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엔딩 네바다 로드 트립②Nevada Drive & Trail 누가 코끼리를 보았나?
네버 엔딩 네바다 로드 트립②Nevada Drive & Trail 누가 코끼리를 보았나?
  • 천소현
  • 승인 2015.11.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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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ada Drive & Trail 
누가 코끼리를 보았나?

네바다에서 길은 도로가 아니고 목적지는 지명이 아니다. 
이 사막에서 길은 항상 미지의 모험이고 그 끝에는 금빛 희망 혹은 우주적인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호기심에 찬 로드 여행자들이 많아서인지 하이웨이 50은 기대보다(?) 고독하지 않다 

사막을 건너는 수백 가지 방법

파랑새와 코끼리의 공통점을 아는가? <파랑새>의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에게 파랑새가 행복의 상징이었다면, 미국 골드러시 시대의 개척자들에게는 ‘코끼리’가 그러했던 모양이다. 1849~1852년 사이에 누군가 ‘코끼리를 보겠다Going to see the Elephant’고 말하면 그것은 곧 더 나은 삶을 찾아 서부개척의 행렬에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그들에겐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국적인 동물과의 조우가 앞으로 닥쳐 올 온갖 역경과 모험, 스릴과 동급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던 이들은 다시 ‘공짜 땅’을 준다는 ‘엘 도라도El Dorado’를 찾아 서부로 향하기 시작했다. 1841년에 시작된 이 행렬을 가속화시킨 사건은 1848년의 금광 발견. 1869년까지 25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많은 비용을 들여 마차와 집기들을 마련하고 가족과 가축을 대동한 채 서부로 향했다. 

그러나 고난은 상상 이상이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대평원과 나무 한 그루 없는 사막, 가파른 산들이 포진해 있는 3,200km의 대장정 위에서 많은 이들이 기아와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겨우 록키산맥을 넘어 온 이들에게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라는 최후의 고비가 남아 있었다. 조금이라도 수월한 길을 찾았던 그들의 발자국은 지금 수많은 트레일로 남아 있다. 

캘리포니아 트레일 센터California Trail Interpretive Center에서 본 지도 위에는 무수한 선들이 있는데, ‘캘리포니아 트레일’ 역시 일부 구간일 뿐. 실제로 미주리주Missouri State 유역에서 시작해 미서부로 향했던 전체 트레일의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일생을 건 대모험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 하나 전설이 되었다. 캘리포니아 트레일 센터에서 수집한 자료와 기록들은 짧은 시간에 다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풍성했다. 센터 뒤편에 이주민들이 사용했던 마차 모형이 전시되어 있지만 단 1분도 바깥에 서 있고 싶지 않을 만큼 뜨거운 한낮의 태양은 15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을 터. 그래서 야간 이동을 감행하기도 했다는 이주민들의 실화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California Trail Interpretive Center 
 I-80 exit 292 8 miles west of Elko, NV   +1 775 738 1849 
  www.californiatrailcenter.org 
 
캘리포니아 트레일 센터 입구에 서 있는 쇼쇼니족 여인상은 아기를 업은 모습이다
서부개척 시대에 ‘코끼리를 보았나?’라는 질문은 서부로의 이주에 동참 혹은 성공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외로운 도로’라는 네바다주의 하이웨이 50에서 살아 남는 법과 볼거리를 설명한 가이드북 

