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prising China] 지린성-반짝반짝 빛나는 무빙의 유혹
[Surprising China] 지린성-반짝반짝 빛나는 무빙의 유혹
  • 트래비
  • 승인 2015.12.01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의 창춘(장춘, 長春)에는 두 가지 색만이 존재한다. 파란색과 하얀색.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끝도 없이 펼쳐진 하얀 눈은 세상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반짝반짝 빛나는 겨울, 사람들은 얼음 수영을 하고 스키를 탄다. 그리고 투명하게 반짝이는 무빙을 감상한다. 겨울을 가득 채워 줄 즐거움을 생각하면, 영하 30도의 추위는 그저 사소한 불편일 뿐이다. 
 
겨울이 되면 창춘은 ‘눈의 왕국’으로 변한다. 말의 털에도, 사람이 쓴 모자에도 고드름이 맺혔다
인기 있는 길거리 간식 중 하나인 물엿 입힌 과일 꼬치
 
찰나를 놓치면 안 되는 이유, 무송

창춘은 겨울이 되면 ‘눈의 천국’으로 변한다. 매년 1월이 되면 빙설제와 무빙을 보기 위해 세계 곳곳의 여행자들이 창춘으로 몰려든다. 창춘이 지린성(길림성, 吉林省)의 성도라서가 아니다. 눈과 숲이 조화를 이루는, 놀라운 풍경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의 지린성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빙이다. 무빙霧氷의 한자를 풀이해 보면 안개가 얼음이 됐다는 것. 중국 사람들은 이를 무송霧淞이라고 부른다. 송화강변의 안개가 무빙이 되기 때문이다. 무빙은 안개가 그보다 더 찬 물체를 만나면 얼음에 흡착되는 원리로 생긴다. 때로는 안개가 공기 중에서 동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현상을 다이아몬드 더스트Diamond Dust라고 한다. 두 가지 현상 모두 이른 아침, 해가 뜨는 찰나에 감상해야 한다. 햇살이 비치면 더 반짝반짝 빛나지만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도 절정의 아름다움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송화강변에 무빙 현상이 나타나는 첫 번째 이유는 송화강의 빠른 유속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봐도 쓸려갈 것처럼 속도가 빠르다. 그렇다 보니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도 강물이 얼지 않는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것이 있다. 바로 풍만수력발전소. 발전소에서 방출하는 따뜻한 물이 찬 공기와 만나 안개를 더 잘 만들어 낸다. 수력발전소 덕분에 도심에서도 새벽이면 무송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송화강이 가로지르는 지린시의 시정부 건물에서 동관호텔까지 강변을 따라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곳에서도 아침 6시 무렵이면 무송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춘천 소양호가 무빙으로 유명하다.
 
안개가 얼음이 된 무빙. 무빙 현상으로 나무가 조각작품처럼 변했다
 
무송도의 환상 무빙, 마음도 반짝반짝 

지린시에 자리한 무송도霧淞島는 무빙으로 유명하다. 무송도에서는 운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 웬만하면 언제 가도 환상적인 무빙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여행자들은 무빙을 찾아 무송도로 향한다. 

무송도의 무빙을 보기 위해 창춘에서 새벽 6시도 안 돼 길을 나섰다. 차에 올라 자리에 앉자마자 금세 노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뜬 것은 추워서였다. 여전히 밖은 깜깜했다. 무릎에 담요를 챙겨 덮고 다시 잠을 청했다. 정신이 든 것은 세상이 갑자기 환해졌기 때문이었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고 햇빛이 눈 위에 쏟아져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하얀 눈이 햇빛에 반짝거려 지평선이 없어지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감탄사만이 터져 나왔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보며 달릴 때도, 한겨울에 내몽골을 여행할 때도 이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다. 

차에서 내려 나루터에 도착하자 지척에 무송도가 보였다. 송화강의 물살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섬에 가기 위해 작은 뗏목에 올랐다. 날씨가 너무 추워 동력선 대신, 노와 놋줄에 의지해 움직이는 뗏목이 다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이미 무빙으로 하얗게 변한 나무 앞에서 사진 찍기에 분주했다. 

