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어디에도 없을 초록 위로①마린 카운티-누군가의 노력이 생生을 일으키리라
캘리포니아, 어디에도 없을 초록 위로①마린 카운티-누군가의 노력이 생生을 일으키리라
  • 트래비
  • 승인 2015.11.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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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착지는 샌프란시스코, 
목적지는 캘리포니아 북쪽의 마린 카운티Marin County,멘도시노 카운티Mendocino County, 훔볼트 카운티Humboldt County였다. 작열하는 태양과 안개 낀 풍경이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며 여행자에게 차분한 위로를 건네는 곳, 누구라도 좀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해서 돌아오게 되는 곳으로의 여정이다.  
 
맑은 공기 속 새소리의 울림이 가득한 미어 우즈 숲의 아침 풍경
숲의 주인인 검은 꼬리 사슴의 얼굴이 더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마린 카운티Marin County
누군가의 노력이 생生을 일으키리라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 마린 카운티로 향했다.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차분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이어진다. 많은 여행자들은 이곳을 나파밸리나 소노마밸리로 넘어가는 관문으로 여기지만 이는 다소 억울한 평가다. 마린 카운티는 전 면적의 80%가 자연이다. 때문에 카운티 자체가 주립공원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부여잡고 싶었던 풍경

차를 타고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표지판에 그려진 길은 자칫 뱀이 출몰한다는 경고판으로 보일 만큼 구불구불하다. 계곡이 숨겨둔 속살은 알프스 산간마을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초록이 진하게 물든 능선 사이로 구름이 걸리고 구름의 길목에는 호화로운 주택이 드문드문 자리 잡았다. 이곳은 워낙 부촌이라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밀 밸리. 미국의 많은 예술가와 음악인들이 터를 잡은 곳이다. 소중한 물건을 보자기로 여며 가슴에 꼭 끌어안듯, 차창 밖의 모든 풍경들을 부여잡고 싶었다. 이토록 깊고 그윽한 골짜기에 산다면 누구라도 예술가가 될 것 같았다. 밀 밸리를 벗어나자 풍경은 다양한 톤으로 변주했다. 흑갈색의 낮은 민둥산들이 첩첩이 이어지다가 초록의 평원이 나타났다가 나무가 울창한 야트막한 동산들이 차창 밖으로 흐르고 번지길 반복했다.
 
불과 30분을 차로 달리며 지나온 길은 각양각색으로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린 카운티에서 처음으로 발을 디딘 곳은 포인트라이스 국립해안Point Reyes National Seashore, 의미 있는 시작점이다. 서 있는 곳 발아래, 거대한 두 개의 대륙판이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 안드레아스 단층을 중심으로 서쪽의 태평양판과 동쪽의 북미대륙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매년 5cm씩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아무도 모를 느릿한 속도지만 진득하게 움직인 결과, 캘리포니아 해안선의 모습은 조금씩 변했다. 우리가 보지 못한 3,000만년 전의 해안선은 매끈했고, 우리가 못 볼 1,000만년 후에는 LA가 캘리포니아 반도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110년 전 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두 개의 판 중 하나가 미끄러져 1분 만에 무려 6m나 움직였는데, 100년의 응축된 에너지가 한 번에 폭발한 결과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이어졌다. 

지진의 흔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트레일 코스로 향했다. 평탄하고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20분쯤 걷자 좌우로 분리된 펜스가 눈에 들어온다. 원래는 일렬로 세워져 있던 것이 지진 당시 5m 가까이 이동해 지금의 모습이라고. 더불어 펜스 주변으로 수많은 푸른색 기둥의 행렬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태평양판과 북미대륙판의 경계를 표시한 것으로 판의 움직임에 따라 매년 그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단다. 

미지의 세계에서 어마어마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땅 위에서는 1,500종이 넘는 동식물들이 평화롭게 서식하고 있는 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방문자 센터에 들렀다. 레인저로 일하고 있는 존은 북미 전역에 서식하는 새 중 40%와 수많은 야생화, 동물들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약 130km의 길이로 펼쳐진 해안선과 공원 안 80km에 이르는 트레일 코스에 대한 정보 등을 알려주고는 자연을 보존하고 후대에 이어주는 것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소회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존의 이야기 그대로 자연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는 일은 아름답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우리는 맑은 공기를,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생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포인트 라이스 국립 해안의 지질 트레일, 가볍게 걷기에 알맞은 코스라 사람들의 표정이 여유롭고 밝다
포인트 라이스 국립해안에서는 승마도 즐길 수 있다. 코스도 여러 가지, 취향과 스케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
 
자연이 속삭이는 소리

밀 밸리 근처의 뮤어우즈내셔널모뉴먼트Muir Woods National Monument는 규모는 작지만 매년 10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들르는 국립공원이다. 가이드와 함께 한 시간 반 정도의 트레킹 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가이드인 톰(이름 그대로 씩씩한 여자다)은 숲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1900년 초반, 미국은 산업화가 한창이었고, 캘리포니아 인근의 수많은 숲은 벌목의 희생양이 됐어요.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웠던 윌리엄, 엘리자베스 켄트 부부는 1905년 사재를 털어 숲을 매입했고 1908년 정부에 기증했습니다. 이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공원 이름을 지을 때, 켄트 부부는 동시대 환경운동에 평생을 헌신한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인 존 뮤어 박사에게 숲을 헌정했습니다.” 숲을 지켜낸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 중간 고요한 숲의 진짜 이야기를 엿듣기 위해 발길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는 순간부터 숲은 노래를 시작한다. 바람이 나무 사이를 가르면 나무 위의 새들은 지저귄다. 그 소리에 놀라 움직인 벌레들이 나뭇잎을 떨구고, 냇가의 고요한 수면 위로 파장이 일어난다. 모든 것들은 순식간에 제 소리로 화답하며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듯 움직였다. 어린아이가 된 듯 숲을 즐겼다. 천 년을 넘게 살아낸 나무를 두 팔 벌려 안은 채 냄새를 맡았고 차가운 냇가의 표면을 통통 치며 물의 장력을 느꼈고 자연의 모든 움직임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는 동안 어질러진 마음은 제 자리를 찾았다. 이것이 켄트 부부가 후대의 우리들에게 바라는 숲 속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에디터 김기남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취재협조 미국관광청 한국사무소 www.discoveramerica.co.kr,
캘리포니아관광청 한국사무소 www.visitcalifornia.com/kr, 아시아나항공 flyasi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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