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Surprising China] 장시성- 시인이 되어 볼까 신선을 만나 볼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11.03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산廬山에 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고즈넉한 여산의 분위기에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마음이 열린다.
삼청산三淸山에 가면 누구나 신선을 만난다.
구름바다 위에 살짝 보이는 기묘한 바위들은 신선처럼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장시성강서성, 江西省으로 떠나 볼 일이다.
시인이 되거나 신선을 만나거나, 기대하지 못한 놀라움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거문고를 닮았다 하여 여금호라고 불리는 산정호수.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초록과 아름다운 호수 때문에, 한없이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신선이 나타날 것 같은 삼청산 
 
여산은 눈으로만 보는 산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산이다. 하루쯤 둘러보면 되는 산이 아니라 머물러야 좋은 산이다. 여산은 누구에게나 눈높이를 맞춘다. 휴식을 원하는 이에게는 편안한 자리를 내어주고, 등산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웅장한 산세를 보여준다. 문학을 찾는 이들에게는 시인들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고,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노산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알려준다. 오죽하면 소동파가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저마다 같지 않구나, 여산의 참 모습을 알기 어렵다’이라 했을까. 여산을 둘러보면, 소동파의 시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산에 오르기 위해 지우장구강, 九江으로 향했다. 지우장터미널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30분 정도 오르니 여산 여행의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는 고령진牯嶺鎭이 나타났다. 구름을 지나 산 위로 버스가 오를 때는 산 속에 마을이 있기나 할까 싶었는데, 깜짝 놀랐다. 산 위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공중도시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세계로 들어선 듯한 기분으로 여산 여행을 시작했다.  

장시성 지우장시에 자리한 여산은 광산匡山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지질 때문에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당나라 때 백거이가 ‘匡慮奇秀甲天下여산의 기이하고 수려함이 천하제일’이라 극찬할 정도로 자연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들에게는 ‘정치의 명산’, ‘문학의 산’으로도 불린다. 
 
여산의 산속에 가득한 별장건물들
여산의 명소인 삼겹천. 3단계로 폭포물이 떨어진다
 
붉은 지붕 별장이 가득한 여산

여산이 중국의 산들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아름다운 별장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여산 주위에는 별장 수백 채가 자리하고 있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광이 펼쳐진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을 사로잡은 빨간 지붕들이 그 별장들이었다. 울창한 숲 사이에 보석처럼 박혀 있어 더 붉어 보였다. 중국이 아닌 유럽의 깊은 산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여산에 이런 별장이 생긴 것은 19세기 말. 영국에서 온 선교사가 여산에 피서용 별장을 만든 후, 각 나라에서 들어온 수많은 선교사들이 이곳에 교회를 만들고 별장을 지었다. 여산의 여름철 평균기온은 22도로, 아랫마을인 지우장보다 훨씬 시원해 피서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지금도 고령진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가면, 당시 선교사들이 살던 집들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멋진 풍광과 기분 좋은 바람에 마음이 풀어졌다. 다시 배낭을 챙겨들고 길을 따라 내려가니 그림 같은 산정호수가 나타났다. 호수의 모양이 거문고와 비슷하다고 하여 여금호如琴湖라는 이름을 가진 호수였다. 가을햇살이 호수 수면 위를 반짝반짝 비추고 눈앞에는 각양각색의 초록들이 펼쳐져, 동화 속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여금호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화경공원이 나타난다. 여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인 백거이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백거이가 이곳에서 복사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하여 ‘人間四月芳菲盡, 山寺桃花始盛開인간세상 사월에 꽃이 다 지는데, 산사에는 복사꽃 활짝 피었네’라는 시를 짓고 화경花徑이라고 손수 써서 바위에 새겨 둔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화려한 꽃으로 둘러싸인 백거이 동상 앞에 서니, 그에게도 시 한 수로 화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산의 명소, 삼단계로 떨어지는 삼겹천

