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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column] 면죄가 아닌 면세

  • Editor. 신지훈
  • 입력 2015.11.03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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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어머니와의 첫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 작은 것 하나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여행 이틀째 되던 날의 쇼핑이 입국 때까지 날 괴롭히고 말았다. 한국에서부터 눈여겨 봤던 패딩 점퍼가 한국보다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던 것. 가격이 국내 면세한도인 600달러를 넘었지만 덜컥 구매를 해버렸다. 이때부터 입국 때까지 자진신고와 모르쇠의 갈림길에서 고민은 계속됐다. 관광지와 맛집을 검색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세금을 피할 수 있을지 인터넷을 뒤적였다. 온라인상에서는 세금을 피하는 여러 가지 정보가 넘쳐나고 있었다.
 
정부는 올해 1월1일부로 면세한도를 6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면세한도는 1988년 30만원으로 시작해 1996년 400달러로 상향조정 된 뒤 20년 가까이 유지됐다. 그러다 국민소득과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해외여행객의 구매력과 구매수요도 급증해 기존 한도를 준수하기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자 정부도 움직인 것이다. 상향조정까지 각종 조사가 뒷받침된 것은 물론이다. 더불어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 혜택과 가산세도 당초 30%에서 40%로 올려 자진신고를 유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행자들은 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는 ‘염치불구하고 다른 여행자에게 잠시 자기 것인 양 들고 나가 달라고 부탁하라’는 방법부터 ‘국내에서 산 것이라고 끝까지 우기기’, ‘현지에서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이라고 우기니 통과됐다’는 등 다양한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여행을 함께 다녀온 친구나 가족에게 면세품을 대신 들고 나가게 하는 여행자도 있는가 하면, 면세한도가 초과된 술이 걸리자 그 자리에서 술병을 깨 버렸다는 승객도 있었다고 하니 천태만상이다. 

결국 난 입국장에 들어서며 자진신고를 하고 감면된 세금을 냈다. ‘세금 피할 방법 궁리하지 말고 속 편히 여행하자’는 어머니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아들과 여행을 즐기고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괜히 걸려서 여행 망쳤다는 아들의 투덜거림은 듣고 싶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여전히 국내 면세한도인 600달러는 ‘높다’는 의견과 ‘충분하다’는 의견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하니 세금을 피할 수 있었다’는 다양한 사례들은 지금도 업데이트 중이다. 그러나 세금을 피하는 방법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의 일부를 면해 주는 것이 면세일 뿐, 그것이 무조건적인 ‘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목적은 ‘여행’이다. 여행을 잘 ‘소비’하는 것과 여행 가서 ‘소비’하는 것엔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다. 

어머니와 이탈리아에 있을 때 프랑스에 있던 지인도 며칠 뒤 입국을 했다. 지인은 파리에서 명품가방을 사고 입국장에 들어서다 벌금을 크게 물었고, 여행은 물론 기분까지 망쳤다며 크게 푸념했다. 그것이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글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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