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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경 기자의 On Air] 그 산을 오르는 이유- 에베레스트Everest

  • Editor. 차민경
  • 입력 2015.10.0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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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훅훅 몰아쉰다. 바람은 날이 서린 추위를 몰고 오고, 공기는 희박하다. 꽁꽁 껴입은 옷의 무게가 천근만근으로 늘어진다. 사람 키만한 배낭이 어깨를 짓누르기까지 한다. 진짜 원정대의 일원이 된 것처럼, 에베레스트를 다녀왔다. 

63빌딩을 35번 쌓아도 닿을까 말까한 높이에 8,848m의 에베레스트 정상이 있다. 물론 이 극한의 높이를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 안전장치가 강화되고 기상예보가 정확해지면서 도전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성공률도 높아졌다. 1990년대에는 정상에 도전한 사람들 중 18%만이 성공했다면, 2012년에는 56%까지 그 확률이 올라갔다. 이런 배경엔 전 일정을 관리하고 동행하며 아마추어의 등반을 돕는 상업등반대의 역할이 숨어 있다. 

9월24일 개봉한 <에베레스트Everest>는 1996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한 원정대 중 총 12명이 조난을 당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을 그린다. 초기 상업등반대인 ‘어드벤처 컨설턴츠’의 대장 롭 홀과 그의 원정대 이야기다. 당시 롭 홀이 이끄는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논픽션 작가 존 크라카우어Jon Krakauer가 당시의 이야기를 담아 저술한 <희박한 공기 속에서>란 책을 바탕으로 했다. 이미 같은 책을 바탕으로 1997년 로버트 마르코비츠Robert Markowitz 감독이 <인투 씬 에어Into Thin Air>란 이름의 영화를 만든 바 있기도 하다. <에베레스트>는 같은 이야기에 대한 두 번째 작품인 셈이다. 

러닝타임 내내 인물들은 극한 상황에 놓인다. 고산병은 사소한 것일 뿐, 위로 올라갈수록 산소 부족으로 호흡곤란과 무력증이 닥친다. 자연은 위협적으로 휘몰아치고 무너지면서 아찔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어찌할 바 없는 자연의 무게 앞에 생사를 걸고 외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사실 북한산 언저리만 밟아 본 사람으로서, 인물들이 느끼는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왜 올라야 하는가’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한 적이 없으니 고통, 때로는 죽음을 감내하고 산을 오르는 인물들과 공감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도전을 꿈꾸지 않는 자라 할지라도 영화 내내 펼쳐지는 에베레스트의 풍경에 영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에베레스트>는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에베레스트와 알프스 산맥 등지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제작진들은 에베레스트 제2캠프보다 더 높은 6,657m까지 촬영을 위해 올라갔다고. 일반 영화 화면보다 10배 큰 영상인 IMAX를 구현하기 위해 IMAX 카메라와 장비를 현장까지 옮겨 촬영하기도 했다. 덕분에 아마 살아생전 볼 수 없었을 에베레스트의 풍경이 사실적이고 현장감 있게 전해졌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도전에 목숨을 거는 영화 속 인물들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영화 속 에베레스트는 아름다웠고, 그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으니 결국 그 산을 오르는 수밖에.
 
 
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Baltasar Kormakur
모험, 드라마, 스릴러 | 121분 | 12세 관람가
2015년 9월24일 개봉
출연 제이슨 클락Jason Clarke,
제이크 질렌할Jake Gyllenhaal, 조슈 브롤린Josh Brolin

글 차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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