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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내놓은 자식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11.03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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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로의 허니문! 목적지인 크라이스트처치까지 직항편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호주에서 갈아타는 비행편을 선택했다. 이유는 덤으로 시드니 투어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드니에 들러 보너스 같은 반나절 여행을 하고 저녁에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니 수화물을 가득 실은 화물카트가 다가왔고 우리 짐도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는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빨리 숙소에 들어가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하염없이 기다려도 우리 짐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럴 수가! 아까 분명히 실리는(?) 것을 봤는데! 승객들은 모두 떠나고 적막한 분위기에서 캐로슬carousel·‘회전목마’라는 뜻으로 짐을 올린 채 회전하는 컨베이어벨트이 멈춰 설 때 나오는 그 특유의 기계음을 듣는 느낌. 아마 당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확인해 보니 짐이 시드니에서 따라오지 않았단다. 아마도 다음날 비행편으로 올 것이라는 말과 함께.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당장 내일 새벽같이 차를 몰고 남쪽의 마운트 쿡Mount Cook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말이다. 어차피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니 일단 그냥 가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메인 캐리어 없이 여행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카메라, 삼각대, 외투 등등…. 결국 짐을 찾은 후에 떠나기로 했고 수화물 처리 시스템이 형편없던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덕분에 다음날에도 예상보다 반나절이나 더 늦은 오후 4시쯤에야 짐을 찾을 수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점심 무렵 도착했을 마운트 쿡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도착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노련함은 오로지 경험을 통해 생기는 것. 그날 이후, 나의 여행 짐 싸기 최우선 원칙이 탄생했다. 그것은 바로 수화물로 보낼 캐리어를 아예 ‘내놓은 자식’으로 생각하는 것. ‘만일의 경우’ 기내용 캐리어만으로도 여행이 가능하도록 짐을 싸는 것이다. 명칭이 무색하게도, ‘메인 캐리어’는 더 이상 메인이 아닌 셈이다. 여행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그 ‘만일의 경우’가 사실은 얼마나 빈번한지도. 
 
2008년 5월, 뉴질랜드New Zealand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TIP
환승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짐이 나랑 같이 비행기를 갈아탈 확률은 의외로 높지 않다. 특히나, 환승편이 1~2시간의 차이로 있는 경우는 헤어질 확률이 급증한다. 이동이 많은 장기간의 여행이라면 환승편은 충분한 환승 시간을 두고 선택하고, 부득이한 경우는 수화물로 부친 짐이 없이도 최소한 초기 일정은 감당할 수 있게끔 ‘만일에 대비한’ 짐을 쌀 것.
 
트래비스트 유호상의 여행만상
낯선 곳, 낯선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타고난 여행가. 현재 여행 동호회 ‘클럽 테라노바’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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