외로워서 즐거운 길

길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네바다 로드 트립이 시작된 이후, 그러니까 리노를 떠난 이후 만났던 풍경은 ‘여백’에 가까웠다. 지평선까지 펼쳐진 스텝 사막을 가득 채운 세이지브러시Sagebrush가 마침 제철을 맞아 노란 꽃을 채우지 않았더라면 눈은 색감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간혹 스쳐가는 검은 소떼, 차와 나란히 달리는 산과 산맥들은 이 창밖의 풍경이 정지화면이 아님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하지만 네바다 중부를 가로지르는 하이웨이 50이 ‘미국에서 가장 외로운 길The Loneliest Road in America’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겠다. 1986년 6월 <라이프>지는 엘리Ely부터 페넬리Fernley까지의 460여 킬로미터(287마일)를 두고 ‘볼거리가 하나도 없어서 달릴 가치가 없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물론 이 도로를 달릴 때는 충분한 연료와 식수를 확보하고 만일을 대비해 여분의 식량과 옷가지도 준비해야 한다. 인적이 드물고 다음 타운까지 100km를 넘게 달려야 하므로. 2015년의 미국에서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 있다면, 바로 여기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 지역을 잘 아는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반격은 20년 후에 이뤄졌다. 2005년 네바다주는 ‘미국에서 가장 외로운 길’이라는 오명을 전면에 내세워 ‘서바이벌 가이드북’이라는 여권 크기의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생존을 위한 조언과 함께 대평원국립공원의 소재지인 베이커Baker, 네바다 노던 레일웨이Nevada Northen Railway의 복원된 증기기차가 달리는 엘리, 부유했던 광산도시의 흔적이 살아있는 유레카 등 도로 상에 위치한 8개 도시의 볼거리를 소개했다. 각 타운에서 스탬프를 찍어 오면 기념증서까지 증정한다는 반전의 마케팅은 꽤 성공적이다. 극한의 외로움에서 살아남아 보겠다는 모험심 가득한 운전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사실 관통하기가 쉽지 않은 외로움쯤,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구상 어딘가에 가장 외로운 길이 존재하고, 그걸 무사히 통화했다는 성취감은 살면서 적잖은 위로가 되어 줄 것 같다. 

하이웨이 50과 오버랩되는 또 하나의 길은 포니 익스프레스Pony Express다. 1959년 신문에 이런 구인광고가 났다. “18세 이하. 죽음을 각오한 숙련된 라이더. 고아 우대. 주급 $25. 대륙 중부 횡단.” 열흘 이내에 미주리의 세인트 조셉St Joseph부터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까지 3,200km를 달릴 수 있는 우편배달부 모집공고였다. 이렇게 시작된 포니 익스프레스 트레일은 1860년 4월부터 18개월밖에 이어지지 않았다. 하이웨이 50에는 아직도 몇 개의 포니 익스프레스역이 남아 있고 매년 6월이면 이 구간을 다시 달리는 리라이드Re Ride 행사가 개최된다. 

서부로 향하던 개척자들의 행렬과 우편배달부의 행렬을 동시에 멈추게 한 것은 철도의 개통이었다. 서부의 새크라멘토에서 시작된 센트럴 퍼시픽 철로와 동부에서 시작된 유니온 퍼시픽 레일웨이Union Pacific Railway가 1869년 유타에서 만나 하나로 연결된 것은 이후 전개되는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획이 된다. 

1913년에 공사를 시작해 1930년에 전 구간을 완공한 하이웨이 50에 부여된 또 하나의 명예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연결하는 북미 최초의 대륙횡단 도로라는 것. 그 필요성을 최초로 주창했던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링컨 하이웨이Lincoln Highway로 불린다. 
 
빙하에 의해 형성된 라모일 캐넌. 네바다 로드 트립 중 만난 가장 컬러풀한(다양한 색을 보여 주는) 풍경이었다
51구역 앞에 서 있는 경고 문구. 오른쪽 언덕 위에 밴 한 대가 불청객들을 감시하고 있다
UFO가 자주 출몰한다는 외계인 도로. 레이첼이 이 도로상의 유일한 마을이다
외계인 얼굴 모양의 기타 쵸크  
51구역의 숫자 51은 이 지역의 위도를 뜻한다  
리틀 에일레인 레스토랑의 팻 여사와 그녀의 레스토랑 지붕 위 ‘UFO 셀프 파킹’에 웃지 않을 수 없다

외계인이 나타났다! 