여산의 삼겹천三叠泉은 산 속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계단 삼천개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쉽지 않은 길이다. 삼겹천은 한 번에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와 다른 느낌이었다. 삼겹천의 최대 낙차는 155m. 세 번에 걸쳐 떨어지면서, 작은 폭포가 주는 맛과 세 줄기의 폭포가 함께 주는 조화로운 멋을 함께 안겨 줬다. 선인들은 첫 번째 폭포는 구름이 바위에 걸린 듯하고, 두 번째는 옥돌이 바위에 굴러 내리는 듯, 세 번째는 용이 연못에 꽂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여산을 이야기하면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정치사다. 1959년 8월, 중국 공산당 8기 중앙위원회가 여산에서 열린 것을 비롯해 구름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여산에서 중국현대사의 중요한 일들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마오쩌둥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고관들의 별장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져 있어 여산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삼청산의 고공잔도.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아찔하다
 
신선을 만나 볼까, 삼청산

여러 가지 매력을 가진 여산과 달리 삼청산三淸山은 산 자체의 비경만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옥청, 상청, 태청 등 도교의 세 신선인 삼청이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삼청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삼청산은 신선이 노니는 듯 신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황산과 2시간 거리에 있어 ‘작은 황산’이라고도 불리는 삼청산은 기기묘묘한 바위들도 유명하다. 

삼청산을 찾은 날은 역시나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었다. 금사케이블카를 타고 트레킹을 시작했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야속하게도 소나무도 신선도 모두 숨어버렸다. 삼청산을 대표하는 거망출산巨蟒出山도, 동방여신東方女神도 눈앞에 두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갑자기 안개가 밀리면서 거대한 산수화가 등장했다. 우락부락한 산봉우리 사이에 살포시 얹혀 있는 구름. 신선이 살고 있다면 분명히 저 안에 살고 있으리라. 넋을 놓고 자연이 그려 준 산수화를 감상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안개가 덮쳐 온 세상이 흰색 도화지로 변했다. 고마운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교차했다.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안개와 일희일비하는 일상이 겹쳐졌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면서 아등바등하는 삶이라니, 좀 더 넉넉하게 생각하며 살아 봐야 하지 않을까. 
 
경덕진 도자문화 박람구에서 도예가들이 도자기를 빚고 있는 모습
경덕진 인민광장에 세워진 도자굽는 동상
 
세계적인 도자기의 도시, 경덕진景徳鎭

장시성에는 여산보다 세계적으로 더 유명한 곳이 있다. 중국이 ‘차이나’라는 이름을 갖게 된 배경지인 경덕진이 그곳이다. 북송시기 경덕진의 청화백자 기술이 알려지면서 경덕진은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도시로 발달했다. 경덕진의 이름은 원래 창남진昌南镇이었는데, 북송시대 진종황제가 경덕원년에 황제의 연호를 내려, 경덕진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관요가 설치되었고 명대에 중국 최대의 도자기 생산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때 만들어진 자기가 ‘차이나China’라고 불리면서 유럽으로 수출되어 중국을 부르는 이름이 되었다. 당시 경덕진의 도자기는 옥처럼 하얗고 종이처럼 얇으며 거울처럼 맑고 옥구슬 같은 소리가 난다는 극찬을 들었다.

수천년의 흔적은 지금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경덕진에서는 길거리 휴지통도 가로등 기둥도 다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다. 버스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사방에 펼쳐진 도자기상점을 보고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푸른색 도자기를 보니, 기분이 환해졌다.
 
경덕진에서 도자기에 대한 역사를 만나기 위해, 도자문화박람구陶瓷文化博覽區를 찾았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코너도 마련돼 있었다. 박람구 내부 건물은 청나라 시대 건물을 새롭게 만든 것으로, 이 안에서는 명청시대 도자기를 비롯해, 도자기를 굽는 가마와 도자기로 만든 비각 등 상상 이상의 도자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자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경덕진의 명품 도자기들을 볼 수 있는 경덕진도자관과 폐가마터를 복원해 놓은 호전고요진열관을 찾아 볼 것을 추천한다. 

