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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자는 어떤 여행을 좋아할까?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5.10.08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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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알람이 울렸다.
새로운 동영상이 업데이트되었다는 메시지다.
뒤늦게 푹 빠지게 된 인기 유튜브 채널 <영국 남자>다.
뭐? 영국 남자가 한국에 왔다고?
 
지난 8월26일, 한국을 찾은 조쉬(오른쪽)와 올리(왼쪽). 사진은 에어비앤비 한국사무소에서 촬영했다
 

영국 남자, 정체가 뭡니까?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개량 한복을 입고 떠나는 ‘한복 여행’이 유행이란다. 일상복처럼 만들어져 활동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디자인도 세련돼 여심을 사로잡았다. 일각에서는 한복을 입고 경솔한 행동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어쨌든 ‘한국의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는 좋은 취지가 깔려 있지 않은가. 

여기, 한국을 사랑한 영국 남자가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영국이 아니라 한국을 알리고 싶었다는 남자, 조쉬Josh다. ‘영국 남자’라는 이름으로 93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유튜버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의 문화를 영국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경험시키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다. 이를테면 화끈한 매운맛을 자랑하는 불닭볶음면이나 김치, 김치볶음밥, 식혜 등 영국인들에게 생소한 한국 음식을 먹어 보게 하고 그 반응을 촬영하는 식이다. 영국인들이 소름끼치는 애교 ‘나 꿍꼬또, 기싱 꿍꼬또나 꿈 꿨어, 귀신 꿈꿨어’를 말하는 영상도 있다. 조회수는 평균 200~400만, 그 이상도 있다. 

그를 만나 이렇게 물었다. “대체 정체가 뭡니까?” 그러자 유창한 한국말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더라고요. 원래 직업은 모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그냥 ‘영국 남자’입니다. 하하!” 

조쉬가 한국을 ‘애정하게’ 된 것은 고려대학교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지낼 때부터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무더운 여름 방학, 영국으로 돌아간 그는 현재 영상 촬영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 올리Ollie와 함께 뭔가 재밌는 일을 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평소에도 둘이서 우스꽝스러운 영상 찍기를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의미 있는 걸 해 보고 싶었단다. 단순히 웃음을 연발하는 영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영국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를 쉽고 자연스럽게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핵심은 영국과 한국, 두 문화를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시작은 한국의 대표 음식, 김치였다. ‘김치를 처음 맛 본 영국사람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그 후로 영상에는 다양한 음식이 등장했다. 친구가 런던에 여행을 온다면 꼭 데려가고 싶은 곳들만 촬영한 영상도 있다. 올리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한국을 잘 아는 조쉬가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 만한 것들로 판을 짰다.  

영상은 조쉬가 진행을 맡고, 올리가 촬영한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절친’이었다는 둘은 영국 남자 유튜브 채널을 함께 작업하면서부터 ‘세트’가 됐다. 가볍게 시작한 일이 지금은 한달에만 한국을 세 번 왔다갈 정도로 커졌다고. 올리는 아예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뒀다. 노숙자들을 위한 복지시설에서 커뮤니케이터로 근무했던 그에게 영상 촬영은 단순히 취미였는데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각종 매체와 시설에서 프로젝트 합작 문의가 많아졌고 지금은 조쉬와 함께 촬영에만 전념하고 있다. 
 
 

영국 남자는 어떤 여행을 좋아할까?

조쉬와 올리는 처음 만난 날부터 이야기가 통했단다. 누구보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비 어 로컬Be a local, 현지인처럼 지내는 여행’의 여행스타일을 추구한다. 
어릴 적 중국 칭다오에 있는 국제학교를 다녔던 조쉬에게는 전 세계 곳곳에 친구들이 있었다. 그 덕에 친구를 만나러 어느 곳에 가더라도 호텔 대신 친구네 집에서 지낼 수 있었다고. 그래서 그의 여행은 박물관이나 전망대에 오르는 대신 친구가 평소 즐겨 가는 식당과 카페, 공원에 가는 식이었다. 

올리의 여행은 좀 더 강도가 높았다. 어렸을 때부터 백패킹을 즐겼다는 그는 19살에 동남아시아부터 미서부,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밀착 여행을 좋아해 현지인 집에서 머무르는 ‘하우스 렌탈’을 주로 이용했단다. 취향이 비슷한 덕에 둘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얼마 전 또 다른 영국 친구, 조니Johnny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산낙지와 흑돼지를 먹고, 광장시장과 찜질방을 누볐다. 영상에는 두 사람이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이 생생하게 비춰졌다. 
“‘한국 처음 가 본 조니 시리즈’는 우리 셋의 여행이기도 했어요. 현지인처럼 지내는 여행이 좋아서 숙소도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죠. 서울에서는 새로 개조한 한옥이 인상적이었고, 제주도 숙소의 호스트는 기타 연주가였어요.” 

조쉬와 올리는 특히 제주도에서 만난 호스트 덕분에 진짜 현지인처럼 여행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은 잘 알았던 조쉬지만 제주도는 처음이었다. 함께 온 조니에게 진짜 제주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특별한 계획을 미처 세우지 못했던 것. 하지만 호스트가 바비큐 파티를 정성껏 준비해 준 덕에 그들은 함께 기타를 치고 맥주도 마셨다.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비밀스러운 오름에 오르고, 호스트의 친구 집에도 방문해 진수성찬도 즐길 수 있었다. 

서울과 제주를 즐겁게 여행하는 장면들은 지금도 업데이트 중이다. 영상은 대부분 영국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한국의 것들로만 기획해야 했다. 그래서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많지만 한계가 많았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한국 문화를 ‘제대로’ 체험한 것 같다는 평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단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비공개지만 좀 더 생소하고 다양한 재료로 한국을 알리고 싶다는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니, 영국 남자 구독자는 더욱 늘어날 듯하다.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Wave Sound of Ocean View 1 하우스

●영국 남자들이 체험한 
서울, 제주의 현지인 집 
 

서울 기비하우스
조쉬-개인적으로 한옥에서 숙박한 것은 처음이었다. 호스트마다 성격이 다르지만, 기비하우스의 집 호스트는 기본적인 것들은 잘 챙겨주되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편히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올리-전통 한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집이었다. 집 한가운데 작은 정원이 역사적 면모와 예술적 느낌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었다. 
 
제주 This is Hot
조쉬-적극적인 호스트를 만났다. 아침부터 직접 밥도 해주고 어디에 가면 좋을지 히든 플레이스를 추천해 주기도. 호스트가 추천해 준 ‘응?’이라는 식당이 매우 특별했다. 미리 전화 예약을 해야 하지만, 그날 재료에 따라 먹고 싶은 메뉴를 받아 만들어 주는데 조니도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올리-여러 모로 이동이 편리한 곳에 위치했다. 개인적으로 에어비앤비의 팬이다. 일단 서칭부터 예약까지 시스템이 심플하다. 현지인과 자연스럽게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글·사진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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