혼자만 몰랐던 모양이다. 외계인 도로, 일명 E.T. 도로가 네바다주에 실존한다는 것을. 라스베이거스에서 북쪽으로 1시간 반을 달리면 크리스털 스프링스Crystal Springs와 웜 스프링스Warm Springs 사이를 연결하는 375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그곳에 1996년부터 ‘외계인 도로Extraterrestrial Highway’라는 푯말이 버젓이 세워져 있다. 이유는 일대에 외계인이 자주 출몰하기 때문이라나. 이 도로의 제한속도인 ‘워프WARP 7’을 알리던 표지판은 도난을 당했다고 한다. 몇해 전 한국의 한 통신회사의 빠른 데이터 속도를 강조하던 광고에 사용했던 ‘워프’는 미국 TV 시리즈 <스타트렉>에 등장했던 우주선의 속도다. 무려 광속의 343배라나. ‘주행 중 비행접시 출현에 주의하라’는 푯말도 있었지만 역시 도난당해 버렸다니, 착한 지구인들이 그랬을 리는 없고, 외계인의 소행이 분명하다. 160km 길이의 외계인 도로상에는 마을이 단 하나 있다. 레이첼Rachel은 인구 50여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UFO 헌터들에게는 거룩한 성지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팻Pat Travis-Laudenklos 여사에게 물었다. “외계인을 본 적이 있으세요?” 그녀가 말했다. “여기 있는 이 외계인들이 당신 눈에는 안 보이는 거요?” 돌아보니 레스토랑 안에는 우걱우걱 햄버거를 집어삼키는 괴이한 생명체들이 가득했다. 외계인 마스크를 사겠다고 그림이 그려진 종이 따위를 내미는 이상한 족속들이었다. 팻 여사가 198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리틀 에일레인Little A’le’inn’의 풍경이다. UFO도 셀프파킹을 하라는 것이 이 집의 원칙, 대표 메뉴는 에일리언 버거다. 외계인 관련 기념품은 조잡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지갑을 열게 되는 것 역시 외계인의 수작이렷다. 

네바다주의 외계인 이야기에서 51구역Area 51을 빼놓을 수 없다. 핵실험 장소 겸 극비 무기 개발 시설, 외계인이 살고 있다고 믿어지는 바로 그곳, 영화 <맨인블랙Man in Black>에 등장하는 외계인 연구소들이 있다는 그곳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명칭은 미 공군 폭격 훈련장Nellis Air Force Base Bombing Range.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는 구역이다. 

하지만 이 금단의 지역을 향해 몇 시간씩 차를 몰고 달려와서 ‘출입금지’ 푯말만 보고 돌아서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나. 그런데 그 행렬에 나도 속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외계인 도로를 달리던 일행의 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30m쯤 후진했고, 예정에 없던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었다. 비포장도로라는 것을 빼면 지금까지 보았던 황량한 사막 초원, 양떼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하늘, 생뚱맞은 곳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 몇 마리가 풍경의 전부인데, 어쩐지 마음이 심란하다. 소들이 위장한 군인이거나 외계인일 거라고 의심하는 것이 혼자만의 증상이 아니었으니 다행이랄까. 

마침내 도착한 출입제한구역의 언덕 위에는 밴 한 대가 서 있었다. 누군가 한 발자국이라도 경계를 넘으면 돌진해 올 것 같은 긴장감. ‘침입하면 공격하겠다’고 말하는 경고판을 촬영하는 손에 땀이 배었다. 물론 아무도 금단의 땅에 들어서지 않았고, 우리에게 남은 일은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다시 돌아 나오는 것뿐이었다. 애꿎은 소들을 향해 ‘야 이 가짜야! 위장이 너무 허술하잖아’라고 타박하는 걸 보면 다들 정상이 아니다. 51구역의 의혹에 대한 미 정부의 공식 해명은 신형 전투기에 대한 시험비행이 이 지역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UFO로 오인받는다는 것이지만 누가 알겠는가. 진실은 항상 저 너머에 있는 것이므로.  
리틀에일레인Little A’le’inn
HWY 375 Rachel, NV 
+1 775 729 2515
www.littlealeinn.com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네바다주관광청 www.travelnev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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