그러나 잠깐 강을 건너 무송도에 내리면 깨닫게 된다. 강 저쪽의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섬 전체가 거대한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모두 반짝거렸다. 나루터 앞에는 작은 관리사무소와 학교, 부처를 모셔 놓은 작은 사당도 있었다. 언제 또 이렇게 황홀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추위를 잊고 무빙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버렸다. 
 
무빙의 반짝거림은 눈이 쌓인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
 
매년 1월1일, 창춘의 빙설축제가 시작된다. 눈으로 만든 작품들을 보느라 즐겁다
 
 
눈의 천국에서 만나는 빙설제

온통 눈으로 덮인 풍경 때문에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정적인 풍경 속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 것은 사람들이었다. 창춘 사람들은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신나게 썰매를 타고 활기차게 연을 날렸다. 사람들은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겨울의 눈 세상을 즐기고 있었다. 750만 창춘 사람들에게 영하 20도의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호수 옆 공터에는 온통 눈으로 만든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눈으로 조각한 동물상, 여인상들이 숲 여기저기를 지키고 있었다. 러시아 건축물을 본떠 만든 거대한 눈 건축물,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이 달려오는 스케이트 선수를 형상화한 작품 등 추위를 잊게 만드는 작품들이 줄지어 있었다. 

빙설제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크로스컨트리 대회. 징웨이탄 스키장은 완만한 구릉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도시형 스키장이었다. 50여 킬로미터를 달리는 이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매년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창춘을 찾는다.

창춘은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를 계기로 겨울 스포츠에 필요한 시설들을 곳곳에 구축했다. 스키장만 해도 징웨이탄 외에도 북대호 스키장, 연화산 스키장, 묘향산 스키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중국 내에서도 스키를 타기 위해 창춘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창춘 징웨이탄 스키장은 평지라, 크로스컨트리 대회에 적합하다
 
하늘과 땅의 경계, 징웨이탄

빙설제를 보기 위해 찾은 1월의 창춘. ‘날씨 맑음, 최저기온 -28℃, 최고 기온 -18℃’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레깅스 두 겹에 방한 속옷 위에 면 티 네 겹, 양말 두 켤레, 장갑과 모자, 턱 위로 올라오는 두툼한 목도리까지, 철저하게 모든 피부를 감쌌다. 눈만 내놓은 다른 이들과 함께 부지런한 걸음으로 빙설제 개막식이 열리는 징웨이탄정월담, 淨月潭으로 향했다.

빙설제가 열리는 곳은 창춘시에서 약 20km 떨어진 징웨이탄. 이곳은 창춘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휴식공간이다. 인공호수와 드넓은 인공산림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누각과 식물원부터 골프장, 삼림욕장, 동물원, 스포츠 클라이밍 시설까지 여가를 즐기기에 완벽한 공간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징웨이탄은 일년 내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지만 1월에 찾은 징웨이탄에는 하늘과 땅의 경계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10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무리도 아니었다. 눈은 이미 징웨이탄의 모든 것을 덮어 버렸다. 80년 전부터 조성되어 울창한 산림을 이룬 낙엽송과 사시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홍송도 모두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창춘은 일본이 세운 만주국의 수도였다. 사진은 만주국 황궁
 
마지막 황제의 마지막 자리, 만주국 황궁 

온도 차이는 있지만, 창춘 사람들과 우리는 공유하는 춥고 아픈 기억이 있다. 창춘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일제가 만주국滿洲國, 1932~1945을 세우고 그 수도로 삼은 도시다. 그때의 이름은 신경新京으로, ‘일본의 새로운 수도’라는 뜻이다. 당시 만주국 황제가 살았던 황궁은 ‘위만황궁박물관’이 되어,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만주국의 허수아비 황제로 살아야 했던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부의溥儀, 1906~1967의 기막힌 인생살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황궁은 호화찬란하지는 않았지만 궁으로서의 구색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모던한 분위기로 가득한 만주국 황궁은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처럼 매우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황궁 곳곳에 걸려 있는 샹들리에는 절로 눈이 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클래식한 침실과 가구 그리고 나무와 대리석이 어우러진 복도도 특유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었다. 

