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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column] 전기 없는 캠핑, 어떠신지!

  • Editor. 김선주
  • 입력 2015.09.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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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 친구네 가족과 동반 캠핑을 다녀왔다. 그쪽 아빠는 텐트 안에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더라면 이렇게 ‘뭉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변함없이 전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국내 캠퍼들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그 ‘야영장 안전관리 기준’ 개정을 두고 한 말이다. 한여름에도 아이들을 위해 전기장판을 켜고, 각종 전기 랜턴과 조명 도구, 영화감상용 빔 프로젝터, 미니 선풍기에 헤어 드라이기까지 바리바리 챙기는 그의 캠핑 스타일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했다.

정부는 텐트 내 전기 사용은 물론 가스 반입과 화기 사용 등도 금지하려 했다. 올해 초 강화도에서 발생한 글램핑장 화재 사건이 발단이 됐다. 아무리 안전강화를 위한 조치라지만 캠퍼들은 터무니없다며 거세게 항의했고 격렬한 논쟁도 불거졌다. 아예 캠핑을 하지 말라는 소리냐,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다…. 결국 정부가 한 발 물러섰다. 8월4일 시행일을 코앞에 두고 3년간 유예조치라는 타협의 카드를 내밀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니 캠핑장은 다시 예전 그대로다. 어둠이 내려도 휘황하고 시끌벅적하다. 빛공해, 소리공해의 현장이 따로 없다. 유예일 뿐인데 백지화한 것으로 착각한 듯하다. 정부의 전기 금지 조치에 찬성한 ‘침묵의 소수’ 입장에서 보자면 괘씸할 정도다.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 자체를 즐기는 캠핑의 본래 모습을 살려 나가고자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했던 캠퍼들이다. “전기사용에 과다하게 노출된 우리나라 캠핑문화를 개선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 그 적응기로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데도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건만, 달라질 기미가 없다.

전기 없는 캠핑을 불편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자연과 한층 가까워지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차근차근 적응훈련을 한다면 유예기간이 끝나더라도 전기를 아쉬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기에서 멀어진 만큼 자연에 다가간다. 전기공급 장치가 아예 없고 모닥불도 피울 수 없는 국립자연휴양림의 야영장이 왜 그토록 인기가 높은지 궁금하다면 한 번 경험해 보라. 시장판 같은 왁자지껄함 대신 숲의 고요와 자연의 소리가 달랜다. 인공조명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자연의 빛도 비로소 반짝인다. 추운 겨울, 전기장판도 없이 어린 자녀들과 어떻게 캠핑을 하느냐고 막무가내로 따지기만 할 게 아니다. 전기 없이도 거뜬한 캠핑 장비와 아이디어 상품이 얼마나 많고 또 훌륭한가! 충남 서산의 용현자연휴양림 야영장에는 온수로 사이트 바닥을 데우는 ‘황토온돌데크’가 있는데 겨울철 예약전쟁이 치열하다. 전기장판 없이도 바닥은 얼마든지 데울 수 있다. 

애써 캠핑장의 빛을 가리지 않고 한참 동안 올려다보지 않아도, 고개만 들면 밤하늘의 초롱초롱한 별빛이 쏟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전기 없는 캠핑의 소소한 불편 정도는 감수할 만하지 않은가! 
 
글 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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