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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슬 기자의 UnderLine] 1만 시간의 여행 홀로서기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5.10.01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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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한 살 나이가 들면서 여행을 떠나는 데도 자꾸만 핑계가 는다. 거긴 사람이 많아서 안 되고, 저긴 깔끔한 숙박시설이 없어서 안 되고, 여긴 교통편이 불편해서 안 되고. 살아온 세월만큼 쌓인 선입견과 굳어진 습관들이 자꾸만 발목을 잡는다. 특히 함께 떠날 누군가가 없을 때 홀로 떠나온 여자에게 쏟아질 무성한 호기심과 의아함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하지만 떠나 본 사람은 안다. 길 위에서 만나는 다정한 인연과 소중한 추억은 비로소 혼자일 때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을."

고백하건데,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하는 여행을 선호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굳이 꼽아 보자면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 카메라(그것이 나의 카메라일지라도)에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누군가 동행해야만 한 장의 추억이라도 남길 수 있다는 점 등이 있겠다.

그래도 가끔 혼자 길을 나서고 싶을 때가 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후끈했던 바람이 서늘하게 바뀌어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게 만드는 시기, 바로 가을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혼자 여행을 떠났을 때는 항상 계절이 바뀌던 시기였다. 뙤약볕이 따가운 여름도, 새끼발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 아린 겨울도 아닌 그 계절. 그렇다고 몇날 며칠을 떠돌아다닐 배짱은 못 된다. 기껏해야 버스 타고 건너간 옆 동네 산책 정도랄까. 어쩌면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권다현 작가의 <나 홀로 진짜 여행>은 전국의 44개 여행지를 소개했다.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근교부터 기차 여행, 맛집 여행, 바캉스도 담았다. 전제조건은 딱 하나, 혼자 떠난다는 거다. 여행지마다 녹아 있는 추억과 이야기를 읽다 보니 무작정 혼자 떠나고 싶은 욕구가 솟아났다. 범죄 없는 골목길 만들기 프로젝트로 곳곳에 벽화가 그려진 염리동 소금길을 기웃거리고 싶은가 하면,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Slow City라는 담양으로 떠나 아무 생각 없이 느릿느릿 걷고 싶기도 했다. 인천 신포시장, 부산 국제시장, 포항 죽도시장을 들러 배부르게 만찬을 즐기고 청주 수암골에서 골목을 산책하고, 제천 청풍호의 바람도 맞고 싶어졌다.

혼자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품은 데는 풍성한 추억이 생길 수 있다는 조언의 역할이 컸다. 왁자지껄 떠나는 여행만이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틀을 깨 줬다. 버스 옆자리 할아버지와의 이야기, 식당 아주머니의 친절, 덤을 올려 주던 빵집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까지 그 모든 것이 여행이었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길 위의 사람들을 더욱 가까이에서 만나려면 여행 홀로서기가 필요한가 보다. 떠나고 싶은 가을, 단출하게 짐을 꾸려야겠다. 

글 양이슬 기자  자료제공 지식너머 
 
나 홀로 진짜 여행
권다현 작가는 11권의 여행서적을 집필한 베테랑 여행 작가. 제주·서울여행은 물론 기차 여행, 맛 여행까지 섭렵한 작가가 소개하는 44곳의 국내 여행지를 담았다. 관광지보다 한적한 여행지 위주로 기록했으며 대중교통부터 맛집, 숙소, 카페 정보까지 제공한다.
권다현│지식너머│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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