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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슬 기자의 UnderLine] 일탈의 고단함이 남긴 선물

  • Editor. 양이슬
  • 입력 2015.12.03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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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한 곳을 버리고 낯선 곳을 찾아 돌아다녔던 1년, 옳은 일이었나? 모른다. 모른다.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이것이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도, 아버지도, 박 여사도 이 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남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할 때 유랑이나 하며 유유자적 시간을 보낸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그것 또한 여행의 선물이라 생각하고 달게 받을 것이다."
 
 
세계여행을 꿈꾸는 지인이 ‘빼빼가족’을 아느냐고 물었다. “빼빼가족?”이라고 되물으니 조용히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네가 좋아할 것 같으니 읽어 보라며 내민 책은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 다섯 가족이 유일한 재산이었던 아파트까지 팔아가며 떠난 세계여행 이야기다. 그들은 350일 동안 25개국 163개 도시를 여행했다. 12년 된 미니버스 ‘무탈이’와 함께.

책을 덮고 나니 매년 자동차로 떠났던 가족여행과 겹쳐졌다. 최소 일 년에 한 번씩 다녀온 가족여행의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공부하는 시간의 일분일초가 지나가는 것도 아깝다는 ‘고3’ 시기에도 자율학습까지 빼가며 여행길에 올랐다는 것은 기억난다. 삼남매가 나란히 승용차 뒷좌석에 앉았다. 몸집이 작아 좌석이 남아돌던 초등학교 때부터 이어진 자동차여행은 어느덧 좌석이 꽉 차고 서로 어깨를 맞대야 간신히 앉을 수 있을 때까지 이어졌다. 짧으면 1박 2일, 길어도 2박 3일을 넘기지 않았고 기껏해야 동해와 서해를, 큰맘 먹어야 남해를 오가는 것이 전부였다. 좋은 호텔에서 자고, 비싼 밥을 먹는 것도 아니었다. 차로 이동하다가 어두워지면 숙소를 잡았고 아침은 항상 컵라면이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그 시간, 좁은 공간에 있으며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사소한 고민에 대해 털어놓을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해외는 아니었지만 바다며 산을 오가며 볼 수 있는 것도 많았다. 눈곱도 떼지 않고 먹는 컵라면은 왜인지 모르게 맛있고 든든했다. 그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빼빼가족의 긴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함께한 또 다른 일행 ‘무탈이’가 ‘무탈’하지 않았고 처음 가는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컸다. 여행을 제안한 빼빼가족의 아빠는 책 마무리에 전했다. ‘고단하고 무모했던 이 여행이 아이들의 삶을 풍부하게 해줄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그들의 여행이 내가 떠났던 1박 2일, 2박 3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험난하고 긴 여정이었기에 단언할 수 있겠다. 그의 희망은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그리고 한 가지 더. 비록 겉보기엔 빼빼할지라도 그들은 이미 두 손 가득 여행의 선물을 넉넉하게 받았을 테다.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 
다섯 식구가 모두 ‘빼빼 말랐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빼빼가족.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중요한 시기에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면 좋겠다는 아빠의 제안으로 시작된 세계여행. 1년 동안 미니버스와 함께 다닌 25개국 163개 도시의 여행기를 담았다.
빼빼가족│북로그컴퍼니│1만5,000원
 
글 양이슬 기자  자료제공 북로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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