한 사진 속에 깡마르고 내성적으로 보이는 16세의 소년 부의가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5명의 부인을 두었지만 성기능 장애로 단 한 번도 동침을 하지 않았다는 황제의 침대는 작았다. 하지만 변비가 심했던 황제의 화장실은 넓고 쾌적했다. 첫 번째 부인 효각민황후 완룽 공주는 감금당한 채 아편 중독자가 되어 생을 마쳤다. 밀랍인형으로 재현되어 있는 그녀는 걷지도 못해서 누운 채로 신하에게 아편을 받아 피우고 있었다. 가장 사랑했다는 3번째 부인 담옥령은 결혼 7년 만에 의문스러운 병으로 생을 마쳤다. 평소 일본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그녀는 가벼운 질병에 걸렸다가 치료를 받은 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난 것. 만주국 황궁 복원 사업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창춘 출신이었던 4번째 부인 이옥금 여사였다. 부의의 마지막 5년은 간호사 출신이었던 19세 연하의 마지막 부인 이숙현 여사가 함께했다. 이런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몇 시간의 박물관 관람도 쏜살같이 지나갔다. 

창춘에 남아 있는 만주국의 흔적을 하나 더 찾으라면 영화제작소를 들 수 있다. 일본은 영화를 좋아했던 부의 황제를 위해, 아니 그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창춘에 중국 최초의 영화제작소를 세웠다. 지금은 동북영화제작소로 이름을 바꾸고 2년에 한 번씩 창춘영화제도 열고 있다. 
 
▶travel info
 
Airline
인천에서 지린성의 성도인 창춘까지는 아시아나항공과 중국남방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20분. 창춘 외에도 조선족 자치구가 있는 옌지연길, 延吉까지도 직항편이 있다. 
 
TIP

·지린성은 만주국 황궁의 일부인 동덕전東德殿을 지린성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석기시대부터 청나라 때까지 다양한 문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고구려와 발해 문물도 찾아볼 수 있다. 
 
·스키장 중에는 연화산 스키장이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6개의 초·중·고급 슬로프를 갖추고 있으며, 창춘 시내에서 39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시내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다.  
 
·영화마니아라면 꼭 찾아야 할 곳이 영화 테마파크 ‘영화성’이다. 고대 왕궁과 전통 민가가 있는 ‘고대건축구’와 ‘소수민족풍경구’ 등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창춘은 ‘중국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릴 정도로 자동차로 유명하다. 세계 유명 자동차 업체들이 창춘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 이치 자동차가 1956년 중국의 첫 번째 자동차를 생산한 곳도 창춘이다. 
 
함께 가볼 만한 곳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린성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백두산에 가기 위해서다. 중국에서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길은 북파, 서파, 남파 세 곳이 있다. 겨울에는 눈 덮인 백두산을 볼 수 있는데, 9월 말에 첫눈이 내리기 시작해 5월까지 이어진다. 6월 말부터 8월 중순이 백두산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다. 
 
· 지린성은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던 룽징용정, 龍井과 조선족 자치구가 있는 옌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을 마주 보고 있는 국경도시 투먼도문, 圖們 등 우리에게 뜻 깊은 도시들이 모여 있는 성이다.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었던 룽징은 항일 독립운동의 성지로, 민족시인 윤동주의 생가와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가곡 ‘선구자’에 등장하는 일송정一松亭과 해란강海蘭江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지안집안, 集安은 고구려 역사박물관이나 마찬가지인 지역이다. 북중국을 호령했던 고구려 역사를 볼 수 있는 광개토대왕릉비와 장군총 등 고구려 역사의 산 증거가 이곳에 남아 있다. 
 
만주국 황궁 전시관을 관람하는 관광객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채지형  사진 트래비CB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