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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개구리알 흡입사건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9.01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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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개구리알?”
시내 여기저기를 구경시켜 주던 타이완 친구 C와 P가 멈춰선 곳은 길거리에서 밀크티를 파는 노점이었다. 그리고 곧 하는 말. “이건 꼭 먹어 봐야 해!You shouldn’t miss this!” 그들 사이에 요즘 개구리 알을 넣은 음료수가 유행이라나.

잉? 그으~래? 경험을 최대의 미덕으로 여기는 나, 그래도 이건 왠지 좀…, 싶었지만 어쨌든 마다하진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모르니 그냥 맛만 보겠다는 나의 소심한 제안은 묵살당하고 친구는 굳이 3개를 주문해서 하나씩 손에 쥐어 주었다.

두툼한 빨대로 한 번 살짝 빨아 봤더니만, 미끈미끈한 시커먼 덩어리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우욱…” 가뜩이나 밍밍한 밀크티에 대체 이게 무슨 몹쓸 짓인지! 성의를 생각해서 어렵게 찔끔찔끔 반 정도 ‘처리’했으나 더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조금씩 마시는 척하다가 길가에 큰 쓰레기통을 발견하고는 슬쩍 버려서 증거인멸에 성공!

그렇게 개구리알 사건은 정리되는가 했더니 다음날 저녁, 야시장에 갔는데 또 개구리알 밀크티를 사 주겠다는 것이다. 마침내 한마디 했다. 어찌 문화인으로서 개구리알을! 더는 못 먹겠다 No more frog!고 말이다. 속으로는 ‘아니, 먹을 게 그렇게 없어서 개구리알을 퍼 먹나?’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의 진지한 표정에 완전히 쓰러진 두 여자, 그리고 돌아온 한마디. “It’s not real!” 엥? 그랬다. 문제의 그 검은 덩어리는 타피오카 펄이었다. 타이완에서는 그걸 장난삼아 개구리알이라고 부른다나. 다시 말해, 그냥 우리가 아는 밀크티라는 뜻. 오래전 일이라 당시에는 한국에 밀크티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지만 컵에 그려진 개구리 그림과 싼티나는 패키지 디자인이 문제였다.

바보같이 진짜로 믿었냐고?
지금이라도 또 속을 것 같다.
 
2002, Taipei, Taiwan
 
▶tip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무엇에든 항상 의문을 갖는 ‘습관’을 강조했다.
여행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 현재 여행 동호회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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