경덕진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곳과 도자기술을 가르쳐주는 학교도 다수 포진해 있었다. 특히 학교 주변으로 신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도자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많았다. 청화백자가 현대적인 문양과 패턴을 입으니, 생동감이 느껴졌다.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를 만져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무원의 대표적인 마을, 이항마을 입구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항마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골, 무원婺源

장시성의 명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무원이다. 동북부에 자리한 작은 현이지만,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골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원은 이항李坑 마을을 비롯해 왕구汪口, 강만江湾, 효기烧起 등 여러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에서도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이항 마을로 향했다. 이항 마을은 무원 시내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씨 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항 마을에 들어서자, 휘주문화로 알려진 흰 벽과 검은 기와가 눈에 들어왔다. 말의 머리 모양처럼 생겼다는 마두벽으로 지어진 집들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연못 위의 연꽃이 반갑게 인사했다. 강가에는 뱃놀이를 위한 뗏목들이 나란히 떠 있었고 그 옆에는 오리들이 평화롭게 물 위에서 장난치고 있었다. 

한참 익어 가고 있는 벼가 출렁이는 논길을 따라 들어가니,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항 마을을 비롯해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무원의 마을들은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단골 모델이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심각한 표정으로 물감과 도화지를 오가며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항마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시간은 이른 아침. 여행자들이 찾는 낮에는 작은 마을이 북새통이 되지만, 아직 하루를 시작하지 않은 아침은 고즈넉한 시골마을의 평화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무원 마을의 멋은 오래된 휘주문화를 보는 데도 있지만,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느껴 보는 데 있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새소리를 들으며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을 꽉 메우고 있던 답답한 것들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여산에서 시작해 삼청산과 경덕진 무원으로 이어지는 장시성 여행은 화려하기보다 편안했다. 화려함은 잠깐이지만 편안함은 오래 간다. 그래서 장시성이 다시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채지형  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트래비CB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본문에 나오는 중국의 지명은 중국어 발음으로 적고 한자 음과 한자를 동시에 표시했다. 관광지, 사람 이름, 산 등 지명 이외의 것은 한자 음을 적고 한문을 병행 표기했다. 

▶travel info
Airline
장시성의 성도인 난창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아시아나항공이나 동방항공을 이용해 난징남경, 南京을 경유할 경우, 약 4시간20분 걸리며,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하면 다롄대련, 大連을 경유해 5시간 20분 소요된다. 난징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후, 고속철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난징에서 난창까지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약 4시간 30분 걸린다. 
 
TIP
▷여산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스톤피시다. 여산 스톤피시는 투명하고 작은 것이 특징. 여러 요리법이 있지만 주로 달걀과 함께 요리해 먹는다. 고령진 메인 도로의 식당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무원에 있는 여러 마을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5일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통표를 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입장권을 따로 구입하면 훨씬 비싸다. 
무원은 국화차가 유명하다. 잔에 들어가면 꽃처럼 활짝 펴, 기념으로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 
 
함께 가볼 만한 곳 
난창(남창, 南昌) | 장시성의 성도로 교통과 정치, 경제의 중심지다. 특히 중국역사에 획을 그은 난창봉기로 잘 알려져 있다. 난창봉기는 공산당이 난창 일대를 점령한 사건으로, 난창봉기가 일어난 8월1일은 중국 국군의 날로 지정될 정도로 중요한 날이다. 공산당을 상징하는 별 안에 쓰여 있는 팔일도 같은 의미다. 난창 시내 중 인민광장에 8·1 기념탑이 있다. 또한 난창에는 무한의 황학루黃鶴樓, 악양의 악양루岳阳楼와 함께 강남 3대 명루로 꼽히는 등왕각藤王閣이 있다. 등왕각에 오르면 난창시내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