텔직원과 유창한(?) 중국어로 통화를 하더니 이제 알았다며 차를 다시 큰 길로 뺐다. ‘아, 호텔이 이전했나 보구나.’ 택시는 큰길로 나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스트레스가 싹 가실 만큼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먼 곳인데 늦게라도 택시를 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에 흐뭇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차는 대로 끝 교차로에서 느닷없이 유턴을 했다. 그리고 왔던 길을 다시 엄청난 스피드로 돌아오기 시작, 마침내 차가 멈춘 곳은 내가 택시를 탄 위치에서 바로 길 건너편. 살짝 우회전만 하더니 세워준다. 아저씨는 씩~ 웃으며 바로 저 호텔이라고. 결론적으로 나는 택시 타고 횡단보도를 건넌 것이었다. 

잠시 후, 더 기가 막힌 반전은 따로 있었다. 내가 찾던 호텔은 이름도, 분위기도 인터넷에서 봤던 곳과는 전혀 달랐다. 중국식 정원 따위는 물론 없었다. 오직 전화번호만 같았을 뿐.
내가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2007, 01, Beijing, China
 
TIP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서 호텔 위치를 찾아가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현지어로 된 주소를 종이에 출력해 가는 것이다. 호텔에 도착한 후에는 호텔 위치가 표시된 무료 시내 지도나 명함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 현재 여행 동호회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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