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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슬 기자의 UnderLine] 1만 시간의 로망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5.09.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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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아니라 꿈이 많은 부부였던 겁니다.
저희는 그걸 ‘가치관의 우선순위’라고도 말합니다. 인생에 있어서 안정적이고 아늑한 보금자리를 1순위로 꿈꾸는 사람들은 멋진 집과 자동차 그리고 그 집의 인테리어 등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겠죠. 어쩌면 2박 3일간의 여행 경비도 아까워하며 마음에 쏙 드는 가구 하나를 더 사는 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 저희 부부가 함께 꾸는 꿈의 1순위는 ‘좀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신혼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일 년 동안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알고 있다. 모든 생활을 잠시 접고 일 년 동안 장기여행을 떠나는 결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혼자 내리는 결정도 어려운데 하물며 둘이서 그것도 갓 결혼한 부부가 장기 해외여행이라니. 어찌 들으면 허무맹랑하고 당황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신혼여행에 대한 계획을 지인들에게 털어놓으면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거야?”, “아직도 꿈속에 사는구나.”
되돌아오는 싸늘한 반응에 언제부터인가 신혼여행에 대해 입을 다물게 됐다. 그렇다고 로망이 사라졌을까. 그럴 리가. ‘신혼여행은 일 년 세계여행’이라는 꿈은 여전하다. 오히려 <함께, 다시, 유럽> 덕분에 더욱 견고해졌다.

꿈꾸는 장기 신혼여행을 먼저 다녀온 부부의 이야기. 414일 동안 아내 정민아나디아와 남편 오재철테츠은 3대륙 21개국을 여행했다. 중남미, 유럽, 북미 중 그들은 각자의 기억에 남는 유럽을 먼저 기록했다. 사진을 전공한 남편 덕분에 여행했던 유럽 각지의 모습은 사진으로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사심을 듬뿍 곁들이자면 책 마무리에 정리한 그들만의 여행 팁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들의 선행先行 덕분에 신혼여행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귀한 밑거름을 비축한 기분이다. 

그들은 9,936시간, 약 1만 시간을 함께 여행했다. 여행을 마무리하고 귀국하자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여행의 기억은 조금씩 흐려졌고 다시 일상에 완벽히 적응했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가짐만은 달라졌다. 가진 것이라고는 배낭 하나뿐이던 그때,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며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신혼여행의 로망을 꿈꾸기 시작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평생 둘 만 나눌 수 있는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함께, 다시, 유럽>의 두 저자가 느낀 마음가짐을 깨닫기 위해서다. 필요한 만큼의 울타리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가짐. 더 많은 세상을 만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에게 신혼여행이란 아직도 까마득하지만. 

글 양이슬 기자  자료제공 미호
 
함께, 다시, 유럽
414일간의 세계여행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정민아, 오재철 부부. 결혼 후 5개월 동안 준비해 3대륙 21개국을 여행하고 그중 각자의 기억 속 유럽을 담았다. 사진작가 남편의 양질의 사진은 물론 여행에 필요한 팁도 알차게 정리했다.
정민아·오재철│미호│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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